중국 상하이 외곽에서 CXMT의 반도체 공장 건설이 진행 중이다./연합뉴스

중국 CXMT가 지난 29일 웨이보를 통해 차세대 저전력 D램 'LPDDR6' 양산을 공식화하며 이를 "세계 최초 상용화"라고 자평했지만, 제품 사양과 계획 등을 점검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같은 제품 개발을 마치고 올 하반기 양산 채비를 갖춘 상태로, CXMT의 '최초' 주장이 업계 상식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LPDDR6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저전력 D램의 차세대 규격으로, 인공지능(AI) 기능이 스마트폰에 본격적으로 탑재되면서 빠른 속도와 낮은 전력 소모를 동시에 요구받는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제품입니다.

◇ 발표 스펙과 실제 성능, 왜 다른가

CXMT는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LPDDR6가 정식 양산에 들어갔으며, 올 9월 출시 예정인 샤오미 폴더블폰 '18 폴드'에 최초 탑재된다고 밝혔습니다. 최대 전송속도(초당 처리하는 데이터양) 1만2800메가비트(12800Mbps), 최대 용량 16기가바이트를 지원한다고 공개했으며,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도 웨이보를 통해 직접 축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문제는 CXMT가 내세운 숫자와 실제 제품에 들어가는 숫자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샤오미 18 폴드에서 실제 구동되는 속도는 10667Mbps로, 지난해 7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확정한 LPDDR6 표준 상한선(14400Mbps)에 못 미칩니다. JEDEC은 전 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메모리 규격을 정하는 국제기구로, LPDDR6 표준은 10667Mbps부터 14400Mbps까지의 속도 범위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즉 CXMT 제품은 이 범위 안에서는 가장 낮은 속도로 작동하는 셈입니다.

CXMT의 발표 방식도 과장이 섞여있다는 분석입니다. 샤오미 18 폴드에 탑재되는 속도(10667Mbps)가 아닌 최고 스펙(12800Mbps)을 전면에 내세워 '세계 최초 상용화'를 강조했으며, 두 수치 사이 약 17%의 차이는 발표문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소비자가 실제로 손에 쥐는 제품의 성능과, 보도자료에 적힌 숫자가 다르다는 지적을 피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 '양산 개시' 선언, 근거는 충분한가

CXMT 메모리 반도체 이미지. /CXMT

'양산'이라는 단어의 무게도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CXMT는 웨이보 발표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서 LPDDR6에 대해 여전히 주요 고객사 샘플 검증 단계로 기술했습니다. 샘플 검증은 고객사가 실제 제품에 넣기 전 성능과 안정성을 시험하는 단계로, 이 절차를 통과해야 비로소 대량 생산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런 단계가 하루 만에 양산 개시로 바뀐 셈인데, 업계에서는 이런 전환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율(완성품 비율)이나 초기 출하량 등 양산의 실질을 가늠할 수 있는 수치는 이번에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6일 중국 신경보 등 현지매체와 로이터에 따르면 목표 출하량은 20만~30만대 수준으로, CXMT가 지난해 5월 양산을 시작한 전 세대 제품(LPDDR5X) 대비 초기 물량에 그칩니다. 대형 스마트폰 제조사 한 곳의 월간 출하량에도 못 미치는 규모입니다.

경쟁사 동향과 대조하면 '세계 최초'라는 표현도 실상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 1월 초미세공정 기반 자체 LPDDR6를 발표했고,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10나노급 최신 공정을 적용한 LPDDR6 개발 인증을 세계 최초로 완료하며 하반기 양산·공급 계획을 밝혔습니다. 지난달에는 SK하이닉스가 샤오미를 LPDDR6 첫 공급처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어, CXMT와 SK하이닉스가 샤오미 공급망에서 동시에 경쟁하는 구도인 셈입니다.

반도체 업계 소식통은 "CXMT가 전 세대 제품 양산 이후 1년여 만에 차세대 제품을 실제 완제품에 탑재시킨 속도는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수율과 대량 공급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목표 출하량이 20만~30만대에 그친다는 점,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같은 시기 양산에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발표는 자사를 한국 경쟁사들과 동일선상으로 인식시키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 정도의 의미로 읽힌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