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매봉역 인근의 서울자율차./이호준 기자

"운행 초기에는 터널에서 차량이 흔들리거나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인지·측위 성능을 높이면서 지금은 흔들림 없이 통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서울 강남구의 한 터널. 스마트폰 지도 앱에서 현재 위치를 알려주던 GPS가 일시적으로 멈췄다. 위성 신호가 닿지 않는 음영 구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탑승한 자율주행차는 안정적으로 속도를 유지한 채 터널을 빠져나갔다. 운전석에 앉은 안전요원이 핸들을 잡는 일도 없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GNSS(범지구위성항법시스템)가 잡히지 않을 때는 라이다와 카메라, 레이더를 이용한 센서 퓨전으로 차량 위치를 파악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자율주행 서비스 '서울자율차'가 강남 도심을 2000회 넘게 달리며 진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운행을 시작한 뒤 약 6개월간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라이다 수를 5대에서 3대로 줄였고, 안전 요원의 개입도 크게 감소했다. GPS가 끊기는 터널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하고, 지난달부터는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 구역까지 운행 범위를 넓혔다. 다만 고가 센서와 악천후 대응, 제한된 운행 지역과 시간은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 2000번 달리며 데이터 학습… 라이다 5대→3대로

서울자율차는 기아의 전기차 EV6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일반 EV6의 지붕 위 라이다와 레이더, 카메라 등 각종 센서가 들어간 자체 센서 키트 'AV-Kit'가 눈에 띄었다. 카메라는 키트를 포함해 차량 전후좌우에 총 7대, 레이더는 5대, 라이다는 3대가 장착됐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서울자율차는 라이다와 레이더, 카메라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인지 시스템을 통해 차량 주변을 360도로 인식한다. 특히 AV-Kit은 센서 종류와 장착 위치를 바꿀 수 있도록 설계해 다른 차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센서뿐 아니라 주행 인공지능(AI)과 데이터 학습 체계까지 자체 개발하고 있다. 실제 도로에서 확보한 주행 데이터를 다시 AI 학습에 활용해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다.

강남구는 끼어들기와 불법 주정차, 무단횡단 등이 빈번해 자율주행 난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서울자율차는 이곳을 반복해서 달리며 일반적인 상황에서 벗어난 돌발 상황인 '엣지 케이스'를 수집한다. 지난 3월 서비스를 시작한 뒤 완료한 운행은 2000회를 넘었고, 누적 주행거리도 1만㎞ 이상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1시간 주행만으로도 기가바이트(GB) 단위 이상의 데이터가 쌓인다.

서울자율차의 자체 센서 키트 'AV-Kit'./이호준 기자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차량에 필요한 센서 수도 줄었다. 지난 3월 먼저 투입한 차량에는 라이다 5대가 들어갔지만, 이번에 추가된 차량에는 3대만 장착됐다. 현재 서울자율차에 탑재된 자율주행 장비 가격만 EV6 한 대 가격을 웃도는 만큼 센서 최적화는 상용화를 위한 핵심 과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자율주행 서비스를 대규모로 확대하려면 인지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고가 센서 수를 줄여 원가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센서를 줄였지만 주행 성능은 오히려 개선됐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운행 초기와 비교해 안전 요원이 직접 개입하는 횟수가 크게 줄었고, 최근에는 한 차례도 개입하지 않은 채 운행을 마치는 경우도 많다. 이날 약 30분간 진행된 시승에서도 안전 요원이 운전대를 잡는 일은 없었다.

이용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서울자율차 서비스 평가에 참여한 이용자의 평균 평점은 5점 만점에 4.97점으로, 회사 측은 상당수 승객이 실제 탑승 후 예상보다 높은 자율주행 성능에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지난 6개월간 대인·대물 접수가 이뤄진 사고는 한 건도 없었으며, 발생한 사고 한 건도 뒤따르던 차량이 서울자율차를 들이받은 경우가 전부였다고 한다.

서울자율차가 어린이보호구역에 진입하자 승객용 모니터 내 도로가 빨갛게 표시됐다. 파란색 선은 차량의 예상 경로를 알려준다./이호준 기자

◇ 어린이보호구역 들어가자 시속 24㎞로 '뚝'… 시간당 강수량 5㎜까진 정상 운행

서울자율차는 지난달 20일부터 차량을 기존 2대에서 6대로 늘렸다. 동시에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 구역까지 자율주행 범위를 넓혔다. 그동안 이 구역에서는 관련 규정 때문에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할 수 없어 안전 요원이 직접 운전해야 했다.

이날 탑승한 서율주행차가 어린이보호구역에 들어서자 뒷좌석 모니터에 표시된 도로가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차량 속도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교통 약자 보호 구역에서는 제한 속도의 80% 이하로 주행하도록 별도 안전 제어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제한 속도 시속 30㎞인 구간에서는 시속 24㎞, 시속 50㎞ 구간에서는 시속 40㎞가 최대 속도다. 회사 측은 앞으로 보호 구역의 주행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고 별다른 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속도 기준을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강남에는 시간당 1~2㎜ 수준의 비가 내렸지만 운행에는 문제가 없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안전을 고려해 시간당 강수량이 5㎜ 이상이면 서울자율차 운행을 일시 중단하고 있다. 다만 운행 도중 강수량이 시간당 5㎜를 넘더라도 목적지까지는 주행을 마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 기상 악화 시 센서 인식은 숙제… 차량 6대뿐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현재 차량에는 센서에 맺힌 물방울이나 이물질을 자동으로 제거하는 별도의 클리닝 장치가 없어, 비나 눈이 많이 내리면 카메라와 라이다의 인식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승차감도 모든 구간에서 매끄럽지는 않았다. 이날 탑승한 서울자율차는 우회전을 앞두고 신호가 적색으로 바뀌자 급하게 멈춰 서기도 했다.

운행 규모도 아직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차량을 2대에서 6대로 세 배 늘렸지만 원하는 시간에 서울자율차를 호출하기는 쉽지 않다. 회사 측에 따르면 차량 가동률은 80%를 넘을 정도로 높아 호출에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운행 시간이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로 제한돼 있고, 운행 지역도 여전히 강남구에 한정돼 있다는 점 역시 서비스 확대를 위해 풀어야 할 부분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앞으로 운행 시간과 지역, 차량 수를 모두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낮 시간대 강남에서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차량과 보행자가 많고 돌발 상황도 빈번한 만큼 강남에서는 야간보다 주간 자율주행의 기술적 난도가 더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운행 지역을 강남 밖으로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강남뿐 아니라 서초·송파 등 증차 이후 서비스 확대가 필요한 지역도 고민하고 있다"며 "최근 여러 완성차 업체(OEM)와 협력을 발표한 만큼 새로운 차종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