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AP연합뉴스

엔비디아가 대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 미디어텍에 35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투자한다. 미디어텍이 설계하는 맞춤형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시스템과 연결하고, PC와 자동차 분야에서도 공동 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다.

엔비디아와 미디어텍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AI 인프라와 로컬 AI 컴퓨팅, 자동차 등 3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미디어텍이 발행한 주식 전환이 가능한 채권 35억달러어치를 매입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엔비디아의 'NV링크 퓨전(NVLink Fusion)'이다. 미디어텍은 NV링크 퓨전을 활용해 빅테크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AI 모델 개발사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AI 가속기(XPU)를 설계하고, 이를 엔비디아의 랙 단위 AI 데이터센터 시스템에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NV링크는 여러 AI 반도체를 고속으로 연결해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하도록 하는 엔비디아의 인터커넥트 기술이다. NV링크 퓨전은 고객사가 자체 AI칩을 사용하면서도 엔비디아의 네트워크와 랙 스케일 인프라를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 플랫폼이다.

미디어텍은 고객사가 자체 AI 가속기를 개발할 때 NV링크 연결 기술과 메모리 구조, 첨단 패키징 등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엔비디아의 'NVHBM' 기술도 적용한다. NVHBM은 맞춤형 메모리 기능을 AI칩과 결합해 메모리 대역폭과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이다.

빅테크와 AI 업체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AI칩 개발을 늘리는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이런 맞춤형 칩까지 자사 데이터센터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더 많은 기업이 자사의 데이터센터 생태계에 연결되는 반도체를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시점에 이번 투자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텍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을 주력으로 해온 대만 팹리스 업체로, 최근 데이터센터용 맞춤형 반도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협력을 통해 고객사가 설계한 AI 가속기의 연결성과 메모리, 패키징, 성능과 전력 특성을 요구에 맞춰 설계할 계획이다.

양사는 PC용 AI 반도체 협력도 이어간다. 미디어텍은 엔비디아 'DGX 스파크'에 탑재되는 'GB10 그레이스 블랙웰 수퍼칩' 개발에 참여했다. 엔비디아와 미디어텍은 앞으로 'RTX 스파크'와 DGX 스파크용 PC 반도체를 여러 세대에 걸쳐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엔비디아 GPU와 미디어텍의 시스템온칩(SoC)을 결합하는 구조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미디어텍의 차량용 SoC 설계 기술과 엔비디아의 AI·그래픽 기술을 결합한다.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오토(Dimensity Auto)' 플랫폼은 엔비디아 AI와 RTX 그래픽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의 차량용 컴퓨팅 플랫폼 '드라이브 AGX(DRIVE AGX)'와 연동할 수 있다. 양사는 향후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과 피지컬 AI용 자동차 플랫폼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는 세계 최대 규모의 AI 팩토리에서 PC와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컴퓨팅 플랫폼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미디어텍과 함께 엔비디아 가속 컴퓨팅을 새로운 시장으로 확대하고 고객들이 대규모로 차별화된 AI 시스템을 자유롭게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