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클라우드의 데이터센터./알리바바클라우드 제공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이 미국 빅테크 주도에서 최근 중국까지 가세하는 양강 구도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생산능력이 자국 대형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 물량으로 흡수되면서 글로벌 D램 공급이 한층 빠듯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은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중국 대형 CSP 데이터센터 투자 본격화

31일 시장조사업체 리스타드에너지는 중국 데이터센터 용량이 지난해 말 32기가와트(GW)에서 오는 2030년 60GW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그룹은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누적 설비투자가 3조달러(약 416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 1월 전망치인 1조7000억달러 대비 두 배 가까이 상향된 수준이다.

중국 4대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의 설비투자 확대 움직임도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클라우드·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액이 과거 10년간 누적 투자액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트댄스 역시 올해 데이터센터·AI 연산 인프라에 590억~700억달러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년 대비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여기에 화웨이 어센드 등 중국 AI 가속기는 엔비디아 제품 대비 연산 효율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동일한 연산량을 처리하려면 더 많은 칩과 메모리가 필요한 구조여서, 서버용 메모리 수요를 추가로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6년 전체 D램 비트 출하량 가운데 서버용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차지하는 비중이 57%(매출 기준 6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 삼성·SK 직접 공급은 제한적… 간접 경로로 협상력 강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CSP에 직접 공급하는 구조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미국 정부가 2024년 말 HBM2(1세대 HBM) 이상 첨단 메모리를 대중 수출 허가 대상에 올리고 원칙적 허가 거부 방침을 적용하면서, 중국 CSP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HBM을 직접 구매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다만 늘어난 수요는 창신메모리(CXMT) 등 중국 업체가 흡수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전 세계 D램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국내 업체의 범용·서버 D램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간접 경로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XMT는 최근 상장을 통해 14조4000억원을 조달하며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지만, D램은 3년, HBM은 5년가량의 기술격차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이런 격차를 활용해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을 5년 단위 장기공급계약(LTA)으로 채우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메모리 업계 관계자는 "미·중 데이터센터 투자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전 세계 D램 공급 부족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CXMT가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지만 급성장하는 중국의 AI 인프라에 필요한 메모리 물량을 전부 감당하기엔 아직 질적, 양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