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L의 미니 LED TV./로이터연합뉴스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간 중국 업체들이 최근 사실관계까지 뒤바꿔가며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성능을 부풀리거나 실제 기술과 다른 인상을 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초 시장을 주도한 삼성전자가 올해 제품 경쟁력을 높여 점유율을 빠르게 회복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강자인 LG전자까지 미니 LED 시장 공략을 강화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업체들이 위기감을 느끼면서 홍보에서도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TCL은 최근 자사가 매긴 화질 점수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평가 결과인 것처럼 국내에 발표했다. 앞서 적색(R) LED 칩이 없는 제품을 적·녹·청(RGB) 미니 LED로 판매하면서 기술 명칭을 둘러싼 지적도 받았다. 독일에서는 TCL 일부 퀀텀닷 발광다이오드(QLED) TV의 광고가 소비자를 오인시킬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고, 중국 하이센스도 미국에서 일부 QLED 제품의 기술 표시를 문제 삼은 소비자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31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옴디아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세계 미니 LED TV 출하량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8.2%로 1위를 차지했다. TCL은 23.3%, 하이센스는 17.2%, LG전자는 12.4%로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합친 한국 업체의 점유율은 40.6%, TCL과 하이센스를 합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40.5%다.

미니 LED TV는 LCD 패널 뒤에 기존보다 작은 LED를 촘촘하게 배치해 백라이트(광원)로 사용하는 제품이다. QLED·QNED 등 기존 프리미엄 LCD TV가 색재현 기술을 앞세웠다면, 미니 LED는 광원을 더 작게 쪼개 정밀하게 제어하면서 별도의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자리 잡았다. 화면을 수백~수천 개 영역으로 나눠 밝기를 조절하는 로컬 디밍(Local Dimming)을 통해 일반 LCD TV보다 밝기와 명암 표현력을 높인다. 최근에는 백색 미니 LED와 퀀텀닷 소재를 결합한 'SQD 미니 LED'나 RGB 광원을 활용한 'RGB 미니 LED' 등으로 제품군도 세분화되고 있다. 올 2분기에는 세계 TV 출하량의 13%를 차지하며 프리미엄 TV의 주요 경쟁 영역으로 부상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55인치 미니 LED TV./삼성전자

◇ 가격 낮춰 시장 넓힌 中… 삼성 독주 무너뜨려

불과 4년 전만 해도 미니 LED TV 시장은 삼성전자의 독무대였다. 2022년 삼성전자 점유율은 76%에 달했고, TCL과 하이센스는 각각 12%, 2%에 머물렀다. 이후 중국 업체들이 저가 제품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2023년 47%, 2024년 24%, 작년 19%까지 떨어졌다. 반면 TCL은 작년 31%, 하이센스는 25%까지 올라섰다. 두 중국 업체의 합산 점유율은 2022년 14%에서 작년 56%로 3년 만에 네 배가 됐다.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의 독주를 무너뜨린 핵심은 가격 경쟁력이었다. TCL과 하이센스는 미니 LED를 초고가 제품에 묶어두지 않고 중가 시장까지 넓혔다. TCL은 계열사 TCL CSOT를 통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조달하고, 작년 12월에는 LED 칩 업체 프리마(Prima)의 지분 80%와 채권을 4억9000만위안(약 1000억원)에 인수하며 공급망 수직계열화를 강화했다.

프리미엄 제품에서도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 옴디아가 85형 4K TV 모듈을 기준으로 추산한 5000개 색상 디밍 영역의 수퍼 퀀텀닷(SQD) 미니 LED 제조 원가는 약 1400달러(약 190만원)로 같은 조건의 RGB 미니 LED보다 20% 낮았다. 저가·중가 제품으로 시장을 넓힌 뒤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프리미엄 영역까지 공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이다.

하이센스의 116인치 미니 RGB TV./하이센스

◇ 한중 점유율 팽팽해지자 TCL '사실 왜곡'

올해 들어 한국 업체의 반격이 본격화됐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중심이던 미니 LED 제품군을 중가 시장까지 확대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미니 LED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200% 이상 늘었다. LG전자도 OLED에 집중했던 프리미엄 TV 전략에 미니 LED를 본격적으로 더하면서 2024년 1%에 그쳤던 점유율을 올 2분기 12.4%까지 끌어올렸다.

한국 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지자 중국 TV 업체의 제품 홍보를 둘러싼 잡음도 잇따르고 있다. TCL이 자사 SQD 미니 LED TV의 자체 화질 측정 결과를 옴디아가 직접 평가한 것처럼 국내에 발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TCL은 지난 25일 자사 SQD 미니 LED TV가 "옴디아 화질 평가에서 4개 항목 만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옴디아의 비교 평가 결과' 밝기, 색상 일관성, 색 영역, 4K 모션 선명도에서 각각 10점 만점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TCL 관계자는 "이번 옴디아 평가를 통해 SQD 미니 LED의 화질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TCL이 25일 국내에 공개한 2026년형 수퍼 퀀텀닷(SQD) 미니 LED TV 제품 이미지. TCL은 당시 자사 화질 측정 결과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평가 결과인 것처럼 발표했다./TCL

조선비즈가 입수한 TCL 발표 근거 자료인 옴디아의 '디스플레이 다이내믹스(Display Dynamics)-2026년 8월'에는 해당 화질 점수가 TCL이 자체 측정한 결과라고 명시돼 있다. 옴디아가 직접 제품을 시험해 점수를 매긴 것이 아닌데도 TCL의 자체 점수가 국내 발표에서 '옴디아의 비교 평가 결과'로 둔갑한 것이다. TCL은 그럼에도 "옴디아의 기술 평가에서 SQD 미니 LED의 우수한 화질 성능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옴디아 관계자는 "해당 평가는 옴디아가 한 것이 아니라 TCL이 자체적으로 측정을 통해 수행한 것"이라며 "보고서에도 TCL이 자체 측정을 진행했다고 명확하게 나와 있다"고 말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TCL 정도 규모의 업체가 자사 제품의 평가 주체를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당초 시장을 주도했던 삼성전자가 다시 공격적으로 제품을 내놓고 OLED 등 프리미엄 TV에서 영향력이 큰 LG전자까지 미니 LED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TCL이 위기감을 느끼고 '무리수'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적색 칩 없는 RGB·QLED 표시 논란… 홍보 잡음 반복

기술 명칭을 둘러싼 지적도 올해 초부터 나왔다. TCL이 출시한 보급형 RGB 미니 LED TV 'Q9M'에는 별도의 적색(R) LED 칩이 들어가지 않았다. 청색(B)·녹색(G) LED와 적색 형광체로 적색광을 구현하면서 RGB 미니 LED로 판매한 것이다.

기술 표시를 둘러싼 잡음은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LCD TV의 대표 제품군으로 키운 QLED에서도 앞서 불거졌다. 지난 3월 독일 뮌헨 제1지방법원 판결에서 법원은 TCL 독일법인의 일부 QLED TV 광고가 소비자를 오인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이센스도 작년 2월과 4월, 11월 미국에서 QLED 표시를 문제 삼은 집단소송에 잇따라 휘말렸다. 소비자들은 일부 제품에 퀀텀닷 기술이 없거나 화질에 영향을 줄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게 포함됐는데도 QLED TV로 판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시장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품질을 높이고 그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시장"이라며 "평가 주체까지 다르게 전달하면서 성과를 내려는 것은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행위로,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옴디아가 평가한 것이 아닌데도 소비자가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의 평가를 받은 것으로 인식하게 했다면 기만 광고라고 볼 수 있다"며 "전문기관이 검증했다는 설명은 소비자의 품질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평가 주체를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