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청주 M15./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사업이 구형 생산라인 세대 전환 속도에서 삼성전자 등 경쟁사에 밀리면서 생산성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기준 176단 낸드와 같은 구형 공정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이미 236단으로 주력 세대 전환을 마친 상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낸드 생산 비중에서 176단이 차지하는 물량은 5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년 동안 경쟁사가 200단대 낸드 제품을 확고한 주력으로 끌어올린 것과 달리 SK하이닉스는 국내외 전체 생산능력을 놓고 보면 아직 (경쟁사 대비) 176단대 제품 의존도가 높다"며 말했다. 176단 비중이 높은 구조는 웨이퍼 한 장당 생산되는 비트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원가 경쟁력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를 의식한듯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321단 제품이 1분기 낸드 생산 내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생산능력(CAPA) 기준 수치로 옴디아를 비롯한 시장조사업체가 집계하는 실제 시장 생산량 통계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일각에선 SK하이닉스는 300단대 비중 확대 등 기술 로드맵상 진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매출 성과로는 아직 뚜렷하게 반영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 적층 단수가 생산성 결정… 삼성전자·마이크론·YMTC 대비 열세

낸드플래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적층' 방식으로 용량과 원가 효율을 함께 끌어올린다. 같은 면적의 웨이퍼라도 적층 단수가 높을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어, 웨이퍼 한 장당 생산량과 원가 경쟁력이 함께 개선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차세대 공정으로 넘어가지 못한 업체는 같은 물량을 생산하고도 더 많은 웨이퍼와 라인 가동 시간을 투입해야 해, 수익성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말 기준 236단 비중이 60%를 넘기며 이미 주력 세대로 자리 잡았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200단 초중반대 세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양산 전환 속도에서는 뚜렷한 격차를 보이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특정 세대에 생산 물량을 집중시켜 수율과 원가를 동시에 잡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여러 세대가 병존하기 때문에 라인 운영 효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마이크론, 중국 YMTC와 비교해도 열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기준 마이크론은 232단이 53%, 차세대인 276단은 33%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YMTC는 232단 비중이 68%에 달해 이미 첨단 공정 중심 생산체제를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키옥시아·샌디스크의 경우 올 2분기 기준 162단(BiCS6) 37%·112단(BiCS5) 34%로 구세대 공정이 여전히 전체의 70%가량을 차지해 세대 자체는 SK하이닉스와 유사해 보이지만, 최신 세대인 BiCS8(218단) 비중이 지난해 4분기 9%에서 올해 2분기 24%로 2개 분기 만에 세 배 가까이 뛰어오르며 전환 속도 자체는 빠른 편이라는 평가다.

◇ 매출 점유율서 감지되는 격차… 투자 위축이 배경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YMTC 낸드플래시 공장 전경./YMTC 제공

이 같은 흐름은 매출 점유율에서도 감지된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의 낸드 매출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21.4%까지 올라섰다가 올해 1분기 16.4%로 5%포인트(P) 가까이 급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 YMTC의 점유율은 11.5%에서 16.2%로 뛰어올라 SK하이닉스와 거의 같은 수준까지 따라붙었다. 낸드 가격이 오르는 국면에서 물량 대응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신세대 비중이 높을수록 판가 상승분이 원가 개선과 맞물려 이익률에 더 크게 반영된다"며 "SK하이닉스의 점유율 하락은 단순한 물량 문제를 넘어 세대 전환 지연의 결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최근 낸드 가격 상승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 실적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설비투자 측면에서도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낸드 공정 전환 속도를 높이기가 어려웠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의 낸드 부문 설비투자는 2023년 35억달러에서 2024년 30억달러, 2025년 29억달러로 3년 연속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