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드웨이에서 열린 AI 서밋에 참석해 있다./뉴스1

엔비디아가 2027 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을 발표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LG그룹·현대자동차그룹 등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삼성전자와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 기술을 적용한 성과를, SK하이닉스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차세대 인공지능(AI) 메모리 공동 개발과 공급 확대를 주요 협력 사례로 제시했다. LG그룹과 현대차그룹은 AI 팩토리와 피지컬 AI를 확대하는 주요 고객사로 소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6일(현지시각) 열린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과거에는 '우리가 칩 회사인데 왜 메모리 공급업체와 일하느냐'는 질문을 받곤 했다"며 "지금은 우리가 공급망의 초기 단계부터 협력해 온 것이 꽤 영리한 일이었다는 점을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가속기 생산에 필요한 메모리와 주요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공급업체와 장기간 협력해 온 전략이 최근 공급난에서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엔비디아의 메모리 확보 규모는 최근 크게 늘었다. 부품 조달과 생산능력 확보를 위해 공급업체와 맺은 약정은 전 분기 1190억달러(약 164조9300억원)에서 2790억달러(약 386조6900억원)로 증가했다. 3개월 만에 1600억달러(약 221조76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엔비디아는 증가분이 주로 메모리 조달과 관련됐다고 밝혔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수석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메모리 공급 부족은 상당 부분 AI 인프라 구축 자체가 만들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성장을 이끄는 AI 수요 급증이 메모리 공급난도 불러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대 주요 메모리 공급업체(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와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제품 로드맵에 필요한 생산능력을 더 늘리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레스 CFO는 삼성전자와의 협력 사례를 소개하며 "'큐리소(cuLitho)'를 활용해 컴퓨테이셔널 리소그래피 성능을 최대 20배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큐리소는 반도체 웨이퍼에 미세한 회로를 정확히 새길 수 있도록 노광용 마스크 패턴을 계산·보정하는 작업을 그래픽처리장치(GPU)로 가속하는 소프트웨어다. 삼성전자는 자체 광학근접보정(OPC) 공정에 큐리소를 적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에 들어갈 메모리를 함께 개발하고 공급을 확대하는 다년간 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 실적 발표자료에 "SK하이닉스와 글로벌 AI 팩토리 구축을 위한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발전시키는 다년간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양사는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과 베라 중앙처리장치(CPU), 로봇용 컴퓨팅 플랫폼 등에 필요한 메모리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LG그룹과 현대차그룹도 컨퍼런스콜에서 주요 협력사로 소개됐다. 크레스 CFO는 "한국의 LG와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AI를 구축하고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엔비디아와 로봇·자율주행·데이터센터·GPU 클라우드 등에 활용할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 블랙웰 GPU 5만개를 기반으로 차량용 AI와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로봇 개발에 필요한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자료에서 SK텔레콤·네이버와의 AI 인프라 협력도 언급했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설계 플랫폼 'DSX'를 기반으로 국내에 기가와트(GW)급 AI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있으며, 네이버도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소버린 AI 인프라를 GW급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은 962억2100만달러(약 133조36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10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37억3400만달러(약 88조3400억원)로 124% 늘었고, 데이터센터 매출은 117% 증가한 890억2300만달러(약 123조3900억원)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2028 회계연도 연간 매출이 전년보다 약 7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황 CEO는 "수요는 70%보다 훨씬 크지만, 현재 공급으로 70% 성장을 자신 있게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