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사옥 전경.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한다. 향후 두 회사에 흩어진 AI 데이터센터 관련 조직과 자산을 한데 모아 투자 유치와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AI 데이터센터 사업부 분사 안건을 의결했다. 양사는 구체적인 분사 방식과 신설 법인의 지분 구조, 출범 시기 등을 확정해 관련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번 분사는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과 SK브로드밴드가 보유한 데이터센터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묶는 것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분사 이전 대상 자산과 인력 등 세부 사항도 순차적으로 확정될 전망이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그동안 각각 AI 데이터센터 조직을 운영해 왔다. SK텔레콤은 AI 클라우드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비스, 데이터센터 사업 개발을 담당했고, SK브로드밴드는 전국 데이터센터의 구축·운영과 고객 영업을 맡았다. 그러나 모회사와 자회사로 법인이 나뉘어 있어 대규모 투자와 사업 의사결정을 일원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AI DC 통합추진단'을 신설하며 관련 조직 재편을 본격화했다. 이어 AI 데이터센터 부지와 전력 확보, 글로벌 고객 유치 등을 담당하는 별도 법인 'SK하이퍼'도 설립했다. 이번 분사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의 개발과 투자, 구축·운영 기능을 독립적인 사업 체계로 재편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사를 대규모 외부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부지와 전력 확보부터 GPU 구매, 냉각 설비 구축까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관련 사업을 통신회사 내부 조직으로 두는 것보다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면 전략적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활용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AI 데이터센터는 SK텔레콤 사업 가운데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분야다. 올해 2분기 AI 데이터센터 매출은 13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5% 증가했다. SK텔레콤은 2029년부터 전국 주요 거점에서 총 5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가동하고, 2035년까지 이를 15GW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와 손잡고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인 'AI 팩토리'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AI 팩토리는 GPU와 고속 네트워크, 전력·냉각 설비를 결합해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연산 자원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SK텔레콤은 2027년부터 AI 팩토리를 가동한 뒤 단계적으로 GW급 규모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이번 분사를 통해 이 같은 초대형 AI 인프라 사업의 투자와 구축, 운영을 전담할 실행 주체를 명확히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반도체와 에너지, 건설, 통신 역량을 결합한 AI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2027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첫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1GW 이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에너지 계열사가 전력을,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을 담당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통신 사업과 투자 규모와 사업 주기, 자금 조달 방식이 다르다"며 "별도 법인으로 독립하면 글로벌 빅테크와 투자자를 상대로 사업을 추진할 때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