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로이터연합뉴스

13분기 연속 분기 매출 최고치를 경신한 엔비디아가 내년에도 매출이 70%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통상 다음 분기 실적 전망을 제시해 온 엔비디아가 다음 해 연간 매출 증가율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는 이른바 'AI 거품론'을 의식해 장기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회사가 제시한 성장률보다 실제 수요가 훨씬 많다며 오히려 공급 부족이 매출 확대를 제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26일(현지시각) 2027 회계연도 2분기(5~7월) 매출이 962억2100만달러(약 133조3600억원)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637억3400만달러(약 88조3400억원)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6% 증가하면서 13분기 연속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영업이익 역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4% 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매출은 금융정보업체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921억7000만달러(약 127조7500억원)를 40억달러 이상 웃돌았다. 조정 실적(비GAAP) 기준 희석주당순이익(EPS)은 2.22달러(약 3077원)로 시장 예상치 2.10달러(약 2911원)를 넘어섰다.

엔비디아의 2027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962억달러로 전년 동기 467억달러보다 106% 증가했다./엔비디아IR 자료

2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17% 증가한 890억2300만달러(약 123조3900억원)를 기록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이 사업 부문은 전체 매출의 92% 이상을 차지했다.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인 하이퍼스케일러 대상 매출은 487억1000만달러(약 67조5100억원)로 102% 증가했고, AI 클라우드·산업·기업(ACIE) 부문은 403억1300만달러(약 55조8700억원)로 138% 뛰었다. 엔비디아는 현재 주력 AI 가속기 제품군인 '블랙웰 울트라'의 공급 확대와 기업·국가 단위 AI 인프라의 수요 증가가 데이터센터 매출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3분기(8~10월) 매출 전망치를 1058억4000만~1101억6000만달러(약 146조6900억~152조6800억원)로 제시했다. 중간값인 1080억달러(약 149조6900억원)는 LSEG 전망치 1041억9000만달러(약 144조4100억원)보다 높다.

엔비디아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이례적으로 2028 회계연도(2027년 2월~2028년 1월)의 연간 성장 전망도 공개했다. 매출이 전년보다 약 7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는데,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월가 예상 성장률 약 4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황 CEO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수요는 70%보다 훨씬 크다"며 "현재 확보한 공급으로 70% 성장을 자신 있게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그래픽처리장치(GPU) 200만개 추가 도입과 차세대 '베라 루빈' 양산 등으로 AI 인프라 수요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가격 급등은 변수로 꼽았다.

엔비디아의 2027 회계연도 2분기 데이터센터 사업 중 하이퍼스케일러 대상 매출은 487억달러, AI 클라우드·산업·기업(ACIE) 부문은 403억달러를 기록했다./엔비디아IR 자료

◇ 이례적인 1년 뒤 전망… "수요 아닌 공급이 성장 제한"

엔비디아는 AI 컴퓨팅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공급망 제약이 적어도 2028 회계연도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황 CEO는 "공급망 전체가 압박받고 있고 모두가 사실상 풀가동 중"이라며 "많은 물량을 확보했지만 훨씬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공급망 전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 CEO는 내년도 매출 전망치를 공개하며 "우리는 지금까지 한 해 앞선 실적을 예측하거나 가이던스를 내놓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과 주주, 공급망을 포함해 모두가 같은 전망을 보도록 하고 싶었다"며 "모두가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정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AI가 단순한 질의응답에서 스스로 여러 단계의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비서)'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GPU를 비롯한 AI 컴퓨팅 수요 확대의 근거로 제시했다. 황 CEO는 "에이전트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연산량은 사람이 AI를 사용하는 것과 비교해 작업에 따라 15~100배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답을 내놓기까지 추론과 계획, 여러 차례의 도구 사용을 반복하면서 AI 컴퓨팅 자원의 전반적인 사용량을 끌어올린다는 설명이다.

황 CEO는 AI 투자 확대가 실제 서비스 매출로 이어지는 한 데이터센터 투자도 계속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중요한 것은 AI가 이제 유용해졌고 수익성 있는 토큰을 생성한다는 점"이라며 "컴퓨팅 자원이 더 많으면 더 많은 수익성 있는 토큰을 만들어 서비스의 이익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AI 컴퓨팅 플랫폼 로드맵. 현 주력 제품군인 블랙웰에 이어 루빈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루빈 울트라에는 차세대 HBM4E가 적용된다. 이후 파인만 세대에는 맞춤형 HBM 적용이 계획돼 있다./엔비디아IR 자료

◇ 베라 루빈 매출 본격화… AWS, GPU 200만개 추가

차세대 주력 AI 플랫폼인 베라 루빈도 3분기부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엔비디아는 8월 초 생산 출하를 시작했으며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와 AI 클라우드, 시스템 제조사에서 구매 주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3분기 베라 루빈이 데이터센터 매출의 약 2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량이 늘어나는 4분기와 2028 회계연도에는 기여도가 더 커질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코어위브·구글 클라우드·마이크로소프트 애저·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네비우스에서도 베라 루빈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AWS는 이날 2027~2028년 글로벌 인프라에 엔비디아 GPU 200만개를 추가 배치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2026년부터 100만개 이상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도입 규모를 더 키운 것으로, 추가 물량에는 블랙웰 울트라와 루빈, 루빈 울트라가 포함된다. 자체 AI 가속기 '트레이니엄'을 개발하는 AWS는 차세대 제품에 엔비디아의 고속 칩 연결 기술 'NV링크 퓨전'과 맞춤형 고대역폭메모리(HBM)인 'NVHBM'도 연동한다.

엔비디아의 수요 기반은 대형 클라우드 업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황 CEO는 "대부분의 사람은 하이퍼스케일 시장만 보지만 그것은 그림의 절반"이라며 "나머지 절반은 기업과 네오클라우드, 소버린 AI"라고 말했다. 개별 반도체가 아닌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AI 시스템 전체를 공급할 수 있는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 메모리 가격 급등에 마진 하락… 공급 약정 387조원

엔비디아는 다만 메모리 가격 급등이 수익성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수석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가 극심한 가격 상황에 놓여 있다"며 "가격 상승 폭이 기존 예상보다 컸고 내년에는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이에 따라 3분기 미국 일반회계기준(GAAP)과 비GAAP 매출총이익률이 73.5~74.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75.0%보다 낮은 수준이다.

4분기(11월~내년 1월)에는 매출총이익률이 71~72%로 저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이미 단행한 제품 가격 인상 효과가 2028 회계연도 1분기부터 반영되면서 연간 기준으로는 72~73% 수준까지 일부 회복할 것으로 봤다.

공급 부족에 대비한 메모리 확보 규모도 크게 늘었다. 엔비디아가 부품 조달과 생산능력 확보를 위해 맺은 약정은 전 분기 1190억달러(약 164조9300억원)에서 2790억달러(약 386조6900억원)로 3개월 만에 1600억달러(약 221조7600억원) 증가했다. 회사는 증가분이 주로 메모리 조달과 관련됐다고 밝혔다. 루빈에는 6세대 HBM인 HBM4가, 후속 제품인 루빈 울트라에는 7세대 HBM인 HBM4E가 탑재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와 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위한 다년간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크레스 CFO는 "메모리 공급 부족은 상당 부분 AI 인프라 구축 자체가 만들었다"며 "공급이 빠듯한 것은 우리 성장을 이끄는 것과 같은 수요 급증의 증상"이라고 말했다.

중국 데이터센터 사업은 이번 실적 전망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2분기 중국에 공급한 호퍼 기반 데이터센터 제품은 해당 사업 매출의 1% 미만이었고, 엔비디아는 3분기 전망에 중국 데이터센터 컴퓨팅 매출을 반영하지 않았다. 공급 측면에서는 반도체와 메모리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부지와 전력, 건물까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