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박윤영 KT 대표 취임을 전후해 KT 상장 자회사 7곳 가운데 5곳의 대표가 교체됐습니다. 자리를 지킨 최고경영자(CEO)는 박평권 KT나스미디어 대표와 서인욱 KT지니뮤직 대표뿐입니다. 서 대표 재임 기간 KT지니뮤직의 영업이익은 5% 넘게 증가한 반면 KT나스미디어는 박 대표 취임 이후 영업이익이 50% 넘게 감소하고 주가도 절반 넘게 빠졌습니다. 그런데도 최대주주인 KT는 대표 교체보다 경영의 연속성을 택했습니다.
KT나스미디어는 박 대표가 회사와 광고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을 갖췄다고 설명합니다.
◇ 상장 자회사 7곳 중 5곳 교체… 실적 악화한 박평권은 유임
27일 조선비즈가 KT 상장 자회사 대표 현황을 분석한 결과, 박윤영 대표 체제 출범을 전후해 상장 자회사 7곳 가운데 5곳의 대표가 바뀌었습니다. 기존 대표가 자리를 지킨 곳은 KT나스미디어와 KT지니뮤직 두 곳뿐입니다.
두 회사의 실적은 엇갈렸습니다. 서 대표가 취임하기 전인 2023년 154억원이었던 KT지니뮤직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62억원으로 5.3% 증가했습니다. 반면 KT나스미디어의 영업이익은 박 대표가 취임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57% 감소했습니다. 박 대표 취임 당시 3만원 안팎이던 주가도 지난 26일 1만3310원으로 약 56% 하락했습니다.
박 대표는 2022년 3월 대표이사로 처음 선임됐습니다. 이후 1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매년 재선임돼 올해까지 네 차례 연속 연임했습니다. 대표이사는 이사 가운데 이사회가 선임하기 때문에 먼저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돼야 합니다. 올해는 박윤영 KT 대표가 공식 취임하기 나흘 전인 3월 2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고, 같은 날 열린 이사회에서 다시 대표이사로 선임됐습니다.
◇ "전문성·회사 이해도 고려"… 경영 연속성 택한 KT
KT나스미디어는 박 대표를 유임한 배경으로 전문성과 회사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들었습니다. 공인회계사 출신인 박 대표는 2000년 회사의 전신인 더블클릭코리아 설립 당시 합류한 창립 멤버입니다. 이후 광고사업본부장과 운영총괄 등을 거쳤습니다. KT그룹 편입과 코스닥 상장, 플레이디 인수·매각 등 회사의 주요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회사는 최근 수년간 광고시장의 경쟁이 심해지고 수수료율이 하락하면서 업계 전반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둔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KT나스미디어는 이에 대응해 기존 디지털 광고렙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모바일 광고 플랫폼과 디지털옥외광고(DOOH)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플레이디 매각 이후 본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상황에서 대표까지 바꾸면 전략의 연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박 대표의 재선임에는 최대주주인 KT의 의중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KT는 KT나스미디어 지분 43.06%에 해당하는 498만1141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올해 박 대표 사내이사 선임안에는 771만8857주의 찬성표가 나왔습니다. KT 보유 주식은 전체 찬성표의 64.5%에 해당합니다.
◇ 성과평가 위원 3명 모두 KT 현직… 연임 판단 근거는 비공개
박 대표의 연임을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평가 과정의 투명성과 독립성입니다.
박 대표 재선임 당시 경영 성과와 경영평가지표 등을 심의한 KT나스미디어 평가및보상위원회는 김태영·최광철·윤태식 기타비상무이사 3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세 사람은 모두 KT 현직 인사였고 사외이사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위원회는 박 대표 재선임을 앞둔 지난 3월 16일 '2025년 경영성과 평가 확정의 건'을 의결했습니다. 그러나 KT나스미디어는 박 대표를 어떤 정량·정성 지표로 평가했는지, 영업이익과 주가 하락을 평가에 어느 정도 반영했는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공시된 임원 보수 기준에 따르면 평가및보상위원회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결과지표와 전략과제 이행도 등 과정지표의 달성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박 대표가 각 지표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그 결과가 재선임 결정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 26년간 대표는 창립 멤버 2명뿐
KT나스미디어의 장기 재임은 박 대표만의 일이 아닙니다. 전임 정기호 대표는 2000년부터 2022년까지 22년간 회사를 이끌었습니다. 박 대표 역시 설립 당시 합류해 정 전 대표와 함께 근무하다가 2022년 대표직을 이어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KT나스미디어는 창립 후 26년 동안 정 전 대표와 박 대표 두 사람만 대표를 맡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창립 멤버입니다.
장기 경영이나 내부 전문가 발탁 자체를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광고업에 대한 전문성과 회사에 대한 이해도, 사업 재편 과정에서의 경영 연속성도 대표 선임 때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다만 26년간 창립 멤버 두 명에게만 경영을 맡겼고, 실적과 기업가치가 취임 당시보다 후퇴한 대표를 그룹 차원의 인적 쇄신 과정에서도 유임했다면 구체적인 설명이 뒤따라야 합니다.
KT와 KT나스미디어는 박 대표의 성과평가 결과와 다른 후보 검토 여부, 연임을 통해 달성하려는 경영 목표를 주주에게 보다 투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KT나스미디어는 "박 대표는 회사와 광고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전문성을 갖춘 경영자"라며 "경쟁 심화와 수수료율 하락으로 광고시장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둔화한 가운데 모바일 광고 플랫폼과 디지털옥외광고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박 대표 재선임과 관련한 이사회의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경영상 의사결정 사항이라는 이유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