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송 SK쉴더스 사이버보안 AI랩 총괄(상무)은 2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AI, 세상을 움직이다'라는 주제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26'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총괄은 이날 '에이전틱 AI 시대 사이버보안의 뉴패러다임'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박 상무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로 진화하면서 사이버 공격과 방어의 구조도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AI가 데이터를 분류하고 질문에 답하는 정적인 추론 도구였다면, 현재 AI는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하고 각종 도구를 직접 호출하는 자율형 주체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는 "조만간 수천만개의 AI 에이전트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렇게 되면 방어자 한 명당 약 1000개의 AI 에이전트를 상대하는 극단적인 비대칭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격자는 쉴 새 없이 전사 네트워크를 타격하는데 방어자는 수동 분석과 티켓 처리에 머물러 있다"며 "보안 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대응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를 이용한 사이버 공격 능력은 이미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박 상무는 그동안 AI 모델이 풀지 못했던 고난도 모의 해킹 과제의 73%를 AI가 해결한 사례를 소개했다. 기업용 애플리케이션과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의 고위험 취약점을 찾아내는 데 방어자가 평균 55일을 쓰는 반면, 공격자는 취약점이 패치되기 7일 전 이미 공격을 완료한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공격 속도 역시 인간의 대응 능력을 앞서고 있다. 박 상무는 "상위 25%의 고도화된 공격군은 초기 접근 이후 단 15분 만에 내부망 스캐닝을 완료하고 72분 만에 최종 기밀을 탈취한다"며 "기존의 인간 중심 패치 방어 사이클은 완전히 붕괴됐다"고 말했다.
특히 공격의 중심이 네트워크 자체에서 사용자의 '신원'과 '권한'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커가 시스템의 기술적 허점을 직접 공략하기보다 탈취한 계정 정보를 이용해 정상 사용자처럼 시스템에 접근하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상무는 "해커는 더 이상 시스템을 어렵게 해킹하지 않는다. 훔친 자격 증명으로 합법적인 사용자처럼 로그인한다"며 "우리 보안의 초점은 네트워크 경계가 아니라 신원 그 자체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에이전틱 AI 시대에는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보다 공격을 받더라도 빠르게 대응하고 회복하는 '자율형 사이버 리질리언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선제적 위험 노출 관리 ▲심층 추론 기반 능동적 방어 ▲에이전틱 보안운영센터(SOC) 기반 자율 대응 등 세 가지 방어 체계를 제시했다.
우선 기존처럼 연 1회 수동 모의 해킹을 실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해커의 공격 전술을 모방해 상시적으로 취약점을 검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격이 시작된 뒤에는 개별 보안 이벤트를 따로 분석하는 대신 여러 이벤트를 하나의 연속된 공격 흐름으로 연결해 탐지해야 한다.
보안관제 역시 사람이 수많은 경보를 일일이 분석하는 방식에서 여러 AI 에이전트와 인간 전문가가 협업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전통적인 SOC는 수천만개의 경보로 인한 피로도와 분석 병목에 한계가 있었다"며 "보안에 특화된 다수의 에이전트와 인간 분석가가 협업하는 차세대 보안 모델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SK쉴더스도 AI를 보안관제에 적용하고 있다. 박 총괄에 따르면 SK쉴더스의 위협 판정 체계는 수천만개의 위협 이벤트가 들어오면 AI 딥러닝과 머신러닝으로 1차 위험도를 판단한다. 이 단계의 판정 성능은 95% 수준이다. 자동 판정이 어려운 고난도 위협은 관제원이 분석하며, 이 과정에서도 보안 특화 소형언어모델(sLLM)이 심층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 박 상무는 sLLM의 심층 분석 설명력이 약 94.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SK쉴더스의 통합 보안관제 플랫폼 '시큐디움'은 하루 평균 170억건의 위협 이벤트를 처리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기존 대비 처리 시간을 75% 단축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쉴더스는 향후 시큐디움을 여러 AI 에이전트가 24시간 365일 위협에 자율 대응하는 '에이전틱 SOC'로 전환할 계획이다.
박 상무는 "AI와 인간이 협업하면서 자율형 사이버 리질리언스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기업의 생존력은 공격을 입어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사이버 리질리언스 체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