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인공지능(AI)에 과잉 투자하는 것 아니냐, 버블이 아니냐고 하지만 우리는 이제 겨우 AI가 만든 세상의 입구에 들어와 있습니다."

정석근 SK하이퍼 대표(SK텔레콤 AI DC 통합 추진단장)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6'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석근 SK하이퍼 대표(SK텔레콤 AI DC 통합 추진단장)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6'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SK하이퍼는 SK텔레콤이 지난달 신설한 AI 데이터센터 사업 개발 전문 법인이다. SK하이퍼는 2029년 5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총 15GW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 대표는 SK하이퍼의 초대 대표다.

정 대표는 "코딩 에이전트가 등장해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이 바뀐 것만으로도 우리 일상이 크게 달라졌다"며 "이와 비슷한 경험을 앞으로 굉장히 많은 분야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 빅테크 CEO들을 여러 차례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그들도 같은 생각"이라며 "AI가 감당하기 벅찬 수준의 투자를 요구하고 있지만, 앞으로와 비교하면 지금은 초입에 불과하다"고 했다.

정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SK하이퍼 사업과 관련해선, "2029년 국내에서 5GW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현재 목표"라며 "단순 계산하면 건물 짓는 데 100조원, 서버 넣는 데 400조원이 드는 500조원 규모 사업이고, 이를 어떻게 파이낸싱하고 어떻게 수요를 채우느냐가 큰 과제"라고 했다.

정 대표는 AI 시대 데이터센터를 지능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정의했다. 건물과 그래픽처리장치(GPU), 대규모언어모델(LLM), 전력, 사용자 입력이 결합돼 최종적으로 '토큰'을 만들어내는 구조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과거에는 좋은 모델을 갖는 것, 그다음에는 GPU를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이었지만, 지금은 AI 인프라가 가장 큰 병목"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 역량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상향 평준화되고 있어, 인프라가 관건이 됐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현재 전 세계 AI 인프라의 90% 이상이 미국에 몰려 있지만, 미국은 전력망(그리드) 접속 신청에 5~7년이 걸리고, 그리드 보강 비용이 인근 주민의 전기 요금으로 전가되며 주민 반발과 규제가 커지고 있다"며 "한국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의 강점으로는 ▲AI의 핵심인 메모리 반도체 생산국이라는 점 ▲반도체 팹(fab·공장) 운영에서 축적한 안정성·전력·냉각 기술 ▲AI를 새 산업에 적용해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 가능성 등을 꼽았다.

정 대표는 SK하이퍼의 사업 모델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는 건물과 전력·네트워크 설비만 제공하고 빅테크가 직접 서버를 들여오는 코로케이션(Co-location)이다. 15~20년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서버까지 갖춰 임대하는 'AI 팩토리'다. 투자 부담은 크지만 수익성이 높고 서버·메모리·소프트웨어 최적화를 주도할 수 있다.

정 대표는 "SK그룹은 건물·전력·냉각·반도체·네트워크·컴퓨팅 등 AI 팩토리에 필요한 요소를 그룹 내에서 모두 갖추고 있다"며 계열사 시너지를 앞세웠다. 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생산 역량을 차별화 요소로 강조했다. 정 대표는 "토큰 생산량은 메모리의 양과 속도에 달려 있다"며 "GPU를 늘리지 않고 메모리만 늘려도 토큰이 더 많이 생산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