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업들이 수많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위성산업의 무게추가 좋은 위성을 만드는 것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분석해 정보로 바꾸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따라 방대한 위성 영상에서 변화를 찾아내고 의미 있는 정보를 가려내는 인공지능(AI)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K-스페이스 AI 주권'을 확보하려면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와 보안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박원규 쎄트렉아이 전무(에스아이에이 전무)는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6′에서 "사람이 일일이 판독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성 영상이 폭증하고 있다"며 "지금은 AI가 아니면 영상을 해석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쎄트렉아이는 위성 시스템과 지상 시스템, 영상 서비스, 자회사 에스아이에이의 AI 기반 지리공간 분석을 연결하고 있다. 위성으로 지상을 관측하는 '센싱(Sensing)'에서 데이터를 실제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인텔리전스(Intelligence)'로 전환하는 전 과정을 아우르겠다는 구상이다.
박 전무는 "과거 인공위성은 국가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오랜 기간 개발한 뒤 국방이나 재난 대응 등에 활용하는 전략자산에 가까웠다"며 "민간 기업이 자체 자금을 투자해 다수의 위성을 운용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면서 AI를 통한 자동 분석이 필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AI와 결합한 위성영상은 이미 재난과 해양, 기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박 전무는 미국 일리노이에 토네이도가 지나간 뒤 촬영한 위성 영상을 AI가 분석해 건물의 피해 정도를 판독한 사례와 아프리카 해역의 위성 데이터에 AI를 적용해 선박을 식별한 사례 등을 소개했다.
최근에는 위성을 운영하는 방식에도 클라우드가 들어오고 있다. 박 전무는 "위성이 보내는 데이터를 받으려면 통상 수십억 원대의 대형 안테나와 지상국 설비가 필요하다"며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사업자가 세계 곳곳에 설치한 지상국을 기업이 필요한 시간만 골라 사용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박 전무는 위성과 AI가 결합해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로 국방과 안보를 꼽았다. 그는 위성 촬영 단계부터 AI가 개입해 항공기나 선박 등 목표물을 찾고 이상 징후를 분석하는 미래 군사작전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더 나아가 AI는 군사 교리와 보유 무기 등을 학습해 어떤 공격 수단이 효과적일지 분석하고, 공격 이후 전투 피해를 평가할 수도 있다.
다만 박 전무는 AI의 가능성을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데이터와 보안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자체 위성과 AI 기술을 결합한 'K-스페이스 AI 주권'을 확보하려면, 양질의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와 보안 체계를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전무는 "민간 기업도 위성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지만 AI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 상당수는 국가기관과 군, 정보기관 등이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데이터를 활용하면 훌륭한 AI 시스템을 만들 수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허들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 전무는 국방 분야에서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이면서도 보안을 훼손하지 않는 방안을 찾는 것도 과제로 꼽았다. 그는 "오픈소스 AI를 적용하거나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려 해도 민감한 군사 데이터를 외부 시스템에서 다루는 데 제약이 크다"며 "보안을 유지하면서 국내 기업과 연구진이 AI를 구축·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