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한국지사장이 2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6'에서 '피지컬 AI: 로봇이 인간처럼 감각하고,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는 이유'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조선비즈

"휴머노이드 로봇은 움직이는 거대한 반도체 시스템입니다. 피지컬 인공지능(AI)은 하나의 최고 성능 칩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박준식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한국지사장은 2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6'에서 '피지컬 AI: 로봇이 인간처럼 감각하고,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는 이유'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피지컬 AI는 AI가 현실 세계를 인식·판단한 뒤 기계의 실제 움직임으로 연결하는 기술을 말한다. 박 지사장은 "피지컬 AI 시대에는 센서·마이크로컨트롤러(MCU)·아날로그 반도체(센서·전력 신호를 처리하는 반도체)·모터 제어·전력 반도체까지 전체 시스템을 양산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ST는 브레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영역을 반도체로 지원한다"고 말했다.

박 지사장은 피지컬 AI의 첫 번째 단계로 센싱을 꼽았다. 그는 "사람도 눈 하나만 가지고 모든 것을 판단하지 않듯 로봇도 눈·귀·촉각은 물론 평형 감각까지 센서 퓨전(여러 센서 정보를 결합하는 기술)을 통해 운영된다"며 "단순히 AI 프로세서뿐 아니라 다양한 센서 기술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피지컬 AI의 대표 플랫폼으로는 휴머노이드를 제시했다. 박 지사장은 "인간의 환경 자체가 인간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며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가진 로봇은 기존 환경을 바꾸지 않고도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의 작동 범위가 클라우드에서 현실 세계로 확장되면서 휴머노이드가 피지컬 AI의 대표적인 구현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지사장은 "피지컬 AI에서는 AI가 단순히 정보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실제 물리적인 행동을 수행한다"며 "센싱하고 인지·이해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과정이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실시간으로 반복된다"고 말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 모델을 구동하는 클라우드 AI에서 스마트폰·자동차·산업용 장비의 엣지·임베디드 AI(기기 가까이 또는 내부에서 작동하는 AI)를 거쳐 현실 세계에서 직접 움직이는 피지컬 AI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준식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한국지사장이 2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6'에서 '피지컬 AI: 로봇이 인간처럼 감각하고,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는 이유'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조선비즈

박 지사장은 또 휴머노이드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려면 모든 판단을 중앙 AI 프로세서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센서 데이터를 중앙으로 보내면 통신량과 지연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현장에서 즉시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저 컵을 집어라'라는 명령을 내리면 손가락을 얼마나 움직이고 모터에 어느 정도 전류를 공급할지는 각 관절 주변의 MCU가 처리한다"며 "AI 프로세서는 생각하고, MCU는 즉시 움직임을 조정하는 구조"라고 했다. 그러면서 "뇌가 모든 근육의 세부 움직임을 하나하나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계와 반사 시스템이 빠른 동작을 처리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앞으로 휴머노이드가 발전할수록 분산 지능 구조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봇이 움직인 뒤 센서로 결과를 확인해 동작을 보정하는 '폐루프(Closed-loop) 제어'도 핵심 기술로 꼽았다. 폐루프 제어를 적용하면 로봇은 명령을 한 번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센서로 현재 상태를 측정한 뒤 목표값과 비교해 모터의 속도와 토크를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박 지사장은 UBS·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분석 자료를 인용해 휴머노이드 생산량이 작년 약 1만8000대에서 2030년 약 25만6000대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 ST는 휴머노이드 한 대에서 공략할 수 있는 반도체 부품 원가(BOM) 규모를 600달러(약 83만원)로 추산한다.

박 지사장은 "휴머노이드 시장이 커지면 AI 프로세서뿐 아니라 임베디드 AI(기기 내부에서 작동하는 AI), 아날로그 반도체, 센서 IC, 전력반도체 등 다양한 반도체 수요가 동시에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지사장은 휴머노이드 대중화 조건으로 비용 대비 성능, 규제·사회적 수용성, 표준화, 투자수익률(ROI), 안전·사이버보안도 제시했다. 그는 "피지컬 AI에서는 사이버보안 문제가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 안전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며 "대량 보급은 기술 하나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비즈니스, 전체 생태계가 동시에 준비될 때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