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다음 달 1일 새 최고경영자(CEO) 존 터너스의 취임을 앞두고 있다. 챗GPT가 그린 팀 쿡 애플 CEO가 존 터너스 차기 CEO에게 바톤을 넘기는 모습./챗GPT

애플이 다음 달 1일 새 최고경영자(CEO)인 존 터너스의 취임을 앞두고 굵직한 조치를 내놓고 있습니다. 음성 비서 '시리'와 공간 컴퓨팅 헤드셋 '비전 프로' 관련 인력 200명 이상을 감원하는 한편, 맥과 아이패드 가격을 인상했고, 현금 보유액과 부채를 균형 있게 유지해온 '순현금 중립'도 탈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성과가 부진하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영역은 정리하고, 비용 상승은 가격에 반영하는 한편, 현금은 특정 목표에 묶어두지 않고 향후 투자에 활용할 수 있도록 운용의 폭을 넓힌 조치입니다. 터너스 차기 CEO가 팀 쿡이 정리해 놓은 새로운 조건 위에서 성장 전략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셈입니다.

포천은 "터너스가 일주일 후 CEO 자리에 오를 예정인 가운데, 새 CEO가 깨끗한 이미지로 취임할 수 있도록 몇 가지 불편한 일을 미리 처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애플 차기 CEO에 낙점된 존 터너스(John Ternus·51)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애플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비전 프로 조직에서 약 100명, 시리와 소프트웨어 관련 조직에서 약 100명 등 200명 이상을 감원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할 계획입니다. 특히 비전 프로의 게임 개발팀은 사실상 해체하고, 몰입형 3D 영상 제작 조직도 축소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애플 전체 직원이 2025년 9월 기준 약 16만6000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구조조정 대상 직원은 전체 인력의 0.1%를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규모 자체가 애플 전체를 흔들 정도는 아지만, 중요한 것은 어느 부문 인력을 줄였느냐입니다. 비전 프로는 2024년 출시 이후 기대만큼 시장을 확대하지 못했고, 시리는 오픈AI·앤스로픽·구글 등이 주도하는 생성형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이번 조직개편은 단순한 비용절감보다는 애플이 차세대 제품과 AI에 맞춰 인력과 조직의 무게중심을 다시 옮기는 작업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애플은 지난 6월에는 맥북과 아이패드 등의 가격을 올렸습니다. 맥북 에어 일부 모델은 200달러, 아이패드에어는 150달러가량 인상됐으며, 저가형 맥북 네오의 시작 가격도 599달러에서 699달러로 올랐습니다. 이는 터너스 차기 CEO가 취임 직후 맞닥뜨릴 원가 상승과 수익성 압박을 쿡 임기에서 일부 현실화한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애플은 지난 4월 실적 발표에서 2018년부터 유지해온 순현금 중립 목표를 더 이상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에는 현금과 부채의 차이인 순현금을 0에 가깝게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인 자본 배분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현금과 부채를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전략입니다. 그렇다고 애플이 갑자기 현금을 쌓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애플은 여전히 대규모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현금을 일정 수준까지 줄인다'는 수치적 목표에서 벗어나 필요하다면 현금을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꾼 것입니다.

터너스의 CEO 취임은 고 스티브 잡스가 사망 직전인 2011년 8월, 쿡에게 경영권을 넘긴 이후 애플 역사상 두 번째 CEO 교체입니다. 터너스는 2001년 애플에 입사했으며, 쿡의 말처럼 "엔지니어의 두뇌와 혁신가의 영혼"을 지녔습니다. 그는 아이패드와 에어팟 출시를 주도했고, 아이폰·맥·애플워치 등 여러 세대에 걸쳐 하드웨어 개발을 이끌었습니다.

올해 9월 1일 공식적인 경영권 이양은 이뤄지지만, 애플이 쿡과 완전히 단절되는 것은 아닙니다. 터너스 차기 CEO는 취임과 동시에 이사회에 합류합니다. 2011년부터 애플을 이끌어온 쿡은 회장직을 맡게 되며, 애플에 따르면 쿡은 전 세계 정책 입안자들과의 소통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이는 애플이 관세와 규제 문제에 직면해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중요한 부분입니다. 지난 15년간 회장직을 맡아온 아서 레빈슨은 수석 사외이사로 선임됩니다.

터너스 차기 CEO에게 주어진 출발점은 나쁘지는 않습니다. 애플은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6% 증가한 1094억20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3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244억3000만달러에서 297억9000만달러로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주당순이익(EPS)은 주당 1.57달러에서 2.02달러로 늘었죠. 다만 4분기 매출 증가율 가이던스는 전문가들의 전망치보다 낮은 9~11%로 제시돼 부담입니다.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애플의 소프트웨어 및 AI 전략입니다. CNBC에 따르면, 구글 기술을 일부 활용한 새로운 시리 기능을 애플은 9월 아이폰 신제품과 함께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는 생성형 AI 분야에서 뒤처졌다고 평가하는 애플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쿡 시대와의 단절이 위험 감수 성향의 변화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왐시 모한 연구원은 애플에 대한 '매수' 등급을 유지하며 터너스가 쿡의 업적을 계승하면서도 더 큰 '위험 감수 능력'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모한 연구원은 애플이 현금 중립 목표를 포기한 것을 경영진이 자본을 더욱 적극적으로 투입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죠. 이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자본 지출 증가, 그리고 잠재적으로 더 큰 규모의 인수합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는 쿡 CEO의 전략에서 주요 초점이 아니었던 부분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터너스 CEO 체제 하에서 애플이 AI 안경, 카메라가 탑재된 에어팟, 스마트 반지, 홈 자동화, 개인 비서, 로봇 공학 등 새로운 분야로 빠르게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터너스의 차기 CEO는 쿡 CEO의 성과를 이어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게 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왐시 모한 연구원에 따르면 애플의 시가총액은 지난 15년간 매시간 약 3200만달러(약 443억원)씩 증가해 쿡 CEO 재임 기간 총 4조5000억달러(약 6227조원)에 달했습니다. 쿡 CEO 체제하에서 애플의 매출은 거의 네 배 가까이 증가해 연간 4000억달러(약 553조원) 이상을 기록했죠. 터너스 차기 애플 CEO가 그려나갈 새로운 애플의 모습을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