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기업 투자에서 잇달아 '잭팟'을 터뜨렸습니다. 2023년부터 약 2700억원을 투자한 미국 앤트로픽 지분의 장부가액은 지난 6월 말 3조5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2018년 투자한 국내 피지컬 AI 기업 마키나락스의 잔여 지분 장부가액도 취득원가의 20배 이상으로 불어났습니다.
◇ 마키나락스 잔여 지분, 취득원가 대비 가치 20배 넘어
25일 조선비즈가 SK텔레콤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회사가 보유한 마키나락스 주식 57만6000주의 장부가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96억4200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해당 지분의 취득원가는 4억5000만원으로, 장부가액이 원금의 약 21.4배에 달합니다. 지분 평가이익은 91억9200만원입니다.
마키나락스는 SK텔레콤에서 제조업 특화 AI 기술을 개발하던 연구진이 2018년 독립해 세운 스핀아웃 기업입니다. SK텔레콤은 창업 당시 9억원을 투자해 주식 115만2000주를 확보했습니다. 마키나락스는 이후 제조·국방 분야에 AI 운영체제를 공급하는 피지컬 AI 기업으로 성장했고, 지난 5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습니다.
SK텔레콤은 올해 상반기 중 보유 지분의 절반인 57만6000주를 처분했습니다. 매각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AI 분야에 다시 투자하는 한편, 마키나락스와 피지컬 AI·로보틱스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갈 방침입니다.
앤트로픽 투자에서는 조 단위 평가이익이 발생했습니다. SK텔레콤은 2023년 약 13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약 140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습니다. 누적 투자액은 약 2700억원입니다. SK텔레콤이 보유한 앤트로픽 지분의 장부가액은 지난해 말 1조3762억원에서 올해 6월 말 3조5050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누적 투자액의 약 12.9배입니다.
◇ 투자·협력·회수·재투자… 'AI 선순환' 노리는 SKT
두 회사에 대한 투자는 SK텔레콤이 수년간 추진해 온 AI 기업 선점 전략의 성과입니다. 모든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유망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고, 해당 기업의 기술을 자사 서비스와 인프라 사업에 접목하는 방식입니다. 투자 대상도 AI 기반 모델부터 검색·에이전트, 영상 이해, 기업용 AI, 피지컬 AI,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까지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AI 검색 기업 퍼플렉시티입니다. SK텔레콤은 이 회사에 1000만달러(약 138억원)를 투자하고 검색 기술을 AI 개인비서 '에이닷'에 접목했습니다. 영상 이해 AI 기업 트웰브랩스에는 300만달러(약 42억원)를 투자했습니다. 스캐터랩과 올거나이즈에도 각각 150억원과 54억원을 넣었습니다. GPU 클라우드 기업 람다에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 사업과의 연결고리를 마련했습니다.
투자기업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2023년 투자기업을 중심으로 'K-AI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고, 참여 기업은 올해 50곳으로 늘었습니다. 올해부터는 통신과 AI 사업을 각각 책임지는 사내회사(CIC) 체제를 도입해 AI 사업의 독립성과 실행력을 강화했습니다.
SK텔레콤은 투자기업과의 기술 협력을 그룹 차원의 AI 인프라 전략으로도 확장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SK에코플랜트의 데이터센터 구축 능력, 에너지 계열사의 전력 인프라를 연결해 반도체부터 데이터센터와 AI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AI 풀스택'을 구축한다는 구상입니다. 올해 2분기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92.5% 증가한 136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 KT·LGU+와 다른 'AI 투자법'… 관건은 본업과의 시너지
KT와 LG유플러스도 AI 사업에 대규모 자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자금 집행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체결한 5년간 약 2조4000억원 규모의 AI·클라우드 협력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는 약 2조원을 투입하는 파주 AI 데이터센터와 AI 통화 에이전트 '익시오'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KT와 LG유플러스가 인프라 및 서비스에 직접 투자하는 성격이 강하다면, SK텔레콤은 유망 AI 기업의 지분을 일찍 확보해 자본이득과 사업 협력을 함께 노려왔습니다. 앤트로픽에는 추가 투자하고 마키나락스 지분은 일부 처분했다는 점에서 핵심 기업에 대한 추가 투자와 일부 투자금 회수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에는 투자를 확대하고, 기업가치가 오른 회사에서는 일부 자금을 회수해 새로운 AI 기업에 재투자하는 방식입니다. 기업 발굴과 투자, 기술 협력, 회수, 재투자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것입니다.
관건은 투자기업의 기술을 에이닷과 AI 데이터센터, 기업용 AI 등에 얼마나 깊이 접목해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하느냐입니다. 이에 따라 이번 투자 잭팟의 최종 가치도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