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의 게임스컴 출품작 5종./크래프톤 제공

크래프톤이 인공지능(AI), 콘텐츠, 광고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최근 1년 사이 계열사 수가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 인기 게임 지식재산권(IP) '배틀그라운드'를 이을 차세대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나선 결과다.

25일 크래프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회사의 연결 종속 자회사는 77개로, 1년 전(37개)보다 40개(108%) 늘었다. 지난해 약 1650억원을 들여 인수한 애드테크(광고기술) 기업 넵튠 산하 자회사 7곳과 약 7100억원을 투입해 사들인 일본 종합 광고 회사 ADK그룹 산하 법인 23곳이 대거 연결 종속회사로 편입된 영향이 컸다.

크래프톤은 '매출 효자' 역할을 하는 장수 IP '배틀그라운드'와 신작 '서브노티카 2'의 흥행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넥슨을 제치고 국내 게임사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크래프톤 매출은 2조6616억원, 영업이익은 972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3.3%, 38.3%씩 증가했다.

대표작의 안정적인 성과를 기반으로 크래프톤은 광고,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콘텐츠, 피지컬 AI, 모빌리티 등 본업인 게임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비(非)게임 분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IP로 창출한 현금 흐름을 토대로 신작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게임 외 신사업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상반기 크래프톤이 신규 설립한 법인 3곳도 이런 신사업 육성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올해 3월 미국에 세운 로봇 자회사 루도로보틱스는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두뇌' 개발을 목표로 한다. 루도로보틱스는 최근 로봇 전용 AI 에이전트 시스템인 '루디 0.1'의 초기 버전을 실제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루도로보틱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겸임하고 있는 이강욱 크래프톤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는 최근 엑스(X)에 "루디 0.1은 실시간 대화와 사회적 지능, 기억, 동작, 물체 조작 능력 등을 통합한 에이전트 기반 휴머노이드 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크래프톤의 핵심 시장 중 하나로 부상한 인도에서는 이용자 대상 결제 플랫폼을 운영할 소프트웨어 법인 '킨버스(Kinvrs)'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의 광고를 도맡을 현지 애드테크 법인 '크래프톤 애드 플랫폼 인디아'를 세웠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넵튠과의 협력을 토대로 광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인도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현지 특화 광고 사업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본업인 게임 분야에서는 유망 게임사 투자와 크래프톤 산하 개발 자회사 확대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324억원을 들여 인수한 '라스트 에포크' 개발사 미국 일레븐스 아워게임즈와 신규 설립한 나인비스튜디오, 옴니크래프트 랩스, 룬샷게임즈, 올리브트리 게임즈 등도 종속 자회사로 추가됐다.

다만 신사업 투자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ADK 인수로 크래프톤 상반기 매출 가운데 광고 사업 비중은 19.9%(5307억원)으로 확대됐는데, 이는 1년 전 광고 사업이 전체 매출의 0.7%에 불과한 기타 매출(101억원)에 포함됐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었다. 다만 ADK는 광고 업황 부진으로 매출과 수익성이 3분기 연속 감소세인 데다, 아직 크래프톤이 인수 배경으로 제시한 '게임과 애니메이션 간 시너지 효과 강화' 측면에서도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올해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공동으로 설립하기로 한 피지컬 AI 합작법인 역시 사업 방향이나 계획 등이 구체화된 것이 아직 없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피지컬 AI, 광고, 콘텐츠 관련 사업이 향후 어떻게 본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수익으로 연결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지난달 말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AI와 콘텐츠를 장기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그는 "피지컬 AI는 향후 더 큰 시장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고, AI 투자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자체 자금에 외부 투자 유치도 동원해 규모를 키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