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장기화한 주가 부진에 대응해 주주환원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신작 흥행 여부에 따라 실적과 주가 변동성이 큰 업종 특성상 일회성 성과만으로는 주가를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아우르는 중장기 주주환원책을 통해 투자심리를 회복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모습이다.

일러스트=챗GPT

2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전날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 추진을 위한 안건 2건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약 1조5400억원의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고, 향후 주주환원 정책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한다. 앞서 카카오게임즈는 지난달 자사주 50만주를 소각했으며, 남은 자사주 약 35만주는 임직원 대상 주식기준성과보상제도(RSU) 운영에 활용할 예정이다.

경영진도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의지를 강조하며 자사주를 매입했다. 김태환·이시우 공동대표와 신권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장내 분할 매수를 통해 총 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김 대표와 이 대표의 보유 주식은 각각 1만6793주와 2만3358주로 늘었다. 김 대표가 취임 후 자사주를 보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넵튠도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자사주 180만1049주 가운데 108만1286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2.31%에 해당하는 규모로, 소각 후 보유 자사주는 71만9763주로 줄어든다. 넵튠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2200억원의 자본잉여금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등 주주환원을 위한 재원을 마련해 왔다.

올해 신작 '붉은사막'의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펄어비스는 창사 이후 첫 현금배당을 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연간 100억원 또는 당기순이익의 10% 가운데 더 큰 금액을 매년 지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펄어비스는 지난 6월 보유 자사주 280만3945주의 절반가량인 140만3945주도 소각한 바 있으며, 하반기에는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할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지난 2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1조원 이상을 주주가치 제고에 투입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직전 3년 대비 44% 늘어난 수준이다. 회사는 이 기간 매년 1000억원씩 총 3000억원을 현금배당하고, 7000억원 이상 자사주를 취득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현금배당에 나서는 동시에 올해 2월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착수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중소 게임사들도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엠게임은 지난달 창립 이후 처음으로 분기배당을 실시했다. 주당 배당금은 110원으로, 총 20억원 규모다. 지난 15일에는 자사주 43만주를 소각했으며, 오는 9월 말까지 약 20억원을 투입해 자사주 50만3778주를 추가로 매입할 예정이다. 컴투스는 올해 초 발행주식 총수의 5.1%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소각했으며, 이어 남재관 대표는 자사주 1만100주를 장내 매수해 지분율을 0.1%로 끌어올렸다.

게임사들이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장기화한 게임주 부진이 있다. 국내 게임주는 실적 개선에도 저평가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작 흥행 여부에 따라 실적과 주가 변동성이 큰 업종 특성상 일회성 성과만으로는 투자심리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게임사들은 단발성 조치에서 벗어나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의 기준과 기간을 미리 제시하는 중장기 정책을 마련해 주주환원의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이 성숙해진 점도 주주환원 확대의 주요 배경이다. 과거 게임사들은 벌어들인 현금을 신작 개발과 개발사 인수, 지식재산권(IP) 확보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그러나 주요 게임사의 사업 규모가 커지고 장수 IP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창출되면서, 성장 투자와 주주환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작 개발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재투자가 우선시됐지만, 최근에는 안정적인 수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도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며 "게임사들이 실적 성장과 주주환원을 병행하려는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