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의 2분기 실적이 엇갈렸다. 제조·공공·의료 등 산업 현장에 AI를 적용해 수주를 확보한 기업들은 외형 성장을 이어간 반면, 신사업이 아직 본격적인 매출로 이어지지 않은 대부분 기업은 수익성이 악화했다. AI 기업들이 본격적인 수익화 경쟁에 접어들면서 산업별 수요를 얼마나 빠르게 선점해 매출로 연결했는지가 실적을 가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피지컬 AI 기업 마키나락스의 올해 2분기 매출은 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6%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18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갔지만 손실 폭은 33.4% 축소됐다. 현대자동차 글로벌 생산 거점의 산업용 로봇 1400여대에 예지보전 AI를 확대 적용하는 등 제조 현장 사업 확대가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또 국방과학연구소의 AI 참모 에이전트 개발환경 구축 사업을 수주하며 국방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넓혔다.
코난테크놀로지의 2분기 매출은 41억72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1%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28억2070만원으로 손실 폭을 36.6% 줄였다. 공공 분야에서 쌓은 AI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법률·국방·제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결과다. 최근 65억5000만원 규모의 법제처 생성형 AI 법령검색 시스템 사업을 수주했으며, 네이버클라우드와는 국방·제조 특화 거대언어모델(LLM) 및 피지컬AI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셀바스AI의 2분기 매출은 333억4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7억8000만원으로 약 24.6배 늘었다. 메디아나 등 의료기기 계열사의 실적 개선이 성장을 뒷받침했다. 다만 별도 매출은 46억500만원으로 28.5% 감소했고, 영업손실 4억1500만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셀바스AI는 환자감시장치와 중앙모니터링솔루션(CMS), 전자의무기록(EMR)을 연계한 AI 의료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AI 에이전트 사업 확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은 기업도 있다. 이스트소프트의 2분기 매출은 297억3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고, 3억3200만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와이즈넛은 매출이 8.7% 감소한 74억3300만원, 영업손실은 1억6500만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솔트룩스는 매출이 64.3% 증가한 115억2600만원으로 외형은 성장했지만, 영업손실은 35억2000만원으로 7.3% 확대됐다. 세 회사 모두 AI 에이전트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수익성 개선까지 이어지지는 않은 모습이다.
바이브컴퍼니와 마음AI는 기존 사업 부진과 신사업 투자 부담이 맞물렸다. 바이브컴퍼니의 2분기 매출은 28.6% 감소한 27억15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8억3900만원으로 28.3% 줄었지만 적자를 이어갔다. 마음AI는 매출이 58.2% 급감한 9억6200만원을, 영업손실도 30억1400만원으로 88.0% 확대됐다. 두 회사 모두 각각 데이터 기반 AI 에이전트와 피지컬AI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지만 아직 신규 사업이 실적을 뒷받침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크라우드웍스와 노타는 매출 성장에도 수익성 개선에는 실패했다. 크라우드웍스의 2분기 연결 매출은 17.9% 증가한 23억5100만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35억8600만원으로 19.2% 확대됐다. 노타 역시 2분기 매출이 38억2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6배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61억9100만원으로 59.7% 증가했다. AI 데이터·피지컬AI와 모델 최적화 사업 확대가 외형 성장으로 이어졌지만 투자 비용이 늘면서 수익성까지 개선되지는 못했다.
업계에서는 실적이 성장한 AI 기업들의 공통점으로 특정 산업의 문제 해결에 집중한 전략을 꼽는다. 제조 현장의 설비 고장 예측, 공공기관의 법령 검색 등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효과가 뚜렷한 분야를 공략해 실제 수요를 매출로 연결했다는 것이다. 반면 범용 AI 서비스나 신규 제품 개발 단계에 머문 기업들은 투자 비용이 선행되는 데 비해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AI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단계"라며 "실제 산업 현장에서 생산성 향상 효과를 만들어내고, 이를 반복적인 수주와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부터는 적자를 얼마나 줄이고 안정적 수익 구조를 확보하는지가 AI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