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기술 전시회 'IFA 2026'이 9월 4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에서 개막한다. 사진은 작년 9월 열린 'IFA 2025' 행사장./IFA 매니지먼트

TV·냉장고·세탁기 등 신제품을 보여주는 전통적인 가전 중심 행사인 유럽 최대 기술 전시회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가 올해는 '소비자 기술' 전반으로 범위를 넓혀 열린다. IFA 매니지먼트는 'IFA 2026'의 슬로건을 '미래는 지금(The Future Is Now)'이라고 정하고 일상에서 쓰는 기기와 서비스를 아우르는 행사로 외연을 확장했다. 인공지능(AI)을 전시 전반의 기반 기술로 두고 스마트홈·컴퓨팅부터 휴머노이드 로봇·모빌리티·디지털 헬스·콘텐츠 제작까지 다루겠다는 것이다.

24일 IFA 매니지먼트에 따르면 IFA 2026은 내달 4일부터 8일(현지시각)까지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에서 열린다. 19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참가할 예정이다. 전시 면적만 19만㎡(약 5만7500평)에 달한다. 작년 49개국 1900개 넘는 업체가 참가했고 140개국에서 약 22만명이 방문했다. 해외 유통 바이어 비중은 67%였다.

1924년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열린 IFA는 올해 65회째다. 라디오 박람회에서 TV·생활가전과 소비자 전자제품 전반을 아우르는 행사로 성장했다. 유통사·바이어의 거래·조달 상담도 함께 이뤄져 대표적인 유럽 진출 교두보로 불린 행사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전시회(CES),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와 함께 세계 3대 테크 전시회로 꼽힌다.

◇ AI를 '새로운 인프라'로… 유통·콘텐츠까지 5개 주제

IFA 매니지먼트는 AI를 '새로운 인프라'로 규정하고 전시와 프로그램의 공통 축으로 삼았다. 전시 분야는 ▲홈·엔터테인먼트 ▲가전 ▲스마트홈 ▲통신·연결 ▲오디오 ▲컴퓨팅·게임 ▲콘텐츠 제작 ▲뷰티테크·웰빙 ▲모빌리티 ▲미래 기술 전시관 'IFA 넥스트' 등으로 구성된다. 별도 공간에 관련 기술을 모으기보다 각 제품과 서비스에 지능형 기능이 적용되는 방식으로 전시장이 꾸려진다. 기조연설과 기업 발표·토론은 ▲AI의 세계와 미래 기술 ▲유통과 미래 상거래 ▲마케팅과 창의성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스마트하고 지속 가능한 생활 등 5개 주제로 나눠 진행된다.

유통 프로그램도 늘어난다. 올해 신설된 '리테일 이노베이션 존'에서는 온·오프라인 쇼핑 연계와 소비자 행동 분석 등을 다룬다. 스마트홈과 주방·웰니스 등 향후 주거 기술을 다루는 '스마트 리빙 포럼'도 새로 만들고, 글로벌 유통업계 경영진이 AI·옴니채널·물류 등 유통 현안을 논의하는 '리테일 리더스 서밋'도 작년에 이어 올해 열린다. 기업간거래(B2B) 조달 행사 'IFA 글로벌 마켓'에는 20개국이 넘는 제조·부품 업체가 참가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등을 소개한다.

독일 메세 베를린 IFA 2026 전시장 배치도./IFA 매니지먼트

콘텐츠 분야는 전시 공간을 작년보다 70% 넓혀 2개 홀을 사용한다. 카메라·드론·렌즈·저장장치뿐 아니라 가상·증강현실(VR·AR), AI 기반 편집 기술도 전시된다. '크리에이터 허브'에는 방송·스트리밍 스튜디오와 팟캐스트 제작 공간 등이 들어선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역대 최대 규모로 전시된다. 유니트리·애지봇·딥로보틱스·매직랩·푸두로보틱스 등 주요 로봇 업체가 참가한다. 이들이 포함된 IFA 넥스트의 전체 참가 주체도 작년 260곳에서 올해 약 300곳으로 15% 늘어난다.

새로 선보이는 '로봇 온 더 런웨이'에서는 휴머노이드가 무대를 걷거나 동작을 시연한다. 엔진AI·도봇·딥로보틱스·애지봇·유니트리 등이 참여하고, 베를린 훔볼트대 연구진의 로봇 축구 시연인 로보컵도 열린다.

◇ 韓 공식 등록 90여곳… LG는 메인홀, 삼성은 도심으로

라이프 린트너 IFA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올해 한국 기업 120~140곳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IFA 홈페이지에 국가를 한국으로 등록한 참가 기업·기관은 90여곳이다. LG전자·쿠쿠전자·노타AI·리벨리온·뉴로메카 등이 이름을 올렸다.

LG전자는 메세 베를린 18홀에서 '당신에게 맞춘 혁신(Innovation in Tune With You)'을 주제로 AI 기반 가전과 TV, 에너지 관리 등을 연결하는 AI 홈을 소개한다. 'AI 가전 오케스트라' 개념을 고도화하고 최신 AI TV도 선보인다.

작년 9월 IFA 2025 LG전자 전시관 모습./LG전자

삼성전자는 전시의 중심을 메세 베를린에서 베를린 도심 '훔볼트 카레'로 옮긴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작년까지 시티큐브 베를린을 사실상 단독 사용하며 약 8700㎡를 활용했다. 삼성전자가 도심에 별도 전시를 마련하면서 빈 이 자리에는 파나소닉 등 다른 업체들이 들어선다. 삼성전자는 다만 메세 베를린에서는 'IFA 크리에이터 허브' 공식 메인 후원사로 참여해 자체 프로그램과 체험 행사를 운영한다.

국내 중소·스타트업도 IFA 넥스트에 한국관을 꾸린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는 25홀에서 10개사, 11개 부스 규모로 운영한다. 고려오트론·클레어옵틱·올더타임·임팩티브AI·피코그램·티케이케이 등 10개사가 AI·스마트홈·디지털 헬스·증강현실(AR)·확장현실(XR) 제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 中 900곳 넘어… AMD가 개막 기조연설

중국 업체의 참가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 IFA 참가 명단에 등록된 중국 기업·기관은 900곳을 웃돈다. 작년 690곳 이상에서 1년 만에 200곳 이상 늘었다. TCL·하이센스 등 홍콩 법인 명의로 등록한 곳까지 고려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개막 기조연설은 잭 후인 AMD 컴퓨팅·그래픽 그룹 수석부사장이 맡는다. '개인 AI 시대: 상상의 미래'를 주제로 고성능 컴퓨팅과 그래픽, AI가 개인용 기술에 미치는 변화를 설명한다. 가전 업체가 주로 전면에 섰던 IFA에서 반도체 기업 주요 경영진이 개막 기조연설을 맡는 것도 전시 범위가 넓어진 흐름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밖에 주요 연사로는 카르스텐 빌트베르거 독일 디지털·국가현대화부 장관, 크리스티네 볼부르크 폭스바겐 최고브랜드책임자(CBO), 다비드 레거 뉴라로보틱스 창업자 겸 CEO 등이 꼽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IFA가 과거보다 국내 업계에서 갖는 영향력이 줄었고 중국 업체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라는 의미가 있고 여러 거래처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