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외부 개발자에게 열어준 검색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인공지능(AI)의 학습·답변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이용약관에 못 박았다. 검색 API의 제공 창구를 기존 '개발자센터'에서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NCP)의 '네이버 API 허브'로 이관해 종량제 과금을 도입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대화형 AI 검색 서비스 'AI탭'을 확대하는 시점에 맞춰, 네이버의 검색 데이터가 외부 AI로 흘러 나가는 통로를 봉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AI탭'. /네이버 제공

24일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 개발자센터는 최근 '네이버 API 서비스 이용약관'을 개정한다고 공지했다. 현행 약관은 '검색 API'와 관련, "검색 결과를 독립적으로 노출하고 왜곡하지 말라"고 간단히 규정한다. 개정안은 ▲데이터를 AI에 입력하거나 학습, 개선, 평가 및 노출 등에 활용하는 행위 ▲검색 API를 활용해 이익을 얻는 행위 ▲데이터를 제3자에게 제공, 판매하는 행위 ▲데이터를 복사, 저장 또는 캐싱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한다. 개정안은 다음 달 7일 시행된다.

API란 특정 서비스의 기능과 데이터를 외부 프로그램이 정해진 형식으로 받아 갈 수 있게 만든 것을 의미한다. 개발자는 네이버가 열어 둔 검색 API를 이용해 자신이 개발한 웹 또는 모바일 앱에 네이버 검색 결과를 뉴스, 백과사전, 블로그, 쇼핑, 웹 문서, 전문 정보, 지식iN, 책, 카페 글 등 분야별로 보여줄 수 있다. 네이버는 자사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2006년 검색 서비스를 오픈 API로 개방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AI 활용 금지'다. 개정안은 네이버 검색 데이터로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것뿐 아니라, AI에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과 결과를 노출하는 것까지 제한했다. 학습만 막을 경우 검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끌어와 답변에 표시하는 검색 증강 생성(RAG)은 빠져나갈 여지가 있지만, 노출까지 금지하면 외부 AI가 네이버 검색 API를 쓰는 길이 사실상 닫힌다. 여기에 재판매와 수익화 금지까지 더해졌다. 네이버는 작년부터 크롤링(crawling·데이터 추출)을 통한 AI의 무단 수집을 막아왔는데, 이번 API 약관 개정은 정식 API로 제공한 데이터의 AI 활용까지 제한한다.

네이버는 이와 별도로 검색 API, 검색어 트렌드, 쇼핑 인사이트 등 3가지 API를 제공하는 주체를 최근 '개발자센터'에서 네이버 API 허브로 변경했다. 개발자센터에서 검색 API는 무료 제공이었지만, 네이버 API 허브는 무료 쿼터를 넘어서는 호출에 종량제를 적용한다. 검색 API가 유료 서비스로 접어든 셈이다. 다만 네이버는 당장 유료화를 적용하지 않았고, 추후 적용한다고 공지했다.

이 같은 조치는 네이버의 AI 검색 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6월 'AI탭'을 전체 사용자 대상으로 정식 출시했다. 블로그·카페·쇼핑·플레이스 등 자사 콘텐츠를 근거로 답변을 내놓는다. 구매와 예약으로 이어지는 실행형 AI를 지향한다. AI탭의 경쟁력은 네이버 콘텐츠와 한국어 데이터에서 나오는데, 외부 AI가 네이버 검색 API를 활용해 똑같은 데이터를 쓰면 AI탭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 네이버는 이달 1일부터 검색 API 가운데 쇼핑 검색 데이터는 API로 제공하지 않기로 했는데, 쇼핑 데이터는 AI탭이 실행형 검색으로 이어지는 핵심 자산이다.

해외에서도 무료로 열어둔 검색 API를 닫고 유료화한 사례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개발자들이 자사 서비스에 검색 기능을 붙일 때 쓰던 빙(Bing) 검색 API를 2025년 8월 종료했다. 대신 애저(Azure) 클라우드 내 '그라운딩 위드 빙 서치(Grounding with Bing Search)'를 대안으로 내놨는데,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애저 프로젝트를 구축해야 하고 호출마다 비용을 내야 한다.

이경전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여러 AI 서비스가 네이버 API를 호출해 네이버 검색 데이터를 학습에 쓰거나, 자사 서비스에 활용하거나, AI 에이전트가 직접 API를 불러다 쓰는 사례가 나타났다"며 "이를 막으려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AI 서비스는 모델의 성능만큼이나 AI가 활용하는 콘텐츠가 중요해진다"며 "네이버는 AI 서비스의 힘이 회사가 쥔 콘텐츠에서 나온다고 보고, 경쟁사가 될 만한 곳이 무분별하게 API에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