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달리

인공지능(AI)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네이버와 카카오가 상반된 사업 재편에 나섰다. 카카오는 적자가 지속되거나 핵심 사업과 연계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한 데 이어, 회사를 카카오톡·AI·광고·커머스에 집중하는 '카카오AI'와 계열사 관리·신사업 투자를 담당하는 '카카오X'로 분리하기로 했다. 반면 네이버는 해외 플랫폼 인수를 통해 AI에 활용할 이용자·상품·거래 데이터를 확충하고 있다. 2024년까지 나란히 자회사를 줄였던 두 회사의 AI 성장 전략이 카카오의 '분리·집중'과 네이버의 '글로벌 확장'으로 갈리는 모습이다.

24일 조선비즈가 양사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말 네이버의 연결 종속회사는 95개로 지난해 6월 말(89개)보다 6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는 162개에서 125개로 37개 감소했다. 양사의 종속회사 수 격차도 73개에서 30개로 좁혀졌다.

두 회사는 2024년까지만 해도 나란히 몸집을 줄였다. 네이버의 종속회사는 2023년 말 103개에서 2024년 말 82개로, 카카오는 175개에서 158개로 감소했다. 사업성이 낮거나 본업과 연계성이 약한 법인을 정리해 경영 효율을 높이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방향이 갈렸다. 자회사 수보다 주목할 대목은 편입·제외된 사업이다. 이를 통해 양사의 자원 배분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카카오는 손실을 내거나 카카오톡과 연계성이 낮은 사업을 집중적으로 덜어냈다. 올해 상반기 카카오게임즈가 연결 대상에서 빠지면서 메타보라, 엑스엘게임즈,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오션드라이브스튜디오 등 게임 관련 법인이 대거 제외됐다. 포털 다음 운영사 에이엑스지(AXZ)와 청산한 콘텐츠 법인들도 연결에서 빠졌다. 앞서 카카오헬스케어 경영권은 차바이오그룹에 넘겼다.

카카오에 따르면 게임·헬스케어 등 연결 대상에서 제외한 법인들의 지난해 합산 영업손실은 약 1000억원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연간 영업이익률이 약 2%포인트 개선된다. 계열사 정리가 단순한 몸집 줄이기를 넘어 수익성을 개선하고 AI에 투입할 자본과 인력의 여력을 확보하는 과정인 셈이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회사 분할로 이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21일 카카오톡·AI·광고·커머스를 맡는 신설법인 '카카오AI'와 주요 계열사를 관리하고 신사업에 투자하는 존속법인 '카카오X'로 회사를 인적분할한다고 발표했다. 카카오AI는 자본과 인력을 카카오톡 기반 AI 서비스에 집중하고, 카카오X는 테크핀·콘텐츠·모빌리티 계열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 2년간 진행한 계열사 감축이 AI 사업과 투자 사업을 분리하는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어진 것이다.

네이버는 반대로 AI 기술을 적용할 해외 시장과 이용자 기반을 넓히고 있다. 다만 올해 상반기에 종속회사 수가 순증한 것은 아니다. Npay Japan Corporation과 스페인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 왈라팝, 웹툰 지식재산권(IP) 영상화를 위한 투자·운용 법인 2곳 등 4개를 편입하는 동시에 기존 투자 법인 4곳을 청산해 지난해 말과 같은 95개를 유지했다. 1년 전보다 6개 늘어난 것은 지난해 하반기에 해외 사업 법인을 확충한 결과다. 기존 투자 법인을 정리하는 대신 결제·C2C·웹툰 IP 등 성장 분야 법인을 편입하며 포트폴리오를 교체한 셈이다.

가장 큰 변화는 왈라팝 편입이다. 네이버는 기존 지분 29.5%에 3억7700만유로(인수 발표 당시 약 6045억원)를 추가 투자해 잔여 지분을 확보했다. 연결 편입 이후 왈라팝이 네이버의 상반기 실적에 보탠 매출은 876억원, 순이익은 56억원이다.

네이버는 한국 크림, 일본 소다, 북미 포시마크, 유럽 왈라팝으로 이어지는 C2C 사업망을 구축했다. 반기보고서에서 각 플랫폼을 통해 지역별 거래 동향과 데이터를 확보하고 향후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해 국가 간 거래 기반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AI 기반 추천과 이미지 검색 기술도 C2C 사업의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두 회사가 감수해야 할 위험은 다르다. 네이버는 인수 비용과 통합 위험을 감수하고 AI를 적용할 이용자와 시장을 외부에서 확보하는 길을 택했다. 카카오는 성장성이 낮은 사업을 덜어내고 기존 이용자 기반에서 AI 매출을 만드는 데 승부를 걸었다. 한쪽은 외부 확장, 다른 한쪽은 내부 자원 재배치에 나선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자회사 수의 증감보다 어떤 사업에 자본을 배분하고 본업과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가 중요하다"며 "네이버는 지역별로 흩어진 플랫폼의 기술과 데이터를 통합할 수 있는지, 카카오는 회사 분할이 의사 결정 속도와 AI 사업의 수익성을 실제로 높이는지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