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부./삼성전자 제공

인공지능(AI)발 메모리 수요로 D램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지만, D램 시장 1위 삼성전자의 올 하반기 공급 확대 속도는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10나노 5세대(1b)에서 10나노 6세대(1c)로 공정 전환을 우선시하며 물량 확대보다는 수율 안정화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4일 조선비즈가 확보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D램 생산능력은 지난해 연간 769만5000장에서 올해 817만5000장으로 약 6%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내년에도 전체 D램 생산능력은 828만장으로 증가율이 1.3%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구공정 D램 장비를 6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HBM4)에 탑재되는 1c D램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부 생산량 손실(로스)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관계자는 "평택캠퍼스에 꾸준한 증설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 가동 중인 라인으로 D램 생산능력을 시장 수요에 맞춰 대폭 늘리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며 "기본적인 회사 방침은 양적 팽창보다는 최첨단 D램의 수율과 생산성 쪽에 방점을 찍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전영현 부회장의 기본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평택캠퍼스는 기존 라인 개조를 통한 공정 전환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성숙 공정에 머물던 일부 라인이 6세대 공정으로 리트로핏(retrofit·기존 설비 개조) 전환에 나서면서, 평택 공장이 삼성전자 전체 D램 생산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49.5%에서 2027년 55.4%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신규 팹 완공에 따른 증설이 아니라 기존 라인 개조를 통한 증가이기 때문에 실제 체감 공급 확대 속도는 표면적 수치보다 더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화성 16·17 라인은 3년째 정체 내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4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세계 메모리 시장 경쟁 심화에 따라 레거시(구형) 제품 수익성이 감소했다며, 기존 D램 매출의 30%를 차지하던 레거시 D램과 낸드플래시 비중을 대폭 축소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화성 12라인의 경우 기존 2차원(D) 낸드 양산을 종료하고 화성 15라인의 백엔드(BEOL) 공정용 '엔드팹(End-fab)'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최근 마무리됐으며, 하반기부터 D램 출하량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16·17라인 역시 이 같은 레거시 정리·용도 재편 흐름과 맞물려 생산능력 증가세가 둔화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2025년 606만장에서 2026년 666만장으로 9.9%, 2027년에는 729만장으로 9.5% 증가하며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양사 D램 생산능력 격차는 2025년 163만5000장(삼성이 27.0% 우위)에서 2027년 99만장(13.6% 우위)으로 2년 만에 39%가량 좁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과거 5세대(1b) D램 수율 경쟁에서 열세를 보인 만큼 신규 증설로 물량을 늘리기보다 수율 안정화에 우선순위를 두는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전영현 부회장 취임 이후 전 제품 공정·설계를 재점검하고 5세대 D램부터 안정성을 다지는 방향으로 생산능력 운용 속도를 스스로 조절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D램 시장 1위 삼성전자의 전략적 선택이 하반기 공급 부족 국면에서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신규 라인 중심 증설로 격차를 좁히는 사이, 삼성전자는 물량보다 품질에 방점을 찍은 셈이어서 공급 대응력에서는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웨이퍼 투입량 기준 공급 능력이 실제 시장 수요 대응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는 반론도 있다. 최신 D램 공정일수록 동일 웨이퍼당 비트 밀도가 높아, 비트 환산 기준으로는 상반기의 극심한 수급 불균형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웨이퍼 투입량만 보면 삼성전자의 증설 속도가 더뎌 보이지만, 비트 그로스(생산량 증가율)로 보는 실질 공급 능력은 늘고 있다"며 "다만 하반기 D램 공급 부족이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메모리 시장 호황은 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