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올해 상반기 가전사업에 역대 최대인 5600억원을 투자했다. 양호한 실적을 보인 가전사업의 수익을 해외 생산거점 확충과 국내 생산공정 고도화에 재투자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등 글로벌 가전 시장의 경쟁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현재의 수익성을 생산 경쟁력으로 연결해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소재·부품·로봇 등 신규 사업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LG전자가 브라질 파라나주에 새로운 가전 공장을 가동하며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에서 성장을 가속화한다. 사진은 13일(현지시간)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LG전자 브라질 파라나주 가전공장의 모습./LG전자 제공

24일 LG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의 올해 상반기 투자액은 5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313억원보다 약 69%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최근 5년간 HS사업본부의 상반기 투자액이 3000억원 안팎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투자 규모가 크게 늘었다.

투자 확대의 배경에는 가전사업의 실적 호조가 있다. HS사업본부는 올해 상반기 매출 14조188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9.0%에 달했다. LG전자는 북미·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동시에 인도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는 중가 제품군인 '볼륨존'을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판매 지역과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의 가전·TV 사업 수익성 격차도 올해 들어 확대됐다. 사업 범위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LG전자 HS(생활가전)·MS(미디어엔터테인먼트)·ES(에코솔루션)사업본부와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DA(생활가전)사업부를 비교하면 영업이익 격차는 1분기 9900억원에서 2분기 1조1511억원으로 늘었다. 상반기 누적 격차는 2조1411억원에 달했다.

특히 2분기에는 양사의 매출 규모가 비슷했지만 수익성은 엇갈렸다. LG전자 HS·MS·ES사업본부의 합산 매출은 14조9164억원, 영업이익은 1조1411억원이었다. 삼성전자 VD·DA사업부는 매출 14조5000억원을 기록했지만 1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삼성 VD·DA사업부는 1분기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뒤 2분기 적자로 전환했다. 사업 범위가 일부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비슷한 매출 규모에서 수익성 차이가 두드러졌다.

◇ 글로벌 사우스 생산거점 늘리고 창원 '마더팩토리' 고도화

LG전자는 가전사업에서 확보한 투자 여력을 글로벌 생산체계 재편과 제조 경쟁력 강화에 투입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투자액 상당 부분은 브라질 파라나와 인도 스리시티 신공장 건설, 경남 창원공장 생산공정 선진화 등에 쓰였다. 성장성이 높은 신흥시장에서는 현지 생산능력을 늘리고, 국내에서는 글로벌 생산거점에 적용할 제조 기술을 고도화하는 방향이다.

이는 LG전자가 최근 추진하는 '글로벌 사우스' 공략과도 맞닿아 있다. 인도에서는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신규 가전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브라질에서도 파라나주에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성장 여력이 큰 인도와 중남미 시장에서 현지 생산능력을 확보해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는 동시에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낮추려는 것이다. 생산거점을 분산함으로써 지정학적 변수와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는 효과도 있다.

해외 생산거점 확대와 함께 국내 생산기지의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 창원공장은 LG전자 생활가전의 핵심 생산기지이자 해외 생산법인에 제조 기술과 공정 노하우를 전파하는 '마더팩토리' 역할을 맡고 있다. LG전자는 창원공장의 생산공정을 선진화해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인도·브라질을 비롯한 해외 생산거점에 적용하는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기존 가전의 생산 경쟁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신규 사업에도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LG전자는 베트남 하이퐁에 연산 2000톤 규모의 유리파우더 기반 기능성 소재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가전 제조 과정에서 축적한 소재 기술을 외부 고객사에 공급하는 기업간거래(B2B) 소재 사업으로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하반기에는 투자 영역을 부품과 로봇으로 넓힌다. 차세대 핵심 부품으로 육성하는 액추에이터의 본격적인 양산을 위한 생산설비 투자를 집행하는 한편, 서울 양재에 조성 중인 로봇 데이터팩토리에도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로봇 데이터팩토리는 로봇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가공하는 시설이다. LG전자는 가전에서 축적한 모터·센서·제어 기술 등을 로봇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가전사업에서 확보한 기술과 자금을 소재와 부품, 피지컬 AI 등 인접 영역으로 확장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사업에서 확보한 성과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로 이어가고 있다"며 "글로벌 생산거점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신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