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달리

카카오가 카카오톡·인공지능(AI) 사업과 금융·콘텐츠·모빌리티 계열사 투자·관리 사업을 별도 회사로 나눈다. 카카오는 분할 이유로 '빠른 의사결정'을 들었다. 2년 전 AI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핵심 사업과 인력을 본사로 가져올 때도 명분은 속도였다. 당시에는 AI 기술과 카카오톡 서비스를 한 회사에 모아야 실행력이 높아진다고 했다. 이번에는 두 사업의 결합은 유지하되 계열사 투자·관리 사업과 법적으로 분리해야 의사결정과 자본 배분이 빨라진다고 설명한다. 통합과 분할의 대상은 다르지만, 조직 구조를 바꿀 때마다 같은 해법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문인력과 컴퓨팅 인프라, 차별화된 제품과 수익모델은 조직도를 바꾼다고 생기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의 반응도 냉랭했다. 카카오 주가는 21일 분할 발표 이후 낙폭을 키워 장중 3만3600원까지 떨어졌다. 전날 종가(3만8700원)보다 5100원(13.18%) 낮은 수준이다. 인적분할로 기존 주주의 지분이 곧바로 희석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은 분할만으로 두 회사의 합산 기업가치가 높아질지에 의문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 흡수·통합·분할… 매번 명분은 '속도'

카카오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분할비율은 카카오AI 0.36, 카카오X 0.64로, 기존 주주는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받는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에 검색·추천부터 예약·구매·결제까지 수행하는 AI를 결합한다. 2030년 AI 일간활성이용자(DAU) 2000만명, 전체 매출 6조원과 AI 매출 1조원이 목표다. 카카오X는 금융·콘텐츠·모빌리티 계열사와 신규 투자를 맡는다.

카카오는 2024년 6월 카카오브레인의 언어·이미지 모델 사업과 핵심 인력을 본사로 옮겼다. AI 기술과 카카오톡 서비스를 한데 모아 실행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올해 2월에는 카나나와 AI 스튜디오로 나뉜 조직을 AI 스튜디오로 일원화하고 정신아 대표가 직접 총괄하는 체제로 바꿨다. 그로부터 반년 만에 법인 구조까지 다시 짜는 것이다.

이번 분할은 카카오톡과 AI의 결합을 유지하기 때문에 2024년 통합 전략을 뒤집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AI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한 원인을 조직 구조에서 찾는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올해 초에는 최고AI책임자를 지낸 이상호 성과리더와 카나나 모델 개발을 이끈 김병학 성과리더도 잇달아 떠났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회사 분할로 의사결정 단계는 줄일 수 있지만 AI 인력과 그래픽처리장치(GPU), 차별화된 서비스가 저절로 확보되지는 않는다"며 "조직개편이 아니라 제품과 수익화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가치 두 배" 주장에도 주가 급락

카카오는 분할을 통해 각 사업의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외 증권사의 사업별 가치 합산(SOTP) 추정치 평균은 34조2000억원으로, 최근 3개월 평균 시가총액 16조8000억원의 두 배를 웃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별 추정가치의 합이 실제 시장가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X는 금융·콘텐츠·모빌리티 자회사 지분을 관리하는 투자회사 성격이 강해진다. 법률상 지주회사에 해당하는지와 별개로 보유 자회사 가치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지주회사 할인'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중복 상장과 비상장 계열사의 가치 변동도 변수다.

물적분할과 달리 기존 주주가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받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주식 두 종목을 받는 것과 보유자산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분할 이후 두 회사의 합산 가치가 기존 카카오보다 낮게 평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발표 당일 주가 급락은 시장이 카카오가 제시한 '숨은 가치'보다 분할 이후의 불확실성을 먼저 반영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카카오톡 실적을 'AI 성과'로 포장해선 안 돼

카카오는 자체 범용모델 개발에만 매달리기보다 오픈AI·구글 등 외부 모델을 활용하면서 약 5000만명의 카카오톡 이용자를 거래로 연결하는 전략을 택했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기반모델 경쟁을 피하고 이용자 접점에 집중한다는 점에서는 현실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검색·쇼핑·예약·결제를 연결하는 AI 에이전트는 국내외 플랫폼 기업도 경쟁적으로 개발하는 영역이다. 국민 메신저를 보유했다는 사실과 AI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카카오톡 이용자 규모가 진입장벽이 되려면 다른 서비스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기능과 데이터, 거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카카오AI에는 AI 사업뿐 아니라 카카오톡 광고와 커머스라는 안정적인 수익원이 함께 들어간다. 카카오는 올해 2분기 매출 2조985억원, 영업이익 2770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분할 이후 카카오톡의 광고·커머스 매출이 늘면 카카오AI 전체 실적은 개선될 수 있지만 이를 곧바로 AI 사업의 성과로 볼 수는 없다.

카카오는 AI가 기존 사업의 매출을 얼마나 추가로 늘렸는지, AI 서비스에서 발생한 이용자와 거래액·구독자·매출이 얼마인지 구분해 공개해야 한다. 2030년 AI DAU 2000만명과 AI 매출 1조원이라는 목표가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조직도보다 제품과 지표가 먼저 나와야 한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입증해야 할 것은 회사를 얼마나 빠르게 나눌 수 있는지가 아니다"라면서 "나눠진 회사에서 이전보다 빠르게 제품을 내놓고 실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