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 카카오AI 대표 내정자(현 카카오 대표·왼쪽)와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현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그래픽=챗GPT 달리, 사진=카카오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사업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카카오톡 중심 사업과 계열사 투자·관리 사업을 별도 회사로 분리한다고 21일 밝혔다. 카카오 본체의 이사회와 투자심의 안건 가운데 80% 이상이 자회사 문제에 집중되면서 AI 사업에 충분한 경영자원을 투입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이날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현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카카오가 개최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자회사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고 관리하느라 카카오 본체의 경영자원 상당 부분이 중요한 일이 아닌 급한 일에 쓰였다"며 "지금 속도를 내지 못하면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AI 서비스의 선두 주자가 될 중요한 시점을 놓칠 수 있다는 절실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 "이사회 안건 85%가 자회사 관련"

김 내정자는 최근 5년간 카카오 이사회가 다룬 주요 안건 23건 가운데 약 85%가 자회사 지원 등과 관련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1년간 내부 투자심의 안건 32건 중에서도 자회사 관련 안건이 84%를 차지했다. 그는 "자본시장에서는 최근 2~3년간 B2C AI 서비스의 사업화와 사업모델 명확화를 강하게 요구했다"며 "반면 카카오는 어려움을 겪거나 자본 지원이 필요한 자회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경영진과 이사회의 집중력을 대부분 사용했다"고 말했다.

분할 이후 두 회사는 독립적으로 경영된다. 김 내정자는 카카오X를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계열사 공동 현안을 조율해 온 CA협의체와 같은 조직도 더는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카카오톡 플랫폼과 카카오X 산하 계열사 간 사업 협력은 기존처럼 유지한다.

김범수 창업자의 지배력도 달라지지 않는다. 인적분할 후 김 창업자와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지분은 같은 비율로 두 회사에 배분된다. 김 내정자는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성장과 혁신을 지원하는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AI는 분할 시점에 현금 약 2조3000억원을 보유하고 출범한다. 올해 기준 연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창출력은 약 7000억원으로 예상됐다. 김 내정자는 자체 현금흐름으로 AI 투자와 주주환원을 함께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X는 자체 재원 2조3000억원과 계열사 보유 재원 4조1000억원 등 총 6조4000억원을 투자에 활용한다. 테크핀에서는 가상자산·스테이블코인, 콘텐츠에서는 글로벌 팬덤 플랫폼, 모빌리티에서는 로보택시·스마트 물류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

◇ "AI 요청 절반 기기에서 처리… 서버 비용 90% 절감"

정신아 카카오AI 대표 내정자(현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톡의 5000만 이용자와 자체 경량 AI 모델을 결합해 비용 효율적인 AI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카카오AI는 이용자 요청의 절반가량을 자체 경량 모델 '카나나 나노'를 이용해 스마트폰 등 기기 안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복잡한 요청만 서버 AI 모델과 전문 에이전트로 보내는 방식이다. 정 내정자는 "온디바이스 우선 처리와 지능형 모델 연결을 통해 성능을 유지하면서 서버 추론 비용을 최대 90%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체 AI 모델 개발도 계속한다. 정 내정자는 "해외의 대형 모델보다 카카오 서비스에 맞고 이용자의 맥락을 이해하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며 "서비스에 필요한 모델을 독자적으로 계속 개발하겠다"고 했다. 대규모 인수·합병보다는 내부 인재 육성과 외부 핵심 인재 영입, 외부 사업자와의 제휴에 집중할 방침이다.

카카오AI는 2030년까지 AI 일간활성이용자(DAU) 2000만명, 전체 매출 6조원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AI 광고와 에이전트 커머스, 구독 사업을 키워 AI 매출을 1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영업이익률 30%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정 내정자는 "5000만 이용자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카카오톡에 AI를 접목해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실제 실행까지 연결하겠다"며 "카카오만의 방식으로 AI 시장에서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