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나이트(Fortnite)는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인기 게임이지만, 앞으로는 모든 게임과 브랜드를 아우르는 거대한 게임 생태계로 거듭날 것입니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20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언리얼 페스트 서울 2026' 기조연설에서 "게임 개발자들로부터 가장 자주 듣는 말은 로블록스가 글로벌 게임산업을 장악할 것이란 우려"라면서 포트나이트를 로블록스의 대항마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미국 게임사 에픽게임즈는 전 세계적인 흥행작 '포트나이트' 제작사이자, 게임 제작에 필요한 도구와 소프트웨어 엔진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은 유니티의 '유니티 엔진'과 전 세계 게임 엔진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날 에픽게임즈는 개발자 대상 연례행사인 '언리얼 페스트 서울'에서 최신 기술과 향후 전략을 소개했다.
스위니 대표는 로블록스로 대변되는 거대 게임 플랫폼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로블록스는 게임을 즐기는 어린이 거의 전부를 포함해 4억명의 월간 이용자를 보유한 게임 플랫폼"이라며 "어린 게이머들이 전부 로블록스에 유입되고, 로블록스만 계속 성장한다면 미래의 이용자 기반을 뺏길 수 있다"고 했다.
'초통령 게임'으로 불리는 로블록스의 부상은 인공지능(AI)의 확산과 더불어 최근 게임산업을 흔들고 있는 큰 변화 중 하나다. 스위니 대표는 "새로운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개별 게임을 구매하지 않고 게임 생태계 안에서 게임을 즐기고 친구들과 소통하고 있다"며 로블록스 같은 게임 플랫폼이 이용자를 묶어두는 '락인(lock-in·가두기) 효과'가 강해지면서 탄탄한 이용자 기반 없이 새로 출시되는 소규모 게임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에픽게임즈는 게임이 생태계 중심으로 재편되는 이런 흐름에 발맞춰 포트나이트를 단일 게임을 넘어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열린 생태계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최종 목표는 1인 개발자가 제작한 게임부터 수천명의 개발자를 투입해 만든 AAA급 대형 게임까지 모든 장르와 규모의 게임을 지원하고, 게임과 플랫폼 간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스위니 대표는 "우리의 해법은 모든 게임을 단일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이라며 "최고의 개발자들이 만든 최고의 게임을 한 곳에 모아 로블록스보다 나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에픽게임즈가 2017년 선보인 배틀로얄 게임 포트나이트는 오늘날 다양한 종류의 게임과 7600만명의 월간활성이용자(MAU)를 보유한 게임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현재 포트나이트는 폐쇄형 생태계지만, 에픽게임즈는 앞으로 포트나이트를 100% 개방된 생태계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이런 열린 게임 생태계 구축 전략의 일환으로 에픽게임즈는 차세대 '언리얼 엔진 6'를 내년 말에서 2027년 출시 목표로 준비 중이다. 스위니 대표는 "언리얼 엔진 6는 게임 개발 과정을 크게 개선할 것"이라며 "기본 구상은 게임을 한 번만 개발하면 이를 모든 콘솔·모바일 스토어와 플랫폼에 실시간 배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에픽게임즈는 AI 기반 게임 개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언리얼 엔진을 고도화하고 있다. 스위니 CEO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와 오픈AI의 '코덱스', 커서 등 AI 도구가 언리얼 엔진과 최대한 효율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AI 모델 개발사와 협력하고 있다"며 "개발자는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코드를 작성하고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스위니 대표는 애플의 인앱 결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국 소비자가 한국 게임사의 게임 아이템을 사고 한국 결제사가 결제를 처리하는 구조라 애플은 이 과정에서 사실상 아무런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며 "애플이 수수료를 26%나 가져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고 0%로 수렴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또 애플은 일본 iOS에서는 경쟁 앱마켓을 내려받을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경쟁 앱마켓 설치 자체가 막혀있다고 언급하면서 "이는 한국 시장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픽게임즈는 지난해 미국에서 인앱 결제 강제가 반독점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스위니 대표는 "구글, 삼성과는 원만한 합의에 이르렀지만, 애플과는 여전히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며 "개발자들의 자유를 위해 승리할 때까지 애플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이날 스위니 대표는 한국 시장에서의 성과도 공유했다. 그는 "한국 이용자들이 지난해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게임을 즐긴 시간은 전년 대비 26% 증가했고, 게임 지출액은 12배 뛰었다"며 "이에 따라 한국은 에픽게임즈 스토어 지출액 기준 세계 16위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은 3위로 올라섰다"고 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지난해 전 세계 이용자 지출액이 11억6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한국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려졌다.
나아가 "전 세계 게임산업은 혼란과 변화가 공존하는 격변의 시대를 맞이했지만, 한국 게임산업은 매출과 세계 시장 점유율 모두 증가하는 추세"라며 "모바일과 PC는 물론, 이제 콘솔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게임사가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독창적인 지식재산권(IP)을 개발한 사례로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블러드레인', 넥슨의 '빈딕투스: 디파링 페이트', 엔씨의 '신더시티' 등을 꼽았다. 위메이드맥스의 '프로젝트 탈'과 넥슨의 '우치 더 웨이페어러'처럼 한국의 전통문화와 신화를 소재로 쓴 게임도 주목받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