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스마트워치로 이어진 웨어러블 기기의 다음 무대는 어디일까.
애플에서 약 24년간 하드웨어를 개발한 브라이언 린치(Brian Lynch)는 손목이 아닌 '손가락'에 주목했다. 린치는 애플에서 제품 디자인과 첨단 소재, 시뮬레이션, 하드웨어 분야를 두루 경험한 엔지니어 출신 임원이다. 여러 부품과 기술을 제한된 공간에 집약하면서 성능과 디자인, 사용성을 함께 끌어올리는 애플의 하드웨어 개발을 오랫동안 경험했다. 그가 선택한 다음 행선지는 스마트링 기업 오우라(Oura)였다. 화면이 달린 스마트워치보다 훨씬 작은 반지 안에 센서와 배터리, 프로세서를 넣어 건강 데이터를 측정하는 회사다.
핀란드에서 설립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오우라는 지난해 10월 9억달러(약 1조25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10억달러(약 15조원)를 인정받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세계 스마트링 출하량의 74%를 차지했고, 2025년 매출은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했다. 오는 25일 신제품 '오우라 링 5'를 국내에 출시한다.
린치 오우라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은 지난 18일 조선비즈와 만나 "가장 좋은 웨어러블은 사용자가 실제로 계속 착용하고 싶은 제품"이라고 했다. 그가 그리는 미래의 웨어러블은 알림을 더하는 기기가 아니다. 사용자의 관심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밤낮으로 건강 신호를 측정하는 '조용한 건강 동반자'에 가깝다. 다음은 린치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애플을 떠나 오우라로 옮긴 결정적인 이유는.
"오우라의 제품과 미션에 깊이 매료됐다. 오우라는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을 더 잘 이해하고 이상 신호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헬스케어를 사후 대응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려 한다. 내 커리어를 투자할 가치가 충분한 미션이라고 생각했다."
―애플에서 얻은 경험 가운데 현재 역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과 협업하는 방법이다. 오우라 링을 만들려면 과학과 알고리즘, 펌웨어, 전기·기계공학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어느 한 분야도 독립적으로 일할 수 없다. 우리 팀의 목표는 믿고 사용할 만큼 정확하고, 매일 착용할 만큼 편안한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이다."
―스마트링이 차세대 웨어러블로 주목받는 이유는.
"가장 좋은 웨어러블은 사용자가 계속 착용하고 싶은 제품이다. 충전을 위해 자주 벗거나 수면 중 착용하기 불편하면 중요한 건강 데이터를 놓친다. 오우라 링은 주얼리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설계됐다. 오우라 링은 한 번 충전하면 최대 일주일 사용할 수 있다. 정확한 측정과 24시간 데이터가 결합되면 개인의 평상시 건강 기준과 그 기준에서 벗어난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손목이 아닌 손가락에서 측정하면 어떤 장점이 있나.
"정확도는 측정 위치에서 시작된다. 손가락은 동맥이 피부 표면과 가깝다. 손목은 체모와 연골, 피부색 등에 따라 신호가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손가락에서는 상대적으로 강하고 일관된 맥박 신호를 얻을 수 있다. 체온 변화를 측정하는 데도 유리하다. 사람들이 반지 착용에 익숙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오우라 링 5는 전작보다 크기가 40% 작다. 성능과 배터리를 어떻게 유지했나.
"어느 것도 타협하지 않으려고 했다. 부품을 물리적 한계에 가깝게 줄이면서 가능한 한 많은 기술을 작은 공간에 넣었다. 반대로 링이 얇아지면서 LED가 피부에 가까워져 더 좋은 신호를 얻는 효과도 있었다. 소형화와 정확도, 배터리, 착용감은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설계 문제다. 리튬 배터리 용량이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완충 후 사용할 수 있는 기간뿐 아니라 처음과 비슷한 성능을 몇 년간 유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강 신호는 무엇인가.
"광혈류측정(PPG) 신호가 핵심이다. 그러나 갈수록 중요한 것은 하나의 센서보다 여러 센서가 함께 작동하는 방식이다. 알고리즘은 각각의 신호를 결합하고, 장기간 축적된 데이터에서 변화와 패턴을 찾아낸다. 머신러닝이 발전하면서 개별 센서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복잡한 생체 데이터를 수면 점수처럼 단순하게 보여주는 이유는.
"데이터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때 유용하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매일 측정한 데이터를 각 사용자의 평소 기준과 비교한다. 여러 지표가 함께 달라지면 휴식을 우선하도록 안내할 수 있다. 하루의 점수 하나보다 시간에 따른 추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웨어러블의 경쟁력은 하드웨어와 AI 가운데 어디에서 결정될까.
"어느 하나만으로는 어렵다. 정확한 센싱 데이터가 객관적인 기반이라면 AI는 이를 사용자가 활용할 수 있는 추세와 분석으로 바꾼다.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다른 하나의 가치도 충분히 발휘되지 않는다. 정확한 센싱과 과학적 검증, 개인화 알고리즘을 결합해 사용자가 데이터와 가이드를 모두 신뢰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스마트링은 스마트워치를 대체할 수 있을까.
"직접 경쟁하기보다 역할이 다르다. 스마트워치는 알림과 앱, 낮 시간대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오우라 링에는 화면도 진동도 없다. 수면 중을 포함해 온종일 착용하면서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는 사이 건강 데이터를 측정하고, 필요할 때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링을 출시했고 애플의 시장 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우라의 기술적 강점은 무엇인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애플의 시장 진입)을 전제로 경쟁 구도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오우라는 오랫동안 스마트링 한 분야에 집중하며 제품과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과학과 알고리즘, 하드웨어, 기계·전기공학, 펌웨어 전문가들이 긴밀하게 협업한다. 이 분야에서 먼저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 높은 집중력이 강점이다."
―오우라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헬스케어를 질병이 발생한 뒤 치료하는 방식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앞으로 웨어러블은 개인의 평소 기준에서 벗어난 변화를 조기에 포착하는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 의료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빠른 상담과 개입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이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일이 아니라 정확한 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해 개인에게 맞는 행동 가능한 정보로 바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