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LG디스플레이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취임 이후 추진한 원가 혁신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3년 연간 기준 98.4%였던 LG디스플레이의 매출원가율은 작년 86.9%로 낮아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86.3%까지 내려갔다. 2023년에는 매출 100원당 약 98원을 원가로 썼다면 최근에는 86원 수준으로 줄면서 수익 구조가 뚜렷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TV·IT 기기 수요 정체까지 겹치면서 외형 성장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런 환경일수록 고부가가치 제품 비율을 높이고 제조비를 낮추는 경쟁력이 수익성 방어에 중요하다고 본다. 정 사장은 취임 직후 "사업 전반의 원가 혁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선언한 뒤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정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 ▲저수익 제품 축소 ▲인력 운영 효율화 등을 추진했다. 인공지능(AI)을 개발·생산 과정에 적용해 제조 효율을 높이는 작업도 병행했다. 이 같은 체질 개선이 매출원가율 하락과 손익 회복에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1조1461억원, 매출원가는 9조6165억원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매출원가율은 86.3%로, 작년 상반기(89.3%)보다 3.0%P 낮아졌다.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3% 감소했지만 매출원가가 7.5% 줄면서 영업손익이 826억원 적자에서 390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연간 매출원가율은 2023년 98.4%에서 2024년 90.3%, 작년 86.9%로 낮아지는 흐름을 보였다. 정 사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 해 전체 경영을 맡은 2024년 매출은 26조6153억원이었고, 작년에는 25조8101억원으로 3.0% 감소했다. 반면 영업손익은 같은 기간 5606억원 적자에서 517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 상반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손익이 1216억원 개선됐다.

◇ 취임 후 LCD 덜고 OLED·AI로 체질 개선

정 사장은 LG디스플레이가 2022~2023년 2년간 4조5952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한 직후 지휘봉을 잡았다. 취임 뒤 원가 혁신을 핵심 과제로 내걸고 사업 체질을 바꾸는 데 주력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범용 LCD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OLED와 하이엔드 제품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4월 중국 광저우 대형 LCD 공장 매각을 마무리하며 관련 사업에서 철수했다. 전체 매출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32%에서 2024년 55%, 작년에는 역대 최고인 61%까지 높아졌다. IT 사업에서도 저수익 물량을 줄이고 하이엔드 고객과 차별화 제품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 OLED는 TV와 게이밍 모니터 생산량을 시장 상황과 채산성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LG디스플레이의 4세대 기술이 적용된 27인치 OLED 모니터 패널./LG디스플레이

인력 운영 효율화를 위한 결단도 병행했다. 올해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상반기 말 직원 수는 2만3490명으로 전년 동기 2만5057명보다 1567명 감소했다. 이에 따른 약 2400억원의 비용이 2분기 실적에 일회성으로 반영됐지만, 회사는 조직 슬림화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고정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기술을 활용해 개발·생산 과정 자체를 효율화하는 작업도 원가 혁신의 한 축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24년 OLED 생산 라인에 자체 개발한 AI 생산 체계를 도입했다. 공정 데이터를 분석해 품질 이상 원인을 찾고 최적 조건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문제 개선에 걸리는 기간을 평균 3주에서 2일로 단축했다. 회사는 작년 8월 전사 AI 전환(AX) 성과를 공개하면서 양품 생산량 확대 등을 통해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설계 영역에서도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작년 6월에는 이형 디스플레이 패널 엣지 설계 알고리즘 개발을 마쳐 사람이 평균 한 달가량 작업하던 도면을 8시간 만에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엔비디아의 물리 기반 AI 플랫폼 '피직스네모'를 활용한 디지털 트윈 패널 툴도 마련해 실제 생산 라인에 적용하기 전에 공정 조건을 검증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 칩플레이션에도 2분기 원가율 4.5%P↓… 원재료 매입액 감소

올해 전자업계는 메모리와 일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3일 올해 3분기 모바일 D램 계약 가격이 전 분기보다 8~13%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AI 서버용 제품에 생산 능력이 집중되면서 모바일용 메모리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칩플레이션'(칩+인플레이션)은 LG디스플레이의 주요 고객인 스마트폰·PC 제조사의 원가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완제품 업체가 오른 부품값을 소비자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채산성이 악화하고, 그 부담이 생산량 조정이나 패널 단가 인하 요구로 번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디스플레이 업체로서는 전방 수요 둔화와 가격 압박을 함께 받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런 비용 압박 속에서도 LG디스플레이가 구매하는 일부 주요 소재·부품 단가는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편광판 구매 가격은 작년 말보다 약 4% 낮아졌고, 드라이브IC와 백라이트도 각각 2%가량 내렸다. 인쇄회로기판(PCB)은 약 2% 상승했다. LG디스플레이는 기술 혁신과 공급망 수급 개선, 부품 시장 내 경쟁 확대 등이 재료비 절감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상반기 원재료 구입 비용은 4조37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디스플레이는 15.1%, LG이노텍은 34.2%, 삼성전기는 21.4% 증가했다. 완제품 업체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과 LG전자도 각각 6.3%, 9.0% 늘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원가 혁신 고도화와 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안정적 수익 구조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