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익IPS 본사 전경./원익IPS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지만, 소재·부품·장비를 공급하는 기업 상당수는 실적 개선 폭이 제한되며 호황의 온기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 협상력과 기술 진입장벽 차이에 따라 대기업과 일부 고부가 장비 기업에만 이익이 집중되는 소위 'K자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역대급' 실적… 통계로 확인된 대·중소기업 격차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DS(반도체)부문에서 영업이익률 70%, 영업이익 8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률 76%,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으로 두 회사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가 실적을 견인했다.

다만 이런 호황은 메모리 완제품을 만드는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국가데이터처·관세청의 '2026년 2분기 기업특성별 무역통계(잠정)'에 따르면 대기업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8% 급증한 반면 중소기업 수출은 1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두 집단 간 증가율 격차는 68.7%포인트(P)에 달한다.

수출 상위 1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는 55.3%로 1년 전보다 17.0%P 상승해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소수 대기업으로의 수출 쏠림이 심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공급망에서 관찰되는 K자 양극화도 이런 산업 전반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 소부장 평균 이익률 11%대… TC본더는 예외적 호황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 83곳의 올해 1분기 평균 영업이익률은 11.2%에 머물렀다.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의 70%대 영업이익률과 비교하면 60%P 넘게 차이가 난다. 83곳 가운데 38곳은 영업이익률이 10%에도 못 미쳤고, 13곳은 반도체 호황 국면에서도 적자를 기록했다.

장비업체 원익IPS는 4000억원대 수주잔고를 확보했음에도 올 2분기 매출 2165억원, 영업이익 18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6%, 49.6% 감소한 수준이다. 장비업 특성상 수주와 매출 사이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수주 확대가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주성엔지니어링도 올 2분기 매출 598억원, 영업이익 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0%, 78.4% 줄었다. 직전 분기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지만, 고객사 투자 일정 지연과 연구개발비 증가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소재업체 관계자는 "세정액과 포토레지스트(PR), 쿼츠 등 소재·소모품은 수량 단위 납품 비중이 높아 고객사와의 단가 협상력에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구조"라며 "대체 가능성이 높거나 특정 고객사 의존도가 큰 기업일수록 장기 공급계약과 기존 납품단가에 묶여 원가 상승분을 제때 반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제조사는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상으로 가격을 조정할 여지가 있으나, 소부장 협력사는 계약단가와 가격조정 조항의 제약으로 원가 반영이 지연되는 구조적 한계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반면 HBM 핵심 공정 장비인 열압착본더(TC본더)를 공급하는 한미반도체는 올 2분기 매출 2511억원, 영업이익 1303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9.5%, 51% 증가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51.9%로 소부장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돈다. 고객사의 공정 전환과 직결되면서 대체가 어려운 장비를 보유한 기업일수록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하며,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을 갖춘 일부 장비 기업과 다수 소부장 기업 간의 격차가 K자 양극화 형태로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