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DX(디바이스경험)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확대를 통한 정면 돌파에 나선다. 경쟁사들도 같은 원가 부담을 안고 있는 만큼 제품 판매를 늘려 시장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DX와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부문 간 성과급 격차를 둘러싼 내부 불만에는 각 사업부문의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기존 원칙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6' 행사 직후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삼성전자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이날 수원사업장 R5 모바일 연구소에서 노태문 대표이사 겸 DX부문장 주관으로 임직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DX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 증가했지만,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DX 부문 상반기 영업이익은 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조원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보다 4배 이상 오른 메모리 가격이 완제품 사업의 원가 부담을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도 당분간 수익성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대응 전략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와 체질 개선, 내년도 혁신제품 준비를 제시했다. 이른바 '칩플레이션'으로 높아진 원가 부담이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경쟁사보다 판매량을 늘려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최근 시장 반응이 긍정적인 갤럭시 S26와 갤럭시 Z폴드8 시리즈를 앞세워 판매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쟁사들이 원가 부담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거나 출하량을 조절하는 사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향후 메모리 가격이 안정되면 확대된 판매 기반을 수익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DX와 DS 부문 간 보상 격차를 둘러싼 내부 갈등도 주요 화두로 다뤄졌다. 삼성전자는 특정 사업부문의 성과급 재원을 다른 부문과 나누는 방식은 기존 경영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과 완제품 사업의 이해 충돌을 줄이기 위해 2009년부터 두 부문을 사실상 별도 회사처럼 운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부품 고객사가 완제품 시장에서는 경쟁사가 되는 구조인 만큼 고객 정보와 사업 기밀이 다른 사업부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인사·재무·회계 등 경영지원 기능까지 분리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과거 DS 부문이 반도체 불황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야 했을 당시에도 MX사업부가 벌어들인 자금을 투자에 활용한 뒤 이자를 포함해 되갚는 방식으로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특정 부문의 성과급 재원이 남는다고 다른 사업부문과 공유한 사례는 없었다며 '성과 있는 곳에 보상한다'는 성과주의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DX 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는 DS 부문의 실적 회복 이후 성과급 격차가 지나치게 커졌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DX 부문 최대 노조인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은 오는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노조는 지난 5월 임금협상 타결 이후에도 DX와 DS 부문의 보상 격차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DX 부문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수준의 보상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예상 참석 인원은 약 300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