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가 부품 가격 상승과 수요 부진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올해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가량 줄었다. 2분기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년 대비 26% 올랐지만, 같은 기간 출하량은 26% 감소했다. 샤오미는 물량을 희생하면서 저마진 제품을 줄여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을 취했지만 실적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지는 못했다. 루웨이빙 샤오미 사장은 "가장 어려운 고비는 거의 끝났다"고 했다.

샤오미는 18일 2분기 조정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3% 급감한 62억2000만위안(약 1조2966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1089억위안(22조70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다. 샤오미 경영진은 실적 부진의 원인을 기기 수요 감소, 메모리 가격 상승, 경쟁 심화로 꼽았다. 루웨이빙 샤오미 사장은 "2분기 메모리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했고 이로 인해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업 마진이 악화됐다"고 했다.

◇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 사상 최고에도 수요 부진

샤오미의 스마트폰 매출은 중저가 모델 출하량이 줄며 전년 대비 7.5% 감소한 421억위안(8조7782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매출총이익률은 전년 동기 11.5%에서 8.5%로 떨어졌다. 샤오미의 2분기 휴대전화 평균판매가격은 25.9% 상승한 1351위안(28만16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판매량 감소를 상쇄하지는 못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샤오미는 올 2분기에 스마트폰 3120만대를 출하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수치로 2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옴디아는 샤오미의 출하량 중 절반 이상이 200달러 미만 제품인 만큼, 상위 5개 스마트폰 업체 가운데 메모리 비용 상승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업체라고 분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역시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 2분기 11% 감소해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샤오미·오포·비보 등 중국 브랜드는 올 4월부터 6월까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출하량 감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샤오미는 이달 초 일부 스마트폰 가격을 최대 500위안(10만4000원)까지 인상했는데, 이는 올해 들어 세 번째 가격 인상이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측은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거나, 구형 기기로 돌아가거나, 교체 주기를 늘리면서 샤오미·오포·비보 모두 다른 브랜드에 비해 더 큰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샤오미 17T'./샤오미코리아

◇ 전기차 판매 전년 대비 16% 늘었지만... 올해 판매 목표 대비 40% 달성

샤오미는 포화 상태에 이른 스마트폰을 넘어 전기차와 인공지능(AI)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올 2분기 샤오미의 전기차, AI 및 기타 신규 사업 부문은 전체 매출의 약 23%를 차지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18.3% 증가한 수치다.

샤오미의 전기차 사업 부문 매출은 239억위안(4조98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자동차 사업 부문에 대한 별도 세부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기차, AI 및 기타 신규 사업 부문의 총손실은 26억위안(542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확대됐다. 샤오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레이쥔은 앞서 메모리 칩 위기가 자동차 제조 비용에 미치는 파급 효과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샤오미는 올해 자동차 판매 목표 55만대 달성을 위해 지난달 세 번째 전기차 모델을 공개했다. 25만9900위안(5418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출시된 스카이노마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리즈는 180도 회전하는 시트와 루프톱 텐트를 탑재했다. 하지만 소비 심리 위축과 포화 상태인 전기차 내수 시장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샤오미는 올해 들어 7개월 동안 약 21만6300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연간 목표치의 40%에 불과하다.

샤오미는 내년 유럽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기차 사업을 더욱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샤오미는 관세, 규제 강화, 안전 기준 등 해외 진출 과정에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도이치뱅크의 애널리스트 빈 왕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샤오미의 7월 신규 주문량은 부진한 수준을 유지했는데, 이는 스카이노마드 시리즈 출시 이후 상당한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한다"며 연간 판매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샤오미 스카이노마드./샤오미

◇ 샤오미 사장 "메모리 칩 고비 끝나간다"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샤오미는 메모리 가격 급등 영향을 축소하며 긍정적인 실적 전망을 내놨다.

루웨이빙 샤오미 사장은 "하반기에도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승 폭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우리에게 좋은 소식"이라며 "가장 어려운 고비는 거의 끝나가고 있다. 우리 사업은 이제 가시적이고 통제 가능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제프리스는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향후 몇 분기 동안 모든 스마트폰 업체들이 판매량과 마진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루웨이빙 샤오미 사장./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