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칩 수요가 급증하면서 TSMC의 첨단 공정 생산능력이 빠르게 소진되자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가격 인상에 나섰다. 그동안 TSMC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던 삼성전자가 공급 부족을 계기로 가격 결정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지난달 신규 주문을 대상으로 일부 첨단 파운드리 공정 가격을 최대 15% 인상했다. 수요가 특히 강한 중국 고객들이 가장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4나노미터 공정인 'SF4'의 가격을 인상했다. 중국과 미국 고객의 가격은 전달보다 10~15%, 대만 고객은 5~10% 인상됐다.
5나노미터 'SF5' 공정도 10~15%, 8나노미터 공정은 약 10% 가격이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개별 사업 운영과 관련한 사항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격 인상 여부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로, 70% 이상을 차지한 TSMC와 격차가 컸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로이터에 "TSMC가 생산능력 부족을 겪으며 가격을 올리자 고객들이 삼성전자와 인텔 등 경쟁사로 이동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도 이를 계기로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기존 예상보다 이른 내년에 흑자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국내 평택 사업장에서 운영 중인 SF4 생산라인은 지난해 말부터 완전 가동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라인에서는 퀄컴 등 고객사의 로직 반도체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사용되는 베이스 다이도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파운드리 사업의 수익성 개선 가능성을 잇달아 제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공장 가동률 상승과 수율 개선, 가격 상승에 힘입어 파운드리 사업이 조만간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파운드리 매출에서 첨단 공정의 비중도 절반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슬라와 애플의 반도체 생산 계약을 확보했고, 지난달에는 브로드컴과 AI 칩 생산 계약을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새로운 AI 추론용 프로세서 생산에도 삼성전자의 4나노미터 공정이 활용될 예정이다.
로이터는 구글 역시 삼성전자와 SF4 공정을 활용한 반도체 생산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