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레더블(Incredible·대단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장녀 매디슨 황 수석디렉터가 LG전자의 '로봇 훈련소'를 직접 찾아 남긴 평가다. 황 수석디렉터는 엔비디아에서 피지컬 인공지능(AI) 플랫폼의 제품·기술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젠슨 황 CEO가 로봇 분야 협력을 구체화한 지 닷새 만에 후속 논의가 LG의 개발 현장에서 이어졌다.
LG전자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올 연말까지 데이터팩토리에서 직접 수집한 데이터와 증폭·합성한 가상 데이터를 합쳐 총 10만 시간의 학습용 데이터를 확보해 휴머노이드의 지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루 24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1년 5개월에 해당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황 수석디렉터는 18일 오전 8시 40분쯤 서울 서초구에 구축 중인 LG 데이터팩토리에 들어가 오전 11시 12분쯤 나왔다. 당초 약 2시간으로 예정된 일정보다 30분 넘게 길어졌다. 류재철 LG전자 사장과 현신균 LG CNS 사장, 정수헌 LG사이언스파크 대표 등이 황 수석디렉터를 맞았다.
황 수석디렉터는 LG전자의 로봇 '클로이드(CLOiD)'가 건넨 꽃다발을 받은 뒤 클로이드에 '어메이징 LG(AMAZING LG)'라고 사인했고, 류 사장과 데이터 증강·합성 솔루션도 살펴봤다. 데이터팩토리 가동 현황을 확인하고 로보틱스 분야의 협업 방향과 시너지 창출 방안도 논의했다.
황 수석디렉터는 건물을 나선 뒤에도 류 사장, 강성진 LG전자 파트너십담당 상무 등과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오른손에는 'LIFE's GOOD' 문구가 적힌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차량에 올라탄 뒤 취재진이 데이터팩토리를 둘러본 소감을 묻자 차창을 내리고 "인크레더블"이라고 답한 뒤 한 손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인크레더블'은 황 수석디렉터 부녀가 긍정적인 평가를 강조할 때 사용해 온 표현이기도 하다. 황 수석디렉터는 GTC 2026을 앞두고 피지컬 AI·로보틱스 파트너들을 "놀라운 생태계(incredible ecosystem)"라고 소개했다. 젠슨 황 CEO도 지난 6월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두고 "놀라운 한 해(incredible year)"라고 평가했다.
류 사장은 "그룹 내 핵심 역량을 결집하는 '원 LG(One LG)' 기반의 시너지와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피지컬 AI 경쟁력을 확보하고 로보틱스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 가정·생산 시설 옮겨 놓은 1만㎡ '훈련소'
LG전자가 구축 중인 데이터팩토리는 기존 양재 연구개발(R&D)캠퍼스를 로봇 학습 거점으로 전환한 시설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4개 층, 연면적 1만㎡ 규모로 조성되며 연내 로봇 투입 대수를 수백대로 늘려 풀가동할 계획이다.
내부에는 로봇이 실제로 일할 환경을 구현했다. 클로이드는 가정 환경에서 청소하고,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정을 본뜬 제조 공간에서는 부품을 옮겨 적재하거나 조립한다. LG CNS의 물류 자동화 솔루션과 LG이노텍의 로봇 손 학습 공간에도 로봇이 투입돼 있다.
로봇은 물체의 위치와 모양, 방향 등이 달라질 때마다 팔과 손을 어떻게 움직일지 판단해야 한다. 가정과 공장처럼 주변 상황이 계속 바뀌는 공간에서 작업하려면 다양한 조건의 동작 데이터가 필요하다. 모든 상황을 실제 로봇으로 재현해 데이터를 모으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LG전자는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라이브러리, 코스모스 오픈월드 모델, 아이작 로보틱스 개발 플랫폼 등을 활용해 증폭·합성한다. 실제 데이터를 여러 조건의 가상 데이터로 확장한 뒤 다시 로봇 학습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연말 목표인 10만 시간은 직접 수집한 데이터와 이렇게 만든 가상 데이터를 합친 분량이다.
LG전자는 데이터 수집→증폭·합성→학습→성능 개선을 반복하는 '데이터 플라이휠(flywheel·선순환 체계)'을 구축한다. 수십 년간 제조·물류 현장에서 확보한 작업 데이터와 숙련공 노하우를 학습 자료로 활용하고, 엔비디아는 이를 확장해 시뮬레이션·학습하는 기술을 제공한다. 확보한 데이터는 LG전자의 자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고도화에도 활용된다.
◇ 구광모·젠슨 황 합의 닷새 만… 로봇 개발 현장서 후속 논의
구 회장과 젠슨 황 CEO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엔비디아 본사에서 로봇·AI 팩토리·모빌리티 분야의 전략적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닷새 뒤 류 CEO와 황 수석디렉터가 데이터팩토리에서 만나 데이터 구축과 로봇 개발 방안을 논의했다. LG전자는 이번 회동을 통해 양사의 협력 체계를 구체화하고 사업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황 수석디렉터는 LG와의 로보틱스 협력에 지속적으로 관여해 왔다. 지난 6월에는 엔비디아 공식 블로그에서 LG와의 피지컬 AI 협력을 직접 소개하며 데이터 생성과 시뮬레이션·학습 구상을 설명했다. 양사는 엔비디아의 휴머노이드 파운데이션 모델 '아이작 그루트(GR00T)' 생태계를 활용한 차세대 로봇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CEO 직속 로보틱스사업센터를 신설해 로봇 사업화 조직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