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혈중 산소포화도를 측정할 때 센서를 손목이 아닌 손가락에 끼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손가락에서는 동맥을 통해 더 강하고 선명한 생체신호를 얻을 수 있다."
브라이언 린치(Brian Lynch) 오우라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은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SKY31 컨벤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반지형 웨어러블 기기의 강점을 이같이 설명했다.
핀란드에서 설립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오우라는 지난해 10월 9억달러(약 1조25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10억달러(약 15조원)를 인정받은 스마트링 시장 선두 업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세계 스마트링 출하량의 74%를 차지했고, 2025년 매출은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했다. 오우라는 오는 25일 신제품 '오우라 링 5'를 국내에 출시한다.
◇ 손가락 데이터로 몸의 '평소 상태' 학습
오우라에 따르면 손가락에서 포착되는 맥박 신호는 손목보다 최대 100배 강하다. 이용자가 하루 평균 23시간 반지를 착용하면 심박수와 심박변이도(HRV), 수면, 스트레스 등이 장기간에 걸쳐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할 수 있다. 린치 부사장은 "초기 웨어러블 기기는 전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반응형 제품이었다"며 "건강 관리의 미래는 몸의 변화를 조기에 파악해 이용자가 행동하도록 돕는 예방적 방식에 있다"고 말했다.
오우라 링은 체온과 광용적맥파(PPG), 움직임 등을 종합해 수면 상태를 분석한다. 측정값을 일률적인 평균이 아닌 이용자의 평상시 수치와 비교해 준비도·수면·활동 점수로 보여준다. 몸의 변화를 감지한 뒤 운동량을 늘릴지, 회복에 집중할지도 제안한다. 린치 부사장은 "오우라는 12년 이상 수면을 분석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에 투자해 왔다"며 "체온과 PPG, 움직임 등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신호를 종합해 의료기관의 수면다원검사에 가까운 성능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여성 건강 기능도 같은 원리를 활용한다. 체온과 안정 시 심박수 등의 변화로 생리주기를 분석하고 주기별 수면·영양·활동 조절 방향을 제시한다. 호르몬 피임과 임신, 완경 전후의 변화도 추적한다. 임신 기능은 이용자의 생체 지표를 오우라가 확보한 1만건 이상의 임신 데이터와 비교한다. 조지 애벗(George Abbott) 오우라 유럽·중동·아프리카 및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기존 임신 관리 서비스는 태아의 성장에 집중하지만 임신부 자신의 신체 변화에 관한 정보는 부족하다"며 "여성 건강은 과학과 의료 분야에서 오랫동안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 센서 경로 줄이고도 측정 성능 유지
신제품은 전작보다 약 40% 작아졌다. 센서 신호 경로는 전작의 18개에서 12개로 6개(약 33%) 줄었다. 센서 신호 경로는 줄었지만 출력이 4배 높은 발광다이오드(LED)를 적용하고, 얇아진 반지 안쪽 센서를 피부에 더 가깝게 배치했다. 새 알고리즘을 이용해 기존과 같은 측정 품질을 유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린치 부사장은 "센서 채널을 줄이면서 제품 크기를 크게 축소하는 것은 내부 엔지니어들도 우려했던 부분"이라며 "더 강력한 LED와 피부에 가까워진 센서, 효율이 높아진 알고리즘으로 보완했다"고 했다.
크기를 줄인 것은 데이터의 연속성과도 관련된다. 제품이 불편해 자주 벗으면 장기간 데이터에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린치 부사장은 "회원들은 건강 정보는 그대로 이용하면서 더 작은 반지를 원했다"며 "기능과 배터리 성능을 희생하지 않기 위해 기계·전기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했다"고 했다. 배터리는 한 번 충전하면 최대 7일간 사용할 수 있다.
◇ "하드웨어보다 앱과 건강 인사이트가 가치"
오우라 링 5의 국내 가격은 색상에 따라 63만~78만원이다. 여기에 월 9400원의 구독료를 별도로 내야 한다. 오우라는 스마트 링을 일회성 기기 판매가 아닌, 장기간 축적한 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구독 사업으로 규정했다. 애벗 총괄은 "한국에서도 구독 모델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며 "하드웨어를 구매하지만 실제 가치는 앱이 제공하는 데이터 분석과 건강 인사이트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독료가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한국 소비자에게 구독 모델의 필요성과 가치를 설명해야 하는 흥미로운 과제가 생겼다"라고 답했다.
오우라에 따르면 제품을 1년간 사용한 회원 가운데 80% 이상이 이후에도 유료 구독을 유지했다. 전체 회원의 51%는 가족이나 친구의 추천으로 제품을 처음 접했다. 애벗 총괄은 "구독 유지율이 높고 이용자들이 주변에 제품을 추천한다는 점에서 현재 사업 모델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구독 사업은 개인정보 보호와도 관련돼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애벗 총괄은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은 타협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구독 수익이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판매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지 않고 회원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오우라 앱의 핵심 기능 대부분을 이용할 수 있지만 연속혈당측정기(CGM) 연동 기능은 제외된다. 애벗 총괄은 "한국에서 협업할 CGM 파트너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국가별 규제를 고려해 서비스를 제공하되 나머지 핵심 앱 기능은 한국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멤버십이나 이동통신사 요금제와 결합한 상품은 현재 확정된 것이 없다. 다만 국내 협력사의 제안을 받아 시장 상황에 따라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 법인이나 사무실을 당장 설립할 계획도 없다. 고객 지원은 국내 협력 업체가 운영하는 한국어 콜센터와 오프라인 방문처 34곳을 통해 제공한다. 다만, 수리·교환 등 구체적인 사후서비스(AS)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