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된 넥슨이 3조원에 가까운 특별배당을 발표한 뒤 주가가 상한가로 직행했다. '메이플스토리'와 '아크 레이더스' 등 주요 지식재산권(IP)의 흥행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데다 한국 자회사 넥슨코리아에서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대규모 주주환원에 나서자 시장이 즉각 반응한 것이다.
반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넥슨 계열사 넥슨게임즈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일본 넥슨의 호실적이 넥슨게임즈 실적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가 아닌 데다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주가는 1년 전보다 38%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 넥슨코리아서 3조5000억원 확보… 일본 넥슨, 역대급 '배당 잭팟'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지난 13일 주당 415엔의 특별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기존 정기배당 60엔을 합하면 올해 주당 배당금은 475엔이다. 지난해 45엔의 10배가 넘는다. 특별배당 총액만 무려 3240억엔(약 2조9000억원)에 달한다.
발표일 당시 종가인 2520엔 기준 배당수익률이 약 19%에 달하자 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지난 14일 도쿄증시에서 넥슨 주가는 가격제한폭인 20% 오른 3022엔에 거래를 마쳤다. 장 마감 이후 시간외거래에서는 3580엔까지 치솟기도 했다.
넥슨이 이 같은 통 큰 배당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넥슨의 상반기 매출 2733억엔과 영업이익 894억엔, 순이익 869억엔은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주요 IP인 메이플스토리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늘며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여기에 서구권 시장을 겨냥한 아크 레이더스도 출시 9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1630만장을 넘어섰다.
대규모 특별배당에는 한국 자회사인 넥슨코리아에서 올라온 현금도 힘을 보탰다. 넥슨코리아는 지난 6월 모회사인 일본 넥슨에 약 3조58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연간 배당 총액 1조1700억원의 3배가 넘는 규모다. 국내 게임 사업을 통해 축적한 현금이 일본 상장 모회사로 올라가 이번 특별배당의 재원이 됐다.
◇ 회계 착시 빼면 본업 부진… 웃지 못한 '넥슨게임즈'
하지만 일본 넥슨의 호실적과 특별배당이 한국 넥슨게임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넥슨게임즈는 넥슨코리아 산하 게임 개발사로 'V4' '블루 아카이브' '서든어택' '히트2' '퍼스트 디센던트' 등을 개발했다. 주요 퍼블리셔와 계약을 맺고 게임 매출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 등으로 받는 구조다. 메이플스토리나 아크 레이더스의 흥행 성과가 넥슨게임즈 실적에 직접 반영되지는 않는다.
넥슨게임즈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07억원으로 전년 동기 218억원의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순이익도 8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232억원의 순손실에서 벗어났다.
다만 숫자만 놓고 본업의 수익성이 본격적으로 회복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영업비용 감소에 일회성 요인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넥슨게임즈는 2022년 5월 박용현 대표에게 자기주식 200만주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성과연동 주식보상을 부여했다. 4년 이상 재직하면서 일정 수준의 주가와 매출 조건을 충족해야 주식을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해당 보상은 올해 상반기 가득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전량 소멸했다. 이에 따라 과거 비용으로 인식했던 주식보상비용이 2분기 환입된 셈이다.
주가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넥슨게임즈는 KRX 기준 18일 896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8월 18일 종가 1만4510원과 비교하면 38% 하락했다.
◇ 넥슨 '배당 효과'에… 국내 게임사 주주환원 눈높이 높아지나
한편, 넥슨의 파격적인 배당은 국내 게임사들의 주주환원 정책에도 관심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게임 산업은 대규모 공장이나 생산설비 투자가 필수적인 제조업과 달리, 신작 개발과 인수합병(M&A)에 필요한 자금을 제외한 현금을 주주환원 가치에 활용할 수 있다.
크래프톤은 상반기 자사주 취득 3000억원과 배당 996억을 집행한데 이어 3분기 자사주 1000억원을 추가로 취득해 소각할 예정이다. 붉은사막의 성공이 펄어비스도 창사 이후 처음으로 보유 자사주의 50%를 소각하고, 1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도 추진 중이다. 다만 이 같은 주주환원 확대가 주가 부진을 반전시킬 정도의 효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게임사들도 실적 성과에 맞춰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넥슨이 이례적인 규모의 배당으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만큼 국내 게임사에도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