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인공지능(AI)이 우리 일상에 들어오는 '챗GPT'와 같은 순간이 가까워졌다는 여러 징후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챗GPT 순간'은 로봇이 단 하나의 예시만 보고 새로운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될 때입니다."
아비나브 굽타(Abhinav Gupta) 스킬드 AI(Skild AI) 공동창업자 겸 미국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지난 14일 조선비즈와의 서면인터뷰에서 '피지컬 AI 확산의 변곡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스킬드 AI(Skild AI)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이 투자한 기업가치 약 20조원의 피지컬 AI 분야 대표 유니콘이다.
현재 로봇 AI는 새로운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수십시간의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인간처럼 단 하나의 예시만 보고 새로운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순간 피지컬 AI의 'GPT 순간'이 올 것이라는 게 굽타 창업자의 설명이다.
컴퓨터 비전과 로보틱스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굽타 창업자는 "앞으로 반구조화된 공간을 중심으로 AI 기반 로봇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새로운 '풍요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피지컬 AI가 가장 먼저 확산될 대상으로 공장과 물류센터, 공항, 쇼핑몰 등 '반구조화된 환경'을 꼽았다. 그는 "반구조화된 환경은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이 활동하는 공간보다 복잡하지만, 집 같은 완전한 비정형 환경보다는 변수의 범위가 제한돼 있어 범용 로봇 AI를 실제 환경에 적용하기에 적합하다"며 "피지컬 AI의 자연스러운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굽타 창업자는 인도공과대 칸푸르에서 컴퓨터과학·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컴퓨터과학 박사를 받았다. 카네기멜론대 교수로 재직하며 컴퓨터 비전과 자율학습, 로봇 학습 분야를 연구해왔다. 구글과 협력해 컴퓨터 비전과 대규모 시각학습 시스템의 확장 가능성을 공동 연구했으며, 지난 2018년에는 페이스북 AI 리서치(FAIR)에 합류해 대규모 AI 연구와 로보틱스 연구로 영역을 넓혔다.
스킬드 AI는 2023년에 설립됐으며,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은 로봇의 행동을 결정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이다. 이 모델은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로봇이 자율적으로 탐색하고, 물체를 조작하고,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고도화된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뿐만 아니라 모든 형태의 로봇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를 알아본 소프트뱅크,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들이 발빠르게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4월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양사가 협력하고 있다. 굽타 창업자는 이달 2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6'에 기조연설자로 참여해 '어떤 로봇이든, 어떤 작업이든: 단 하나의 두뇌로(Any Robot, Any Task, One Brain)'를 주제로 강연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로봇마다 AI 따로 만들 필요 없다"… 스킬드 AI의 '범용 두뇌'
—범용 로봇 AI를 개발하는 데 궁극적인 목표는.
"스킬드 AI는 피지컬 인텔리전스를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 즉 로봇을 위한 범용 두뇌를 만들고 있다. 로봇이 물리적 세계를 인식하고 이해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추론하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예측할 수 있도록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핵심은 하나의 AI가 다양한 작업과 로봇 형태를 모두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뿐 아니라 사족보행 로봇, 로봇팔 등에도 같은 지능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비전은 간단히 말하면 '어떤 로봇이든, 어떤 작업이든: 단 하나의 두뇌로(Any Robot, Any Task, One Brain)'다."
—로봇을 직접 제조하기보다 AI 플랫폼을 제공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차별점은.
"스킬드 AI의 가장 큰 차별점은 '옴니바디(omni-bodied)' 두뇌다. 많은 로봇 AI는 특정 로봇의 형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피규어 AI의 피규어 로봇, 테슬라의 옵티머스, 피지컬 인텔리전스의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도 마찬가지다. 이런 형태는 로봇 성능을 근본적으로 제한한다고 생각한다. 피지컬 AI는 지능이 특정 로봇의 몸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 스킬드 AI의 목표는 인간형 로봇, 사족 보행 로봇, 로봇 팔 등 특정 형태와 관계없이 물리적 세계와 그 세계와의 상호 작용에 대한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하는 두뇌를 구축하는 것이다. AI가 휴머노이드, 사족보행 로봇, 로봇팔 등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제어하고, 서로 다른 작업과 환경으로 지능을 전이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특정 로봇에 맞춘 AI를 개발하고 있다. 범용 로봇 AI가 왜 더 경쟁력이 있나.
"로봇 공학에서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다. 로봇 데이터를 확장한다고 할 때 단순히 수백만 개나 수십억 개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수준이 아니라, 수조 개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하나의 로봇 형태에 대해서만 수조 개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스킬드 AI는 범용 두뇌를 구축하는 데 있어 인간을 포함한 모든 로봇 하드웨어의 데이터를 통합해 피지컬 AI의 기반 모델을 구축한다. 범용 두뇌가 필요한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안전 때문이기도 하다."
―범용 로봇 AI가 안전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나.
"그렇다. 실제 환경에서는 모터가 고장 나거나 관절이나 팔다리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등 하드웨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고정된 특정 형태에 최적화된 AI는 이런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옴니바디 두뇌는 남아 있는 신체 능력을 파악하고 행동 전략을 바꿀 수 있다. 모터나 팔다리가 고장 나더라도 수 밀리초 단위로 제어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
◇ 데이터 병목 문제, 원격조작·인간 영상·시뮬레이션으로 해결
―피지컬 AI에서 가장 큰 병목은 데이터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언어의 경우 대규모 인터넷 데이터가 비교적 풍부하고 자연스러운 학습 신호를 제공하는 것과는 달리, 로봇 공학은 근본적으로 다른 데이터 문제를 안고 있다. 로봇 데이터는 원격조작, 인간 영상, 시뮬레이션 등 각각 장단점을 다른 여러 소스에서 확보할 수 있다. 원격조작 데이터는 정확도가 높고 인지, 행동, 물리적 결과 간의 정확한 관계를 포착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데이터의 다양성이 제한적이라 확장하기 어렵다.
인간 영상물은 규모와 다양성이 뛰어나 일반적인 표현을 학습하는 데 유용하지만 실제 로봇의 동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시뮬레이션은 대규모 데이터를 만들 수 있지만 현실과의 격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스킬드 AI는 하나의 데이터 소스에 의존하지 않고 단계별 데이터 전략을 사용한다. 영상과 시뮬레이션 데이터로 모델을 사전 학습한 뒤, 고정밀 원격조작 데이터로 실제 로봇의 상호작용과 동작을 학습시킨다. 이를 통해 영상과 시뮬레이션의 규모와 다양성을 실제 원격 조작의 정확성과 결합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그룹, 베조스 익스페디션, 삼성, LG 같은 투자자가 있다. 이들의 관심을 이끈 비결은.
"스킬드 AI는 차세대 물리 지능을 구축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응용 분야에 걸쳐 이를 배포하고 있다. 우리의 로봇은 공장, 데이터센터, 창고, 심지어 공항에서도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스킬드 AI는 10년 이상 물리 AI 문제를 연구해 온 가장 강력하고 똑똑한 인재들로 구성돼 있다. 공동창업자인 디팍 파닥과 나는 카네기멜론대학교(CMU)에서 로봇공학 교수로 재직하며 이 문제를 연구해 왔다. 우리 팀은 주요 로봇공학 학술대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비롯한 여러 상을 수상했다."
◇ "韓은 제조·전자 강국… AI 모델 기업과 협력해야"
―한국 정부는 피지컬 AI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 주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은 피지컬 AI 분야 기업들과 협력해 자체적인 로봇과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지고 있다. 다만, 전통적으로 제조 및 전자 분야에서 선두를 달려왔지만, 모델 구축 분야에서는 부족하다. 모델 개발 기업과 협력한다면, 한국 기업들은 수직적으로 통합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사업 확대 계획이 있나.
"한국은 우리의 확장 대상 국가 가운데 하나다. 이미 한국의 주요 기업을 포함한 여러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공장과 물류창고의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