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경기 화성 본사에서 만난 전호연 잇다반도체 대표는 반도체 설계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에서 16년간 시스템온칩(SoC) 설계를 담당했던 그는 "엔지니어들은 실제 설계보다 문서 작성과 회의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며 "설계 과정 자체를 혁신해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경기 화성 사옥에서 만난 전호연 잇다반도체 대표./최효정 기자

잇다반도체는 2022년 설립된 반도체 설계 자동화 스타트업이다. 반도체 설계자가 블록 다이어그램을 그리면 코드와 설계 문서, 각종 산출물을 자동 생성하는 설계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코드 중심 설계 방식 대신 다이어그램 자체가 설계의 출발점이 되는 '노코드 반도체 설계' 구현이 목표다. 지난해 위벤처스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엘엔에스벤처캐피털로부터 30억원 규모 프리A 투자를 유치했으며, 현재 임직원 약 20명 규모로 전력(Power)·클록(Clock) 설계 자동화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있다.

전 대표는 현재 반도체 설계의 가장 큰 비효율로 코드와 문서가 따로 관리되는 구조라고 했다. 그는 "설계가 변경될 때마다 문서를 다시 작성하는 과정에서 실제 설계와 문서가 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며 "설계와 산출물을 동시에 생성하면 오류를 줄이고 개발 일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객사에서는 수개월 걸리던 데이터 검증 작업을 수일 내 마친 사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AI 반도체 시대에는 설계 자동화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 대표는 "생성형 AI가 설계 과정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지만 AI 역시 정확한 설계 정보를 기반으로 해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며 "사람은 요구사항을 정의하고 AI는 설계를 최적화하며 플랫폼은 정확한 설계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잇다반도체는 현재 전력(Power)과 클록(Clock) 설계 자동화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으며 향후 버스(Bus), DFT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반도체 설계 인프라의 일부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반복적인 시스템 설계는 자동화하고 엔지니어들이 칩 구조와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기존 반도체 설계 방식과 가장 큰 차이점은.

"반도체 설계자들은 코드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블록 다이어그램으로 칩을 이해한다. 하지만 기존에는 코드를 작성한 뒤 문서를 만들다 보니 실제 설계와 문서가 달라지는 일이 많았다. 우리는 다이어그램을 그리면 설계와 문서, 각종 산출물이 동시에 생성되는 방식이다."

―고객사가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가.

"설계 오류를 줄여 개발 일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실제 고객사에서는 디자인하우스로 넘기기 전 수개월 걸리던 데이터 확인 작업을 3일 안에 끝낸 사례도 있었다."

―생성형 AI가 반도체 설계를 어떻게 바꿀 것으로 보나.

"AI 활용은 계속 확대되겠지만 단기간에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사람은 요구사항을 정의하고 AI는 설계를 조율하며, 우리 플랫폼은 AI가 활용할 수 있는 정확한 설계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기술보다 시장이다. 국내 엔지니어들의 설계 역량은 충분하지만 시장 경험을 쌓을 기회가 부족하다. 시장이 커져야 기술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

―향후 목표는.

"반도체 설계의 필수 인프라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반복적인 시스템 설계는 자동화하고 엔지니어들이 더 창의적인 설계와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