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의 본격 가동을 앞두고 국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단기 파견 인력을 모집하고 있지만, 일부 조직에서는 지원자가 거의 나오지 않는 등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규 팹의 장비 설치와 공정 안정화를 위해 국내 숙련 인력을 현지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파견에 따른 보상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삼성전자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은 최근 테일러 팹 가동 준비를 위해 국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3개월 또는 6개월 단기 파견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모집 기간과 대상, 운영 방식은 조직별로 차이가 있다.

일부 조직에서는 파견 지원자가 거의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파견자에게 인사고과상 가점을 주는 등 별도의 유인책을 제시한 조직도 있다. 다만 파견에 지원하지 않는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식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파견자에게는 미국 현지에서 머무를 1인실 숙소와 개인 차량 등이 제공된다. 이와 별도로 하루 평균 약 80달러 수준의 체류 수당도 지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6개월간 단순 계산하면 수당은 약 1만4400달러로, 원화로 2000만원 안팎이다.

그럼에도 직원들 사이에서는 파견 조건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테일러 팹이 건설을 마치고 장비를 설치하는 셋업 단계에 접어들면서 현지 파견 인력의 특근과 잔업이 잦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족과 3~6개월 동안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팹 셋업 시기에는 특근이 사실상 불가피하고 야근이나 잔업도 많을 수밖에 없다"며 "업무 강도와 장기간 해외에 머물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전적으로 큰 메리트가 없다고 보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생활 여건도 지원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테일러는 텍사스주 오스틴 북동쪽에 위치한 소도시로, 삼성전자가 기존에 운영해 온 오스틴 반도체 사업장과 비교해 생활 인프라가 제한적이다. 다만 파견 지원 분위기는 조직별로 차이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테일러 팹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반등을 위한 핵심 생산 거점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테일러에 1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계획보다 가동 일정이 지연됐지만 올해 들어 생산 장비 반입과 가동 준비가 본격화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분기 실적발표에서 "테일러 팹1은 2026년 가동 준비를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향후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테일러 팹에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확보한 테슬라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물량도 투입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165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후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2033년까지다.

신규 반도체 공장은 건물과 클린룸을 완성하고 생산 장비를 들여놓는 것만으로 곧바로 양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장비 설치와 셋업을 거쳐 공정 조건을 최적화하고, 시험 생산 과정에서 수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국내 생산라인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공정을 경험한 엔지니어들의 노하우가 중요하다.

특히 테일러 팹은 삼성전자가 첨단 파운드리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거점이라는 점에서 초기 공정 안정화가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팹1의 가동 준비와 별도로 테일러 팹2도 올해 말 공사를 시작해 2030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AI 수요 증가로 첨단 공정 생산능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신규 팹은 초기 셋업 과정에서 본사와 기존 생산거점의 숙련 인력이 상당 기간 투입될 수밖에 없다"며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가 동시에 늘고 있어 현지에서 숙련된 엔지니어를 단기간에 충분히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국내 인력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투입하느냐가 초기 램프업 과정에서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