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낸드플래시 업체 샌디스크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에 힘입어 향후 매출이 연평균 10%대 중후반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 공급계약을 확대해 실적 변동성을 낮추는 한편, 차세대 고대역폭낸드플래시(HBF) 시장 선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로이터와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샌디스크는 이날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2028~2030회계연도 매출이 연간 10%대 중후반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회사가 예상하는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기준 출하량 증가율)와 비슷한 수준이다.
루이스 비소소 샌디스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같은 기간 조정 매출총이익률을 약 80%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샌디스크는 장기 공급계약 성격의 신규 비즈니스 모델(NBM)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3곳을 포함한 8개 고객사와 NBM 계약을 맺었으며, 평균 계약 기간은 4년이다. 계약 물량은 2027회계연도(2026년 9월~2027년 8월) 전체 비트 생산량의 절반, 2028회계연도에는 3분의 2에 달한다.
비소소 CFO는 NBM이 기존 거래 방식보다 수익성이 높고 가격 변동에 따른 실적 변동성도 낮다며 향후 이를 회사의 주된 거래 방식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에버코어ISI의 아미트 다리아나니 애널리스트는 "샌디스크는 최저 가격 조건을 적용하더라도 해당 계약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세대 메모리 HBF 개발 상황도 공개했다. 알퍼 일크바하르 샌디스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HBF 기술을 적용한 첫 메모리 다이의 테이프아웃(설계 완료)을 마쳤으며, 내년 AI 추론 시스템을 개발하는 고객사에 초기 샘플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BF는 여러 개의 낸드플래시를 수직으로 쌓아 대역폭을 높이는 기술로, HBM의 높은 데이터 처리 속도와 낸드의 대용량·비용 경쟁력을 결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 모델의 추론 과정에서 요구되는 메모리 용량이 빠르게 늘면서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샌디스크는 이달 초 SK하이닉스와 HBF 생태계 구축과 업계 표준화를 위한 컨소시엄을 출범시켰다. 구글과 메타도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비소소 CFO는 대형 기술기업들의 참여가 HBF 기술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샌디스크의 이번 중장기 전망은 AI 데이터센터용 낸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 기반한다. 회사는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도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 증가를 근거로 1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샌디스크는 설비투자 등을 제외하고 남은 잉여현금을 모두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성장 전망과 장기계약 확대 계획이 공개되면서 샌디스크 주가는 이날 13.7% 급등했다.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은 455%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