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고성능 오픈소스 인공지능(AI) 모델이 빠르게 부상하면서 미국 빅테크도 개방형 AI 생태계 확대에 나서고 있다. 메타는 '라마' 이후 한동안 폐쇄형 모델 개발에 무게를 실었지만, 최근 오픈소스 모델 '뮤즈 글리머'를 공개하며 개방 전략으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미국 정부에 오픈소스 모델 규제 완화와 생태계 육성을 촉구한 공개서한에는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에 이어 폐쇄형 모델 중심의 오픈AI도 동참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뉴스1

14일 업계에 따르면 메타플랫폼스(메타)는 지난 10일(현지시각) 새 오픈웨이트 AI 모델 '뮤즈 글리머'를 출시했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학습에 쓰인 가중치를 공개해 누구나 이를 내려받아 맞춤형으로 사용·수정·배포할 수 있게 한 모델로, 개발 소스코드를 전부 공개하는 오픈소스 모델의 하위 개념이다. 뮤즈 글리머는 앞서 메타가 출시한 고성능 AI 모델 '뮤즈 스파크 1.2'의 경량화 버전으로, PC에서 구동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메타 공식 블로그에 '미래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게재해 오픈소스 모델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초지능을 광범위하게 보급해 모든 사람이 기술을 직접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일각에선 소수 전문가 집단이 초지능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초지능에 접근할 수 있으면 자연스럽게 경쟁하고 서로 견제하며 권력의 균형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뿐 아니라 미국 주요 빅테크도 오픈소스 모델 육성과 규제 완화를 요구하며 개방형 AI 생태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 기술 기업 25곳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오픈형 모델 규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해 달라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후 동참하는 곳이 잇따르면서 전날 기준 참여 기업·기관은 270여곳으로 늘었다.

특히 폐쇄형 모델을 중심으로 개발해온 오픈AI까지 동참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공개서한에 지지를 표하며 "오픈형 모델과 폐쇄형 모델 모두에서 미국이 승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첨단 폐쇄형 모델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의 오픈형 모델 확산에 맞서 미국 중심의 개방형 AI 생태계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서한의 핵심은 미국의 AI 경쟁력을 소수의 폐쇄형 최첨단 모델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MS는 지난달 24일 발표한 '오픈 웨이트와 미국의 AI 리더십' 성명에서 향후 AI 경쟁력은 단일 최첨단 모델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 확산된 강력하고 개방적인 생태계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오픈형 모델을 기반으로 한 AI 생태계 구축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MS는 오픈형 모델의 장점으로 개발·이용 비용을 낮추고 특정 사업자에 대한 종속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악용 시 통제와 추적이 어렵다는 위험성은 인정하면서도 전면적인 금지는 해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스타트업과 연구자의 컴퓨팅 자원 접근성을 높이고 데이터세트와 평가 프레임워크 등 공동 연구 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폐쇄형 모델에서 부당하게 성능을 추출하는 행위 등에는 포괄적 규제보다 표적화된 법적·상업적 수단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빅테크가 오픈소스 모델에 힘을 싣는 데는 중국 문샷AI가 지난달 공개한 고성능 오픈소스 모델 '키미 K3'가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오픈AI·앤트로픽 등을 앞세워 폐쇄형 프런티어 모델에서 우위를 지켜왔지만, 중국의 고성능 오픈형 모델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키미 K3는 일부 벤치마크에서 GPT-5.6 솔과 앤트로픽의 클로드 계열을 웃도는 성능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도 오픈소스 모델 생태계 육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딥시크와 알리바바, 문샷AI 등이 모델을 개방하고 이를 연구자와 개발자가 활용·개선하면서 관련 생태계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에 미국에서는 단순히 중국산 모델의 이용자가 늘어나는 것을 넘어 글로벌 AI 연구의 주도권 자체가 중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스노클AI 공동 창업자 브래든 핸콕은 "미국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을 들여 폐쇄형 모델 개발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의 오픈형 모델을 중심으로 연구와 혁신이 축적되면서 중국이 국제 AI 연구의 중심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