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의 올해 메인 스폰서로 인공지능(AI) 기업 뤼튼의 AI 캐릭터 챗봇 서비스 '크랙'이 선정됐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불참이 이어지며 흥행 우려가 커진 가운데, 지스타조직위원회는 게임사 신작 중심의 기존 전시에서 벗어나 AI·모빌리티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자체 콘텐츠를 강화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신작 공개와 게임 체험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지스타가 게임 외 콘텐츠를 확대하면서 '게임 없는 게임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게임산업협회와 지스타조직위원회는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스타 2026의 메인 스폰서로 크랙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크랙은 AI를 활용해 이용자가 직접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스토리 창작 플랫폼이다.
조직위는 게임 산업의 핵심 화두인 'AI'와 '내러티브'를 융합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콘텐츠 경험과 산업적 가능성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정승우 조직위 실장은 "AI와 내러티브를 모두 아우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크랙을 최적의 파트너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 크랙, 지스타 역사상 첫 비게임사 메인 스폰서
그동안 업계에서는 올해 지스타 메인 스폰서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이어졌다. 후보로 거론되던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메인 스폰서 참여 가능성을 부인한 데다, 넥슨·넷마블·엔씨·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대형 게임사 다수가 불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 게임사 넷이즈게임즈나 완성차 업체 BYD가 메인 스폰서를 맡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주요 게임사들이 불참을 선언하고 있음에도 조직위가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올해 메인 스폰서는 비(非)게임사인 뤼튼의 크랙으로 최종 확정됐다. 게임을 직접 개발·서비스하지 않는 일반 IT 기업이 지스타 메인 스폰서를 맡는 것은 행사 개최 이래 올해가 처음이다.
◇ 1차 참가사 명단에도 韓 게임사 빈자리… 中 기업이 채우나
1차로 공개된 참가사 명단에서도 국내 대형 게임사의 빈자리가 눈에 띈다. 메인 전시장인 벡스코 제1전시장에는 크랙을 비롯해 구글플레이, 웹젠, 팀42가 참가한다. 특히 중국 대형 게임사인 호요버스, 넷이즈게임즈 조커 스튜디오, 빌리빌리, 센추리게임즈 등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전체 참가사 명단이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국내 대형 게임사 상당수는 올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전시에 불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조직위 측은 현재 비밀 유지가 필요하지 않은 기업을 우선 공개한 것이라며 추후 참가사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지스타 참가를 망설이는 배경에는 실질적인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개할 신작이 없는 상황에서 참가 명분이 부족한 데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게임스컴이나 도쿄게임쇼 등 해외 전람회 참가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또 AGF 등 대안 행사가 급부상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 조직위 "신작 개발 주기 길어져…정체성 지키며 체질 개선할 것"
조직위는 지스타 위기론에 대해 글로벌 게임 시장이 콘솔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형 신작의 개발 주기가 길어진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출품작에만 의존하는 기존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전시회 자체 기획 콘텐츠를 대폭 강화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메인스폰서로 크랙이 선정됨에 따라 게임쇼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AI와 웹툰, 자동차 등으로 스펙트럼을 넓히더라도 게임쇼라는 핵심 정체성은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영기 게임산업협회장 겸 지스타 조직위원장은 "대형 게임사들도 지스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신작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나 해외 게임사가 얼마나 참여했느냐보다는 참가 기업과 관람객이 만족할 수 있는 행사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쇼의 기본적인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콘텐츠를 확장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게임쇼라고 해서 게임사만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리란 법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스타 2026은 11월 19일부터 22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