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PC용 D램을 넘어 모바일 D램으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공급 부족을 틈타 HP·에이서 등 글로벌 PC 업체의 공급망에 진입한 데 이어 애플도 CXMT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내수와 PC용 D램에 머물던 CXMT가 스마트폰용 저전력 D램까지 제품군을 확대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경쟁 범위도 넓어지는 모습이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위치한 CXMT 본사·공장 건물 앞에 회사 로고가 보인다./연합뉴스

13일 업계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이 아이폰과 맥북 등에 CXMT D램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부품 공급을 위한 초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중국에서 판매되는 일부 제품에 CXMT 메모리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HP와 에이서 등 PC 업체들은 이미 미국 외 지역에서 판매되는 일부 제품에 CXMT D램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CXMT의 글로벌 시장 진입에는 최근 메모리 공급 부족이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 3사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등 AI용 고부가 제품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면서 PC·스마트폰용 D램 공급도 빠듯해졌다. 글로벌 제조사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공급처를 다변화하면서 CXMT에 글로벌 고객사를 뚫을 기회가 생긴 것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글로벌 PC 업체들은 CXMT 제품을 검증하는 단계에 머물렀다. 지난 2월 HP와 델은 CXMT D램의 품질 인증을 진행했고 에이서와 에이수스도 중국산 메모리 조달을 검토했다. 불과 반년 만에 일부 업체가 실제 제품에 CXMT D램을 탑재하기 시작하면서 공급난이 CXMT의 글로벌 시장 진입을 앞당긴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CXMT의 추격이 PC용 D램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CXMT는 DDR4에서 DDR5로 제품 세대를 높이는 동시에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저전력 D램인 LPDDR5X까지 제품군을 확대했다. 글로벌 PC 고객사를 확보하는 동시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주도해온 모바일 D램 시장까지 넘보기 시작한 것이다.

차세대 모바일 D램인 LPDDR6 개발설도 중국 IT 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CXMT가 최대 12.8Gbps급 LPDDR6를 개발해 엔지니어링 샘플을 일부 고객사에 제공했으며 올해 하반기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다만 CXMT가 LPDDR6 개발 여부와 양산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아 실제 개발 단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국내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모바일 D램은 데이터 처리속도뿐 아니라 전력효율과 발열, 수율이 중요하고 스마트폰 제조사의 까다로운 품질 인증도 통과해야 한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역시 CXMT의 첨단공정 전환과 글로벌 고객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CXMT의 위협이 더 이상 저가 범용 D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모리 공급난을 계기로 글로벌 PC 업체의 공급망에 진입한 데 이어 DDR5와 LPDDR5X로 제품군을 고도화하면서 PC에서 모바일로 경쟁 영역을 넓히고 있어서다. 향후 모바일 D램에서도 고객 인증과 양산 안정성을 확보할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중국 업체와 맞붙는 전선은 PC용 범용 D램에서 스마트폰용 고성능·저전력 D램으로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