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킹 사고로 홍역을 치른 통신업계가 올해 2분기 들어 정상화되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해킹 사고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의 기저효과와 통신 본업의 수익성 회복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60% 넘게 증가했고, LG유플러스도 무선 사업 성장과 비용 효율화를 앞세워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KT는 지난해 강북 부지 개발에 따른 대규모 부동산 분양이익이 반영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영업이익이 30% 이상 감소했다.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올해 2분기 합산 매출은 14조7339억원, 영업이익은 1조558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약 5.6%, 6% 감소한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 KT 실적에 수천억원 규모의 일회성 부동산 분양이익이 포함됐던 점을 감안하면 통신업계의 실질적인 수익성은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 SKT 영업익 전년比 67%↑… LGU+도 역대 최대
SK텔레콤은 올해 2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4조3591억원, 영업이익 56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5% 늘었고 영업이익은 67.3% 증가했다. 지난해 유심 정보 유출 사고 이후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투입했던 대응 비용의 기저효과와 통신 사업 수익성 개선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전분기와 비교해서도 영업이익은 5.3% 증가했다. 이동통신 시장이 안정화된 가운데 휴대전화 가입자도 순증세를 이어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DC) 사업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SK텔레콤의 2분기 AI DC 매출은 13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5% 증가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AI DC 사업 개발을 전담하는 'SK하이퍼'를 설립하고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3조6949억원, 영업이익 344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3.1% 증가하며 역대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쟁사 해킹 사고 이후 유입된 가입자를 바탕으로 무선 사업 기반을 넓힌 데다 AI 데이터센터와 기업 인프라 등 B2B(기업간거래) 사업이 성장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부터 추진한 구조조정에 따른 인건비 등 고정비 절감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점도 영업이익 증가에 힘을 보탰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3분기 약 600명, 전체 인력의 6%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약 1500억원의 일회성 비용을 반영했다. 당시 LG유플러스는 희망퇴직에 따른 인건비 절감 효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올해 2분기 인건비는 전년 동기 대비 2.5% 줄었고, 마케팅 비용도 전분기 대비 6.9% 감소했다.
◇ KT, 지난해 부동산 분양이익 기저효과에 영업이익 급감
반면 KT는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를 피하지 못했다. KT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6799억원, 영업이익 648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1% 줄었고, 영업이익은 36.1%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강북 부지 개발에 따른 일회성 부동산 분양이익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1조148억원까지 치솟았다. 이를 제외한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은 약 6348억원으로, 일회성 요인을 걷어내면 올해 영업이익은 오히려 소폭 증가한 셈이다.
통신 본업에서는 작년 해킹 사고로 시작한 고객 보답 프로그램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KT는 약 4500억원을 들여 올해 2월부터 6개월간 무선 고객에게 매월 데이터 100GB를 제공하고, 로밍 데이터 추가 제공과 OTT 이용권·안심보험 등의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고객 보상책의 영향으로 2분기 무선 서비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반면, 신사업에서는 성장세가 이어졌다. KT의 AX(AI 전환) 사업 매출은 금융권을 중심으로 AI 도입 수요가 늘고 KT클라우드가 두 자릿수 성장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했다. 금융·공공·제조업을 중심으로 AX 사업 수주를 확대하고 있으며, 상반기에만 금융권 AX 사업 22건을 수주했다. KT클라우드 역시 가산 데이터센터 가동과 DBO(설계·구축·운영) 사업 확대에 힘입어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 1분기 '해킹' 여파에서 2분기 'AI·B2B'로… 실적 변수 바뀐다
통신 3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변수도 달라지고 있다. 올해 1분기까지는 지난해 발생한 해킹 사고와 이에 따른 가입자 이동, 고객 보상, 위약금 면제, 마케팅 비용 등이 실적의 핵심 변수였다. SK텔레콤과 KT가 가입자 방어와 고객 신뢰 회복에 비용을 쏟는 동안 LG유플러스가 상대적인 수혜를 입는 구조가 이어졌다.
2분기 들어서는 관련 비용 부담이 점차 정상화되면서 통신 본업의 수익성도 안정되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전분기에 이어 영업이익을 늘렸고, KT도 지난해 일회성 이익에 따른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전분기 대비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나타냈다. LG유플러스 역시 비용 효율화 효과를 바탕으로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는 해킹 사고의 여파보다는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AX 등 B2B 신사업이 실제 이익으로 얼마나 연결되느냐가 통신 3사의 실적 격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를 AI 사업의 핵심 성장축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KT도 2028년 AX 매출을 2025년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2031년까지 AIDC 용량 1기가와트(GW)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 역시 AI 데이터센터와 기업 인프라 사업을 중심으로 비통신 사업의 수익 기여도를 높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해킹 사고와 가입자 이동에 따른 비용 부담은 정점을 지나 정상화되는 단계로 볼 수 있다"며 "하반기에는 통신 본업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AX 등 신사업이 얼마나 빠르게 수익을 만들어내느냐가 각사의 실적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