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의 전환이 스마트폰을 넘어 노트북·태블릿 등 정보기술(IT) 기기로 확산하면서 8.7세대 OLED 설비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BOE가 올해 8.7세대 OLED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중국 업체들은 포토 패터닝과 잉크젯 등 새로운 공정을 앞세워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12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 디스플레이 설비투자(CAPEX)는 전년 대비 57% 증가할 전망이다. OLED 설비투자는 74% 늘어 전체 성장을 주도하고, LCD 투자도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OLED 투자 가운데 8.7세대(2250×2620㎜) 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1%에 이를 전망이다. 기존 스마트폰용 6세대보다 큰 원장에 노트북·태블릿용 패널을 여러 장 배치할 수 있어 IT용 중대형 OLED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올해 8.7세대 IT용 OLED 시장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와 BOE가 나란히 양산에 들어갔다. 두 회사 모두 파인메탈마스크(Fine Metal Mask·FMM) 방식을 적용한다. BOE는 지난 6월 B16 공장에서 레노버와 에이수스, 에이서 등을 초청해 양산 기념행사를 열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애플 맥북 프로용 OLED 양산을 공식화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BOE가 삼성디스플레이보다 약 3주 먼저 양산 행사를 열어 '세계 최초 8.7세대 IT OLED 양산'이라는 타이틀을 선점했지만, 제품 난도와 생산 물량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8.7세대 OLED 투자 확대는 생산 방식 경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OLED에 주로 사용하는 FMM은 유기물을 증착할 위치에 미세한 구멍을 뚫은 금속 마스크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패널 크기가 커질수록 마스크 처짐과 정밀도 저하 등으로 생산 효율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중국 비전옥스는 FMM 대신 포토 패터닝을 이용한 OLED를, CSOT는 RGB 잉크젯 방식 OLED를 빠르면 내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포토 패터닝은 반도체 노광 공정과 유사한 방식으로 적·녹·청(RGB) 발광층을 형성하고, 잉크젯은 발광 재료를 원하는 위치에 직접 분사해 패턴을 만드는 방식이다.
비전옥스는 올해 초 6세대 V3 라인에서 스마트워치용 OLED 양산을 시작했다. CSOT도 일본 JOLED에서 이전받은 설비를 활용해 5.5세대 t5 라인에서 지난 6월부터 노트북용 OLED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업공개(IPO)를 마친 중국 HKC는 6세대 풀사이즈 FMM OLED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포토 패터닝 OLED의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확정된 8.7세대 OLED 생산능력 투자는 원장 기준 월 7만5000장 규모다. 이를 면적이 작은 6세대 기판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 약 15만장에 해당한다. 다만 실제 IT용 OLED 수요가 신규 생산능력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생산시설이 빠르게 늘어나는 초기에는 패널 업체들의 가동률이 낮게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이재호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위원은 "초기 OLED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수율 문제와 높은 가격에 대한 저항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정과 수율이 안정되고 가격도 내려갔다"며 "당분간 각 패널 업체의 가동률이 높지 않을 수 있지만 기술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시장에서 살아남는 업체와 뒤처지는 업체가 구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패널 업체들이 기존 FMM뿐 아니라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각 기술이 색 재현력과 수명, 가격 경쟁력에서 어떤 우위를 확보하는지가 향후 IT용 OLED 시장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