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루빈 울트라'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탑재량을 줄이더라도 내년 전체 HBM 수요는 기존 예상보다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칩 한 개에 들어가는 HBM 용량을 낮추면 공급 제약이 완화돼 엔비디아가 더 많은 AI 가속기를 출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0일(현지시각) 글로벌 투자은행 UBS 소속 티머시 아르쿠리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엔비디아가 루빈 울트라의 일부 사양을 낮추는 '디스펙(de-spec)'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아르쿠리는 "디스펙으로 칩 한 개당 HBM 사용량은 줄어들 수 있지만 공급망 전체에서 유통되는 칩의 수는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2027년 전체 HBM 소비량이 기존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가 HBM 탑재량을 낮추면 제한된 HBM 공급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AI 가속기 수가 늘어난다. 칩당 메모리 사용량 감소보다 가속기 출하량 증가 효과가 클 경우 전체 HBM 소비량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게 UBS의 분석이다.
HBM 가격 전망도 높아졌다. UBS는 6세대 HBM(HBM4)과 7세대 HBM(HBM4E)의 공급 상황이 당초 예상보다 빠듯해지고 있다고 봤다. 메모리 업체들이 HBM에 붙는 가격 프리미엄을 다시 확대하면서 HBM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년 대비 약 79%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인 67% 상승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앞서 미국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가 루빈 울트라에 당초 계획보다 적은 용량의 HBM을 탑재한 여러 시제품을 시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시험안에는 메모리 용량을 192기가바이트(GB) 또는 256GB로 낮추거나 HBM4E 대신 HBM4를 사용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루빈 울트라 출시에 맞춰 충분한 HBM4E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빈 울트라의 HBM 탑재량 축소가 실제 제품에 반영되더라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HBM 공급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제품당 HBM 용량이 줄어드는 대신 AI 가속기 출하량이 늘고 HBM 가격까지 상승하면 전체 시장 규모는 확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