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상장 직후 5만원대까지 올랐던 KT밀리의서재 주가가 현재 1만원대로 내려앉아 공모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2022년 2분기 이후 16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가고 있고, 전자책 구독을 넘어 웹소설·웹툰과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취임한 정재욱 대표가 취임 직후 1만주를 매입한 데 이어 석 달 만에 다시 회사 주식 5000주를 장내에서 사들였습니다. 장기간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대표가 잇따라 개인 자금을 투입하면서 현재 주가가 회사 가치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 취임 석 달 만에 1억6000만원치 주식 매입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 대표는 지난 7일 KT밀리의서재 주식 5000주를 주당 평균 1만360원에 장내 매수했습니다. 매입금액은 약 5180만원입니다. 정 대표는 지난 5월 대표이사 취임 직후에도 회사 주식 1만주를 평균 1만851원에 사들였습니다. 당시 매입금액은 약 1억850만원입니다.
KT그룹에서 최고경영자(CEO)가 자사 주식을 사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은 아닙니다. 개인 자금을 투입해 책임경영과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나타내는 사례가 여러 계열사에서 확인됩니다.
◇ 주가는 공모가 절반인데… 실적은 16분기 연속 흑자
정 대표의 연이은 매수가 주목받는 것은 KT밀리의서재의 주가와 실적이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일 KT밀리의서재 종가는 1만980원이었습니다. 2023년 상장 당시 공모가 2만3000원보다 약 52% 낮은 수준입니다. 상장 직후 한때 5만원대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고점 대비 약 80% 하락했습니다. 상장 초기 기대감이 사그라든 뒤 주가는 장기간 하락과 횡보를 이어왔습니다.
실적은 반대 방향입니다. KT밀리의서재는 2022년 2분기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선 이후 올해 1분기까지 16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2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9억원으로 4.9% 늘었습니다. 2025년에도 매출 882억원, 영업이익 14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각각 21%, 31% 증가했습니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기존 전자책 구독 사업에 더해 웹소설·웹툰 등 콘텐츠 지식재산권(IP)과 AI 서비스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스토리위즈의 플랫폼 사업을 38억원에 영업양수해 웹소설·웹툰 사업을 강화했습니다. 다른 회사의 콘텐츠를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데서 나아가 자체 IP를 확보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히려는 전략입니다.
판매 채널도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직접 이용권을 구매하는 방식뿐 아니라 통신 요금제와 멤버십 등 외부 사업자와 연계한 채널을 확대해 가입자를 늘리고 기존 구독 사업에 집중된 수익 구조를 넓히고 있습니다.
◇ 대표가 두 번 산 '1만원대'… 저평가 신호탄 될까
정 대표는 지난 5월 22일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신규 매출 채널 발굴과 AI 전환(AX) 기반 서비스 역량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정 대표는 콘텐츠 업계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은 인물이라기보다 KT의 사업 현장을 두루 거친 인사입니다. 대표 취임 전에는 KT 부산·경남광역본부장을 지냈습니다. KT에서 쌓은 사업 경험과 그룹 네트워크를 활용해 밀리의서재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주요 역할로 꼽힙니다.
AX 전략 역시 별도의 AI 사업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독서 서비스에 AI와 데이터를 접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밀리의서재는 이용자의 독서 이력과 취향을 활용한 AI 추천, AI 음성합성(TTS), 대화형 독서 서비스 등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용 시간을 늘리고 가입자 이탈을 낮추겠다는 구상입니다.
시장에서는 정 대표가 주식을 매입한 가격대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평균 매입가는 1만851원, 두 번째는 1만360원으로 모두 1만원대 초반입니다. 지난 10일 종가 1만980원과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평균 취득단가는 약 1만687원입니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내부자의 주식 매입은 일반적으로 경영진이 현재 주가를 회사의 중장기 가치보다 낮게 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특히 첫 매수 이후 주가가 더 낮아진 상황에서 추가 매수에 나섰다는 점에서 정 대표가 현 주가 수준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다만 대표 개인의 주식 매입만으로 주가의 바닥이나 향후 반등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업가치 재평가 여부는 향후 실적에 달려 있습니다. 정 대표가 추진하는 신규 판매 채널 확대와 AX 전략이 가입자와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웹소설·웹툰 IP 사업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는지가 관건입니다. 공모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주가와 꾸준한 흑자라는 엇갈린 지표 속에서 새 대표가 취임 직후 연이어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정 대표의 매수가 책임경영을 보여주는 상징에 그칠지, 향후 실적 성장과 맞물려 장기간 이어진 주가 부진을 끊는 신호가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