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쿡 애플 CEO./챗GPT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10일(현지 시각) 애플의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시장 수익률 하회'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 주가를 285.56달러에서 263.66달러로 낮췄다. 지난달 키뱅크 캐피털 마켓츠도 아이폰 수요에 대한 우려로 애플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축소'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FactSet) 조사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 51명 중 32명은 애플에 대해 매수 또는 그에 준하는 의견을 제시했고, 14명은 보유 의견을 유지했다. 5명은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에 대한 전문가들의 투자의견(매수·보유·매도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은 5점 만점에 3.88점으로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포천지는 "스티브 잡스 사망 직후 이후 가장 많은 '매도' 의견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31일 사상 최고의 3분기(4~6월) 매출을 기록한 애플이 메모리 가격 급등과 제품 혁신 정체로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 "'유리 소재' 아이폰, 생산 수율 저하로 개발 취소 추정"

제프리스가 제시한 목표 주가는 월가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의 공급망을 점검한 결과, 내년 아이폰 20주년을 맞아 예상됐던 유리 소재 아이폰 출시 계획이 취소된 점, 메모리 가격 급등에 대한 애플의 어려움, 인공지능(AI) 개발 노력의 미미한 진전 등을 이유로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유리 소재 아이폰 프로젝트는 2025년부터 개발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고, 2027년 출시될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애플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애플은 2019년 '육면체 유리 케이스'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제프리스는 한때 유리 소재 아이폰 출시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지만, 현재는 개발이 중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제프리스는 '생산 수율 저하'로 프로젝트가 취소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생산 수율이란 제조 과정에서 불량품이 생산되는 비율을 의미한다. 에디슨 리 제프리스 연구원은 "유리 소재 아이폰 프로젝트 취소가 메모리 가격 상승 속에서 고가 아이폰 출시를 추진하려는 애플의 노력에 큰 차질을 줄 것"이라고 했다.

제프리스는 애플이 향후 아이폰 프로와 프로 맥스 모델에도 올 글래스 디자인을 적용해 평균 판매 가격과 마진을 더욱 높이려는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만약 아이폰 20주년을 기념해 해당 제품이 2027년 9월에 출시된다면, 예상 평균 소매 가격은 2060달러(약 292만원)로, 이전 모델들의 평균 가격보다 높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프리스는 애플의 AI 전략과 2027년 출시 예정인 아이폰 19 프로 맥스의 부품 비용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리 연구원은 애플 인텔리전스의 더딘 출시 속도 때문에 애플이 아이폰에 더 많은 메모리를 탑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복잡한 AI 모델을 기기에서 직접 실행하려면 추가적인 저장 장치(RAM)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中 CXMT 메모리 도입해도 백악관 반발 가능성

최근 애플 주식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곳은 제프리스만이 아니다. 키뱅크(KeyBanc)의 브랜든 니즈펠 애널리스트는 지난 7월 애플의 성장세가 2025년 이후 둔화되기 시작했다며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하향 조정했다. 니즈펠은 아이폰 판매 부진이 다른 하드웨어 부문에도 악영향을 미쳐 장기적으로 애플 주가가 과대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 주가도 부진한 흐름이다. 애플은 지난달 30일 3분기(4~6월) 아이폰 매출이 전년 대비 22% 증가하며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4분기 매출 증가율 가이던스를 9~11%로 제시했다. 애플 주가는 지난달 30일 주당 333.43달러에 마감했지만 이달 10일엔 308.26달러로 내려왔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애플에 골칫거리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메모리 칩 수요 증가로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애플도 최근 맥과 아이패드 가격을 인상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D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응해 애플은 중국 CXMT사의 메모리 칩을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애플이 이 칩을 실제로 도입한다면 백악관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 새 수장 존 터너스, AI 경쟁과 혁신 제품 개발 해결해야

애플은 오는 9월 초 연례 아이폰 출시 행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시장은 이 자리에서 애플이 첫 번째 폴더블폰을 공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랜 기간 애플에서 근무해 온 존 터너스는 AI 사업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압박을 받으며 CEO 자리에 오르게 된다. 다만 터너스의 상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포천은 지난 7월 터너스의 취임을 앞두고 '터너스가 스티브 잡스 시대의 제품 디자인 혁신을 되살릴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애플이 과거의 제품 중심 혁신 문화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전문가인 터너스가 AI 경쟁과 차세대 제품 개발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도 지난 4월 터너스의 CEO 승계를 보도하면서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AI 경쟁력 회복과 새로운 대형 제품 출시 능력 입증을 꼽았으며, 비슷한 시기 로이터도 하드웨어 전문가인 터너스가 AI를 애플 제품에 통합하는 것이 중요한 도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