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투자한 베인캐피털 계열 특수목적회사(SPC)가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의 단일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기존 최대 주주였던 도시바가 키옥시아 지분을 계속 매각하면서 주주 순위가 뒤바뀌었다.
11일 키옥시아의 공시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베인캐피털이 설립한 투자 회사 'BCPE 판게아 케이맨2(Pangea Cayman2·SPC2)'는 키옥시아 주식 774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14.19%로, 도시바를 제치고 최대 주주가 됐다.
도시바의 보유 주식은 7703만8200주로 줄었다. 지분율은 14.12%다. 도시바가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키옥시아 주식을 장내에서 잇달아 매각한 결과다. SPC2는 별도로 지분을 처분하지 않으면서 도시바보다 36만1800주를 더 보유하게 됐다.
SPC2는 SK하이닉스와 연결된 투자 법인이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컨소시엄의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참여하면서 SPC2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투자 규모는 3950억엔이었다. 도시바메모리는 이후 키옥시아로 사명을 변경했다.
키옥시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보유한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SPC2의 의결권 대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SPC2가 키옥시아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SK하이닉스도 키옥시아 최대 주주와 간접적으로 연결된 지위를 갖게 됐다.
다만 이번 최대주주 변경이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 경영 참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키옥시아 주식을 직접 보유한 주체는 SPC2이고, SK하이닉스는 현재 SPC2가 발행한 CB를 보유하고 있어 키옥시아에 직접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SK하이닉스가 CB를 SPC2 주식으로 전환해 의결권을 확보하려면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등 규제 절차를 거쳐야 한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투자 당시 키옥시아가 별도로 동의하지 않는 한 2028년까지 키옥시아 의결권의 15%를 초과해 보유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옥시아도 SK하이닉스와의 이해관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키옥시아는 지난 6월 연차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가 SPC2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는 CB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잠재적인 이해 상충 가능성이 있는 위험 요인'으로 명시했다.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가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키옥시아 지분을 꾸준히 줄이고 있다. 키옥시아가 2024년 12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할 당시 약 40%였던 도시바의 지분율은 올해 3월 말 18.52%, 5월 16.10%, 지난달 중순 15.10%로 낮아졌고 이번 매각으로 14%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도시바는 2023년 일본산업파트너스(JIP) 컨소시엄에 인수된 이후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하면서 키옥시아 지분을 현금화하고 있다.
SPC2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투자 자산의 전략적 의미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키옥시아는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을 계승한 글로벌 주요 낸드 공급사다. 향후 낸드 업계에서 인수합병(M&A)이나 지배구조 재편이 이뤄질 경우 SPC2 지분과 SK하이닉스가 보유한 CB의 처리 방향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