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플랫폼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불법 유통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불법 사이트가 주소를 수시로 바꾸거나 여러 사이트를 만들어 콘텐츠를 재유통하면서 인력만으로 이를 추적하고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리디는 올해 1월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를 도입한 뒤 월간 모니터링 작품 수를 기존보다 12배 늘렸다. 네이버웹툰도 AI를 활용해 불법 유출 계정을 찾아 차단하고 있으며, 유출 지연 효과가 컸던 주요 작품의 결제액은 평균 23% 증가했다.

/챗GPT 제작

◇ 불법 유통 대응에 탐지·분류·추적 등 AI 전방위 활용

10일 업계에 따르면, 리디는 올해 1월부터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불법 유통 콘텐츠 탐지 업무를 자동화했다. AI가 인터넷상의 불법 유통 링크를 찾아낸 뒤 검색 노출 정도와 방문량, 최초 유포 사이트 여부 등을 분석해 확산 가능성이 높은 사이트부터 우선 대응 대상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AI가 반복적인 탐지와 분류 작업을 대신하면서 더 많은 사이트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됐고, 기존 인력을 보다 복잡한 조사 업무에 투입할 여력도 생겼다. 리디는 이렇게 확보한 인력을 불법 사이트 운영자를 찾아내는 공개정보수집(OSINT) 조사에 재배치했다. OSINT 조사는 도메인과 서버 정보, 소셜미디어(SNS) 계정 등 인터넷에 공개된 여러 정보를 대조해 불법 사이트를 실제로 운영하는 사람을 추적하는 작업이다.

리디 측은 "운영자를 추적하는 과정에도 AI를 활용해 검토 범위를 넓혔다"며 "운영자가 특정된 사이트 가운데 60% 이상은 폐쇄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네이버웹툰은 불법 콘텐츠의 최초 유출자를 찾아 추가 유출을 막는 데 AI를 활용한다. 2017년부터 웹툰 이미지에 눈에 보이지 않는 식별 정보를 삽입해 불법 유출에 사용된 계정을 추적하는 '툰레이더'를 운영해왔는데, 2024년부터 이 기술을 AI 기반으로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현재는 식별 정보가 들어간 원고가 유출될 경우 99% 이상의 정확도로 유출자를 찾아 차단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기존 불법 유통 대응 체계에 AI를 결합할 계획이다. 그동안 축적한 관련 데이터와 자체 기술을 바탕으로 AI를 활용해 불법 사이트를 분석하고 콘텐츠 유출을 탐지하는 기술을 고도화해 추후 관련 기술과 글로벌 대응 성과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리디 등은 올해 3월 스페인 당국과 협력해 현지 대형 불법 만화·웹툰 사이트 '투망가온라인'을 폐쇄했다. /카카오엔터 제공

◇ 불법 유출 늦추자 결제액 23% 증가…AI 도입 효과 가시화

업계가 AI를 불법 유통 콘텐츠 탐지와 추적에 활용하는 이유는 빠르게 늘어나는 불법 사이트를 기존 인력만으로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불법 사이트는 여러 인터넷 주소를 만들어 같은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유통하거나 도메인을 수시로 변경해 단속을 피한다. 서버와 운영자가 여러 국가에 분산된 경우도 많아 해외 사이트는 운영자를 특정하고 폐쇄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반면 AI를 활용하면 사람이 직접 확인하던 불법 사이트를 훨씬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리디에 따르면 AI 에이전트를 도입한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월간 모니터링 작품 수는 기존 대비 약 12배 늘었고, 하루 평균 신고 건수도 5배 이상 증가했다.

리디가 불법 유통 대응 전담팀을 구성한 이후 현재까지 삭제한 불법 콘텐츠는 약 1억1300만건이며 평균 차단율은 90%에 이른다. 이를 통해 예방한 잠재적 저작권 피해 규모를 약 1조원으로 추산된다.

네이버웹툰은 불법 사이트가 최신 유료 웹툰을 확보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늘리는 효과를 거뒀다. 불법 유출에 쓰이는 계정을 빠르게 찾아 차단하면서 계정 하나로 확보할 수 있는 유료 회차 수가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같은 양의 콘텐츠를 확보하려면 더 많은 계정을 만들고 결제해야 해 불법 사이트 운영자의 콘텐츠 확보 비용은 10배 늘게 된 셈이다.

또 최신 유료 회차가 불법 사이트에 올라오는 시점을 늦추면서 정식 플랫폼의 결제가 늘어난 사례도 나타났다. 올해 1분기 해당 불법 사이트에서 최신 유료 회차가 공개 후 24시간 안에 유출되는 작품 수는 연초 대비 약 90% 감소했다. 유출 지연 효과가 컸던 주요 작품 10개의 합계 결제액은 평균 23% 증가했다.

콘텐츠 업체들은 AI를 활용한 불법 유통 탐지·추적과 함께 해외 수사기관과의 공조로 대응 범위를 넓히고 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리디 등은 올해 3월 스페인 당국과 협력해 현지 대형 불법 만화·웹툰 사이트 '투망가온라인'을 폐쇄하기도 했다.

리디 관계자는 "불법 유통은 링크 하나를 차단하면 새로운 링크가 다시 생성되는 구조인 만큼 반복적인 신고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며 "AI 기반 대응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한편 국내외 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해 창작자의 권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보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